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석근 작가는 한국 사회를 주제로 사진 및 설치미술 작업을 하며 올해로 9년째 작가로 활동 중이다. 하루 종일 창작에 매달려도 시간이 부족하지만 그는 “작업하기 위해서는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작품활동만 해서 생활비를 벌기는 어렵습니다. 예술가들에게 ‘알바’는 필수입니다. 특히 사진, 설치작업의 경우 준비하는 데 돈이 많이 듭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사진 촬영을 하며 돈을 법니다. 작업을 하려면 돈을 버는 게 당연한데 그래도 작업할 시간을 빼앗길 때는 좀 아쉽기도 합니다.”
실제로 예술인들은 직업의 특성상 수입이 규칙적이지 않으며 실업급여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창작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기본적인 경제생활을 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7월 19일 발표한 ‘예술인 창작안전망 구축방안’에 따르면, 예술인 3명 중 2명이 창작활동과 관련해 한달 평균 수입이 100만원 이하이며 창작준비를 하는 기간에도 아르바이트 등 부수입을 벌기 위한 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최근 오 작가는 오랜만에 작업활동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5개월 동안 한 달에 60만원씩 ‘창작 준비 지원금’을 받게 된 것이다. 오 작가는 “이 기간 동안은 아르바이트에 신경 쓰기보다 작업활동에 집중할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가 이러한 도움을 받게 된 것은 ‘예술인복지법’의 덕이다. 2011년 말 제정된 '예술인복지법'은 2012년 11월 18일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지난 12월 10일에는 예술인의 산재보험료지원, 예술인에 대한 불공정행위 제재 등을 규정한 ‘예술인복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은 예술인의 직업적인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고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정됐다. ‘예술인복지법’이 시행됨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예술인의 복지증진과 관련된 시책을 수립·시행하여야 하며 예산의 범위 내에서 복지 증진사업을 지원할 수 있다.
‘창작 준비 지원금’ 제도는 예술가들이 실질적으로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창작 준비 기간에도 안정적으로 창작활동에 몰입할 수 있는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시작됐다. 예술적인 재능과 창작능력이 뛰어나지만 경제적인 상황 때문에 창작에 전념하기 어려운 예술인들을 발굴·육성하기 위한 것이 이 제도의 목적이다.
정부는 예술가들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선보이고 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에 걸쳐 실시한 ‘수요자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이 그렇다. 심사를 거쳐 선정된 예술단체들은 단체당 최대 2천만원을 지원받아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문화예술 모임 ‘네시이십분’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네시이십분’은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고 팟캐스트도 녹음하는 예술가 10명이 만든 모임이다. 이 단체는 3개월 동안 ‘이 시대의 예술가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워크숍을 개최했다.

예술단체들의 문화예술 프로젝트에 지원금도
‘네시이십분’ 팀원인 준(장혜령 씨)은 “많은 이들이 예술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하지만 정작 어떤 작업을 하고 싶은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이 모여 해결책을 찾아보기 위한 뜻깊은 자리였다”고 말했다.
‘예술인복지법’이 마련되면서 예술인들도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가가 예술활동을 근로활동으로 인정하고 이 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예술활동 계약이 이뤄진 상태에서 계약기간 중에 일어난 재해에 대해서는 보상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예를 들면 기술 스탭이 무대 세트를 설치하거나 영화를 촬영하는 중에 다치게 되면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예술인들에게 장르별 ‘표준계약서’의 견본계약서 양식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이는 그동안의 무계약·구두계약 등과 같은 그릇된 관행을 개선하고 예술활동의 보호장치를 만들기 위해서다. 표준계약서에는 보수 금액뿐 아니라 예술인들의 복지에 영향을 주는 고용계약형태가 명시되고, 최저 노동조건 및 최소한의 계약지침 등이 담겨 있다. 또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계약서 조항이 이해가 되지 않거나, 계약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전문변호사나 컨설턴트를 위촉해 상담·컨설팅 서비스를 지원할 계획이다.
글·김혜민 기자 2013.12.23
한국예술인복지재단 www.kawf.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