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김연정(27·여) 씨는 회사 업무상 야근이 많아 늦게 귀가하는 경우가 잦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늦은 귀갓길은 김 씨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귀갓길 여성을 노린 강·절도 사건 등이 뉴스에 자주 보도되는 데다 버스정류장에서 집까지 10분 남짓 걸어가는 골목길은 어둡고 음산해 꼭 누군가 튀어나올 듯해서다.
하지만 최근에는 김 씨의 불안감이 예전에 비해 많이 해소됐다. 1년 사이 어두운 골목길은 가로등이 교체되는 등 눈에 띄게 밝아졌고, 집 주변 골목 어귀에 CCTV까지 설치됐기 때문이다.
경찰의 순찰도 강화되고 있는 게 피부로 느껴졌다. 김 씨는 ‘안심귀갓길’이 조성되면서 골목길이 변화돼 늦은 귀가에도 안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정부의 생활안전 정책 강화로 사회안전에 대한 국민의 체감도가 높아지고 있다. 안전행정부(이하 안행부)가 지난해 7~12월 사이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안전 체감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30퍼센트 가까운 국민이 ‘전반적으로 안전하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한 성폭력·학교폭력·가정폭력·불량식품 등 4대 사회악에 대한 불안감은 2012년에 비해 10퍼센트포인트 이상 낮아지며 크게 개선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강조한 4대 사회악 근절에 대한 가시적 성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보인 분야는 가정폭력 근절 대책이다.
가정폭력 재범률은 2012년 32.2퍼센트에서 지난해 11.8퍼센트로 20.4퍼센트포인트 감소했다. 4대 사회악 가운데 감소율이 가장 컸다. 가정폭력은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특성이 있는 점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지자체와 기관 간 협업으로 정책의 시너지 효과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실제 여성가족부와 법무부, 경찰청은 부처 간 칸막이를 걷어내고 맞춤형 예방체계 내실화를 위해 함께 노력했다. 가정폭력 예방교육 의무대상 기관을 기존 학교에서 국가·지자체·공공단체로 확대하고, 건강가정지원센터 교육을 강화하는 등 맞춤형 예방교육을 시행했다.
또한 지난해부터 경찰의 현장출동 의무화를 시행하고 현장출입 조사를 거부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가정폭력에 대한 처벌도 강화했다. 가족상담사·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있는 가정폭력 전담 경찰관제도 시행하고 있다. 학교폭력과 성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도 성과를 거둔 분야다.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교육부와 법무부, 경찰청은 현장 자율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예방활동 및 예방교육 활성화에 집중했다. 96종의 국가 수준 예방교육 프로그램 ‘어울림’을 개발했고, 또래활동 등 자율적인 예방활동 확산을 위한 학교폭력 예방 선도학교인 ‘어깨동무 학교’ 1천여 곳을 지난해 10월부터 지원했다. 그 결과 학교폭력 피해경험 응답은 2012년 9.6퍼센트에서 지난해 2.1퍼센트로 감소했다.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도 강화돼 어린이·청소년 대상 강간범죄에 무기징역 추가 등 형량을 늘렸다. 어린이 음란물 사이트 차단 및 음란물 유통 판매 단속도 강화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성범죄 재발 방지를 위해 성‘ 범죄자 알림e 모바일 열람 시스템’을 구축하고 범죄 징후를 사전에 감지하는 지능형 전자발찌를 개발하기도 했다.

“4대 사회악 감축 목표치 초과… 전담수사 체계 확립”
안행부 안전정책과 인석근 사무관은 “4대 사회악 감축은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다”며 “목표를 상향 재설정하고, 전담수사 체계를 확립해 지속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여성에 대한 안전정책이 더욱 강화된다. 30∼50대 여성에 대한 안전정책이 중심이다. 이들 연령대가 주부와 엄마, 직장 여성으로서 자녀·가정·사회의 안전문제에 가장 큰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안행부의 지난해 국민안전 체감도 조사에서 30대(15.5퍼센트), 40대(21.5퍼센트), 50대(17.1퍼센트) 등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비율은 평균치를 크게 밑돌았다.
이에 따라 안행부는 이들의 불안감을 없애는 데 포커스를 맞춘 ‘생활밀착형 안전정책’을 추진한다. 안행부는 우선 여성 1인 가구가 밀집한 388개 여성범죄 취약지역의 원룸 건물별 담당경찰관을 작년 2,827명에서 올해 3,500명으로 늘린다.
‘여성안심귀갓길’로 지정된 으슥한 골목길 2,643곳에는 환경개선은 물론 정류소·역에서 집까지 경찰의 순찰이 강화되고 보안등과 CCTV 등이 설치된다.
CCTV·보안등·편의점 등이 위치한 안심귀갓길로 안내하는 ‘안심귀갓길 도보자 내비게이션’과 택시 정보, 승·하차 시간, 경로 등을 보호자에게 문자로 송신하는 ‘택시안심 귀가서비스’도 추진한다.
글·최재필 기자 2014.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