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치러진 6월 13일, 서울 상암동DMC홍보관 앞에서 투표를 마친 ‘청년정치크루’ 멤버들을 만났다. 청년정치크루는 청년들이 직접 청년정책을 입안하고 실현하기 위해 이동수(31) 대표가 2015년 설립한 정치모임이다. 이 대표가 청년정치크루를 조직하기로 결심한 것은 2015년 발생한 소위 ‘위메프 갑질’ 사태 때다. 인터넷 쇼핑몰 ‘위메프’가 신입사원을 채용해 하루 열네 시간의 과중한 업무를 시킨 후 수습기간이 끝나자마자 해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에 청년들의 목소리를 전하자”며 청년정치크루를 조직했다.
지난해 6월 이동수 대표와 청년정치크루는 유명세를 치렀다. 충북 단양 대명리조트에서 열린 모 정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 참석한 이 대표가 정당 및 정치인들을 향해 “창피한 줄 알라”며 가감 없이 ‘쓴소리’를 던진 사실이 언론에 대서특필된 것이다.
청년정치크루 구성원들은 서로를 ‘크루’라고 부른다. 청년 권익을 지키기 위한 공통의 목적을 지니고 있어서다. 청년정치크루는 작년 한 해 동안 ‘취업사기방지법’, ‘취업준비생 보호법’, ‘대학 기숙사 지원’ 등 총 세 개의 정책을 만들어 제안했다. 취업준비생 보호법은 채용과정에서 취업준비생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현재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신보라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등이 해당 내용을 국회에 발의한 상태다.
청년정치크루는 이 대표를 비롯해 강성찬(30), 김수한(29), 박겸송(29), 김대영(28), 정호섭(28), 이루다(28) 등 일곱 명의 20~30대 청년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전공이나 직업, 심지어 이념 스펙트럼도 다르다. 그러나 청년정치크루는 힙합의 트렌드인 ‘크루’처럼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다 필요에 따라 뭉쳐 시너지 효과를 낸다.
이들은 서로의 시각을 존중하며 ‘정치계의 아이돌그룹’을 지향한다.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인원수와 같은 일곱 명에다 사진을 찍을 때 각 멤버별로 고정된 자리를 정하는 풍경도 익살스럽다.
이동수 대표는 “우리의 롤모델은 현직 대통령이나 유력 정치인이 아니라 정치계의 방탄소년단이 되는 것”이라며 “방탄소년단이 ‘봄날’이나 ‘고민보다 GO’에서 10대와 20대 청년들의 마음을 노래해 그들을 열광케 한 것처럼, 청년들의 고민을 정책으로 만들어 정치권에 전달하는 가교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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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이루다 청년정치크루 멤버, 강성찬 청년정치크루 멤버,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박겸송 청년정치크루 멤버, 김대영 청년정치크루 멤버 ⓒC영상미디어
‘열정페이’에 혹사당하는 젊은이들
청년들이 요즘 절실하게 생각하는 문제는 딱 집어 말하기는 어려워요. 청년들 각자 주어진 상황에 따라 다르니까요. 그러나 대학 등록금은 거의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20대에 대학에 입학해 등록금을 대출받으면 졸업할 때 4000만 원의 빚을 지게 됩니다. 졸업하자마자 취업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나 취업도 안 되고, 집세까지 밀려 경제적으로 좀처럼 헤어나오기 어려운 나락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해결된다면 숨통이 트여 살아갈 수 있겠는데, 모든 청년이 이러한 패턴으로 생활하면서 무기력한 상황에 빠지게 되는 겁니다. 청년 일자리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로 일자리의 미스매치가 생기는 거잖아요? 청년 일자리를 해결하려면 정부는 시간을 갖고 시장을 활성화하고, 경제 활성화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할 겁니다.
이루다(28) 청년정치크루 멤버
일자리가 청년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청년 문제를 잘 다루고 있다고 보지 않아요. 정치권에서 대부분 청년 문제로 간주하는 것은 일자리, 창업, 조금 더 가면 주거 문제 정도입니다. 여기에 너무 치우쳐 있는 게 문제죠. 일자리나 주거뿐만 아니라 청년세대가 가지고 있는 어려움은 훨씬 더 많습니다. 바꿀 수 있는 정책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일자리 문제뿐만 아니라 교육비, 주거비, 교통비 문제까지 청년 문제가 다양화해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그것에 맞춰 정책을 설계해야 하는데, 정부의 청년정책 상당수는 여전히 고용정책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 청년과 정부정책의 괴리가 존재하는 겁니다. 사실 어느 정부라도 청년 문제에 대해 본질적인 대책을 내놓기는 어려워요. 앞으로 정부가 정책을 수립할 때, 청년들의 의견을 묻고 여론을 살펴가며 좀 더 세밀하게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성찬(30) 청년정치크루 멤버
정치대중화를 이끌고 싶다
청년정치크루가 추구하는 지향점은 기성 정치처럼 진보, 보수를 이분법적으로 가르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이념은 중요하지 않아요. 과정의 공정성, 정의, 평화가 청년들에게는 더 중요하죠. 서로 대화를 해보고 합리적 의견이라면 받아들이고, 불의한 일이라면 같은 진영이라도 과감하게 비판해야 합니다. 같은 정책에 대해 여당일 때는 추진하다가 야당이 되니 반대하는 것은 분명한 구태입니다. 정치풍토가 협력할 수 있는 것은 하고 비판할 것은 해야만 합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정치 대중화를 이끌고 싶습니다.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릴 생각도 있습니다. 요즘 10대는 포털에서 검색하는 게 아니라 유튜브에서 검색을 해요. 정치권에서는 아직 이런 점에 주목하지 않지만요. 영상으로 좀 더 쉽게 정치를 풀어 설명할 예정이에요. 그렇게 청년계층이 좀 더 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 목표입니다. 진보나 보수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정말 청년들의 일상을 바꾸는 정책들을 많이 내놓아 청년과 정치권 모두에게 인정받고 싶습니다.
이동수(31) 청년정치크루 대표
청년의 삶과 직결된 메시지 전달해야
2030세대는 민주주의 같은 거대 담론이나 구호보다 당장 내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메시지나 정책을 더 가치 있게 느낍니다. 당장 100군데에 이력서를 써넣어도 탈락하는 마당인데,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이 대서특필된다 한들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정책을 만들기 위해 현장의 청년들과 만나면 기본적으로 무기력한 정서가 깔려 있습니다. 무기력 증상은 아무리 돈을 벌고 열심히 일해도 내 집 마련이 너무 힘들고 결혼도 어렵다는 겁니다. 사실상 계층이동 사다리가 끊어져 있는 거지요. 그렇기 때문에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의 ‘소확행(小確幸)’이 대한민국 소비 트렌드로 선정될 정도였습니다. ‘티끌 모아 티끌’, ‘탕진잼’이라는 감정 소비 관련 신조어가 극성을 부리고 있습니다. 청년들에게 정부가 삶과 직결된 메시지나 정책을 줘야 합니다. 저희는 기존 정당과는 다른 다양한 스펙트럼의 크루들이 또래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것을 아이디어로 가공해 언론사와 국회의원실로 유통해 정책으로 만들도록 합니다.
박겸송(29) 청년정치크루 멤버
지역이기주의 극복, 우리 세대 과제
정부는 신혼부부 특별공급 확대, 청년임대주택 등을 담은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서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을 두 배로 늘리고, 공급 대상을 기존 혼인기간 5년에서 7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포함했습니다. 결혼 적령기인 청년들에게는 희소식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죠. 실제로 대학가에서 월세방에 살려면 월 60만 원을 지불해야 하는데, 청년임대주택에 당첨되면 월 15만 원만 지불하면 되니 경쟁률이 치열해 사실상 로또가 돼버렸습니다. 청년임대주택사업과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을 중앙정부는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또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지역이기주의를 극복해야 합니다.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청년임대주택은 지역주민의 반발이 너무 심해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 임대주택 자녀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치는 상황입니다. 정치권의 도움을 받아 저희 세대가 나서서 반드시 의식개혁을 해야 할 부분입니다.
김대영(28) 청년정치크루 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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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한국 사회에 젊은 의원 안 나오는 까닭?
지난 4월 멤버들끼리 돈을 모아 <청년정치>(바른북스)라는 책을 냈습니다. 청년정치크루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개별적 선거 이슈를 내지는 않았지만 선거체제, 선거법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내고 있습니다. 양천, 용산, 홍대에서 세 차례 북콘서트를 열면서 그 열기를 확인했습니다. 현재 국회에 30대 청년 국회의원은 두 명에 불과해요. 20대는 아예 없습니다. 2030 유권자가 전체 유권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5%인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입니다. 이처럼 ‘임원들만 가득 찬 회사’가 현재의 국회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젊은 국회의원이 배출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치제도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소선거구제, 정치교육제도와 더불어 정당 내 문화들이 청년의 정치 참여에 장애물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 우리나라 공직선거법의 경우, 후보들이 나눠주는 명함의 크기까지 규제합니다. ‘정해진 기간 동안, 정해진 사람이, 정해진 방법으로만’ 할 수 있는 선거운동은 청년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억누르고 많은 비용만 청구합니다. 나부끼는 현수막, 시끄러운 선거송을 틀어대는 유세차, 그 앞에서 춤추는 선거운동원들의 모습은 후보자의 창의성이 부족해서가 아니에요. 할 수 있는 선거운동이 그것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청년공천할당제나 청년 비례대표 확대같이 기존에 나온 주장은 기득권 의원들의 선심성 ‘떡고물’에 지나지 않습니다. 공정한 경쟁을 위한 근본적인 제도 개혁이 필요한 때입니다.
오동룡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