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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신재생에너지산업 어디까지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신산업의 기술 수준은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 견줘 뒤처지지만, 시장의 규모가 점차 커지면서 새로운 사업 모델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핵심 설비에 대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태양광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2017년 기준 15.7GW로 이 가운데 태양광(5.8GW)이 37%를 차지한다. 폐기물(3.8GW), 바이오(2.3GW), 풍력(1.1GW)이 그 뒤를 이었다. 신재생에너지 기업의 총매출은 9조 6000억 원으로 태양광(6조 4000억 원) 비중은 67%에 이른다.
이 같은 태양광의 성장세는 사업자 수익 개선 등 정부 지원의 확대에 힘입었다. 태양광 설비용량은 2018년 7.9GW로 1년 새 36% 증가했다. 정부가 주관하는 장기고정계약 입찰에 참여하는 설비용량은 2년 새 4배나 늘었다. 입찰에 참여한 평균 용량은 350KW로 태양광발전이 중소 규모 위주로 건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규모 발전 사업자의 수익 개선을 위해 전력 생산단가와 판매가의 차액을 보전해주는 고정전력요금제(FIT)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태양광은 소규모 분산전원 확대에 가장 효과적인 자원으로 평가된다.
태양광은 또 신재생에너지원 가운데 발전단가 하락 속도가 가장 빠르다. 태양광 발전원가는 2013년 1KWh당 254원에서 2018년에 150원으로 연평균 10% 내렸다. 풍력의 1KWh당 발전원가는 325원, 수소연료전지는 220원이다. 하지만 잉곳(Ingot)과 웨이퍼(Wafer)를 만드는 핵심 설비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 설비의 국내 개발과 자동화를 통해 태양광 셀의 제조원가를 줄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풍력발전도 대규모 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사업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풍력 설비용량은 2017년 1.14GW에서 2018년 1.31GW로 증가했지만 전체 신재생에너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에 그친다. 해상풍력은 그동안 주민들의 반대로 사업이 지연되고, 기업이 사업을 포기하면서 침체됐다. 이에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의 동의와 환경 적합성 등을 확인한 이후 적합한 부지를 사전에 발굴해 민간 사업자에게 공급하는 ‘계획입지’ 제도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인허가 지연 문제는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 등 5곳 풍력발전 시범 프로젝트
정부는 부진한 해상풍력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2030년까지 설비용량을 17.7GW로 확대할 계획이다. 해상풍력은 조선과 건설업의 기술·부품을 활용할 수 있어 국내 일자리 창출에도 유리하다. 정부는 시범적으로 울산 앞바다와 전남 영광군 안마도 등 5개 지역을 선정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해상풍력단지 건설을 위해서는 제어기와 전력변환기 등 핵심 부품들의 국내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침체됐던 수소연료전지 사업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를 계기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수소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반응을 통해 전기와 열에너지를 생산하는 고효율 친환경 발전시스템이다. 국내 수소 생산 기술력이 우수하고, 석유화학 공정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부생 수소’에 대한 설비 기반을 갖추고 있어 강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전 발전자회사 등 21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자가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건설해 직접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수소연료전지 설비용량은 2017년 기준 251MW로 신재생에너지의 1.6%에 불과하다. 높은 발전효율 등 기술적 장점에도 연료비의 변동성으로 수소연료전지 사업의 적자가 지속된 탓이다. 이에 정부는 발전 원료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요금제를 신설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수익성이 개선되면 설비용량 확대를 위한 발전소 건설 등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2040년까지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15GW를 보급할 계획이다.
연구개발 투자, 미국의 19.8%에 그쳐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성장하면서 이와 연계한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설치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와 계절에 따라 발전량에 차이가 생긴다. ESS는 태양광과 풍력의 출력 변동성을 낮추고 중앙 전력망 관리에 기여해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필수적인 장치다. 태양광과 풍력이 안정적인 발전원이 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ESS 핵심 부품의 국내 개발과 원가절감이 과제로 제기된다.
태양광, 풍력, ESS 등을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계한 신규 사업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성지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태양광 등 분산전원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하나의 발전소 역할을 하는 가상발전소(VPP) 사업 모델이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분산전원은 중앙에서 전력을 공급하는 기존 시스템과 달리 독립된 발전원이 지역에 전력을 공급한다. 가상발전소는 네트워크상에서 다수의 분산자원을 연결한다. 정부는 가상발전소가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소규모 전력 중개시장을 2019년 2월 개설했다. 민간의 중개사업자가 태양광, ESS, 전기차 등 자원을 모아 실소유자를 대리해 전력을 판매하거나 자원의 유지보수를 수행하고 수수료를 받는 사업 모델이다.
이 같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려면 무엇보다 차세대 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신재생에너지 최대 투자국인 미국에 견준 한국의 투자금액(2015년 기준) 비율은 19.8%에 불과하다. 연구개발 투자 부족은 핵심기술 확보를 어렵게 만들 수밖에 없다.
앞으로 에너지 산업에서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안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현재 8% 안팎에서 2040년 30~35%로 높아진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에너지전환 정책과 최근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이슈로 에너지믹스가 변화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수요는 급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선진 기업과 맞설 수 있는 국내 대표기업을 육성하는 게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해 신사업 모델을 창출하는 신재생에너지 스타트업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광덕 <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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