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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다솜이어린이집에 부모의 손을 잡은 아이들이 하나 둘 도착하고 있다. 일찍 도착해 출근까지 시간 여유가 있는 엄마는 아이와 함께 어린이집 공간 한쪽에서 블록쌓기 놀이를 한다. 1층 옥외 놀이터는 물론 옥상에 수영장과 모래놀이터까지 갖췄다. 시설을 둘러본 부모들은 “시설이 깔끔하고 교구도 발달 과정에 맞게 잘 구비되어 있어 만족스럽다”며 호평 일색이다.
올해 1월 개원한 이 어린이집은 교보생명 직원들을 위한 직장어린이집으로 만 1세부터 만 4세까지 아이들 29명을 돌보고 있다. 보육 교사 한 명당 아이 3명을 맡을 정도로 교사가 많다. 국·공립 어린이집이 보육 교사 한 명당 아이 8~9명을 돌보는 것에 비해 더 좋은 보육 환경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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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본사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위치해 부모들이 편하게 데려다 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멀리 경기도에 사는 직원들의 아이도 이곳을 다닐 정도다. 최근 어린이집의 부실한 식단이 문제로 지적되기도 했는데, 이곳의 식사 단가는 5,500원으로 다른 어린이집의 2.5배로 책정되어 있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김지수 원장은 “다른 어린이집은 아이를 늦게까지 맡기는 게 힘든 반면 이곳은 저녁 8시까지 아이들을 돌봐주는 데다 저녁식사도 제공해 맞벌이 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보낸다”고 말했다.
직장어린이집은 부모들이 가장 선호하는 보육시설이다.
지난해 보육시설 유형별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5점 만점 기준에 직장어린이집은 4.13점을 기록한 반면 국·공립 및 민간 어린이집은 각각 3.85점과 3.65점으로 나왔다. 그러나 직장 어린이집 의무사업장 중에서 실제로 설치한 곳은 2012년 9월 기준 39.1퍼센트에 그쳤고 아예 이행하지 않은 곳도 25.6퍼센트나 됐다.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직장어린이집이 활성화되어야 육아 때문에 경력이 단절되는 여성도 줄어들게 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본다. 그러나 기업은 직장어린이집의 엄격한 설치 기준과 운영비 부담을 이유로 들며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정부는 지난 6월 10일 관계 부처인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 5개 부처 합동으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직장어린이집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기업들이 직장어린이집 설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부담을 덜어주고, 설치할 경우 부딪칠 수 있는 장애 요인을 해소해 주겠다는 내용이다.
또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는 직장어린이집 설치비 지원 한도를 2억원에서 3억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1층에만 보육실을 설치하거나 옥외놀이터 설치, 조리실 별도 설치 등의 기준도 완화해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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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어린이집 설치율 2017년 70퍼센트 이상 될 듯
대기업 못지않게 여성 직원 비중이 높지만 어린이집을 설치하지 못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도 강화했다. 중소기업이 직장어린이집을 공동 설치하거나 어린이집을 신축·매입하는 경우 6억원까지 지원하고, 중소기업 직장어린이집의 인건비 지원액을 월 10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인상한다.
전면적인 무상 보육이 실시되면서 직장어린이집 설치를 대체하는 방안들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짐에 따라 대체 수단도 대폭 정비된다. 그동안 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은 기업은 보육 수당을 지급하거나 민간 어린이집에 위탁 계약을 맺는 식으로 대체해왔다. 정부는 보육수당 지급 제도를 2014년부터 폐지하고 민간 어린이집과의 위탁계약 제도는 기업의 직장보육 의무이행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직장 근로자의 0~5세 자녀를 2014년까지 30퍼센트 이상, 2016년 이후 50퍼센트 이상 위탁해야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간주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의무사업장의 직장어린이집 설치율이 현행 39.1퍼센트에서 2017년까지 최소 70퍼센트 이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보육기반과 전진도 사무관은 “활성화 방안이 발표된 이후 중소기업으로부터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현재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대표발의된 상태이며 연내 개정해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박미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