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둔 이맘때면 전통시장은 분주해진다. 제수와 선물을 준비하러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한산했던 골목을 가득 채운다. 그중에서도 조금 특별한 곳이 있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수원 영동시장이다. 영동시장은 지난해 청년몰이 들어선 뒤 기존 상인과 청년 상인이 함께하고 있다. 유난히 추운 날씨 탓에 시장 분위기가 다소 침체됐지만 설을 기점으로 따뜻한 바람을 맞을 준비에 한창이다.
“기존 상인과 청년상인의 조화, 영동시장의 강점입니다”
저와 같이 자극적인 음식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간식을 만들고 있어요. 매장을 운영하기 전에는 회사원이었어요. 그때는 큰 울타리 안에서 제 업무만 하면 됐는데 이제는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해야 하니 힘든 순간이 많아요. 그렇지만 거기서 비롯되는 즐거움도 커요. 청년상인들로부터 얻는 번뜩이는 아이디어, 기존 상인들로부터 얻는 조언들이 조화를 이룰 때도 있습니다. 이곳의 강점이라고 자부할 수 있어요. 이번 설에는 모든 상점이 장사가 잘됐으면 좋겠어요. 전체 분위기라는 게 참 중요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사업이 안정되면 가맹점을 모집하는 게 희망사항이자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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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령(37, 간식여왕)
“더욱 면밀한 청년상인 지원책이 필요합니다”
대학 시절 취미로 해오던 가죽공예를 업으로 삼게 됐습니다. 공방이 전통시장 안에 위치해 있다 보니 손님 연령대가 다양해요. 어르신들도 있고 젊은 커플이나 학생들도 많습니다. 브랜드 정체성 확립과 인지도 제고 조건으로는 최고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청년몰에서는 초기 정착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는 점도 만족스럽고요. 그렇다고 아쉬운 점이 없는 건 아니죠. 2층의 존재를 몰라서 1층 시장만 둘러보고 가는 분들이 상당수입니다. 구조적인 부분에서 보완돼야 할 점이라고 봐요. 조금 더 바란다면 ‘세밀한 지원책’이라고 할까요. 정부 입장에서 챙겨할 곳이 많겠지만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보다 더 들여다봐줬으면 하는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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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영(23, 메다)
“전통시장 편견, 직접 와서 깨트리길”
아동 한복집은 다른 점포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설 대목을 누릴 수 있습니다. 과거에 비하면 많이 줄었다고 할 수 있지만, 설을 앞두고 아동 한복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은 여전히 꽤 있어요. 이곳에서 26년째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데 주변 환경이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와요. 하지만 아직은 전통시장에 대한 편견이 있어요. 중장년층은 물론이고 젊은 친구들도 시장을 직접 방문해보길 권해요. 전통시장만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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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옥(57, 신광아동한복)
“전통시장 인정 느끼러 오세요”
어느 상인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식재료 판매 상인인 저에게 명절은 손꼽아지는 시기죠. 제가 판매하는 것 중에는 특히 북어포가 명절에 인기예요. 당연히 걱정되는 부분은 있죠. 주택가 인근에 대형마트가 들어선 이후로는 이른 명절 준비를 하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는 점입니다. 명절을 며칠 앞두고도 장 보는 게 가능해졌으니까요. 요즘 같은 추위에 대형마트가 더욱 편리하다는 건 이해합니다. 그래도 전통시장을 찾아 전통시장이 주는 인정을 느껴보심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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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국(77, 화홍상회)
“시장 발전에 꾸준한 관심 보여주길”
명절 민속놀이가 익숙했던 예전에는 농악기를 찾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시대가 바뀌면서 그 흐름도 주춤해졌습니다. 시대 변화의 결과라면 받아들여야겠지만 씁쓸합니다. 전통시장의 발전을 위해 정치인들이 관심을 보여주기도 했어요. 하지만 꾸준하지 못한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겠죠.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부족한 점을 채울 수 있는 전통시장 지원 대책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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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희(62, 이화불교사)
“상인들도 잘사는 나라 만들어주세요”
영동시장에서 이불과 수예를 판매한 지 18년 정도 됐네요. 이전에 아버지가 45년 동안 건어물 장사를 했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 시장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실히 느낄 수 있어요. 이불이나 수예는 명절보다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상대적으로 겨울에 판매량이 증가하는데, 올해는 유난히 어려운 것 같아요. 올겨울은 유독 추워서 이불 판매가 늘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는데 오히려 움츠러들었네요. 설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을 바라지는 않고 우리 가족들 그리고 시장 동료들이 건강하기만 해도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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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순(53, 대명침구)
“먼저 나라가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연휴 2주 전이면 복작복작해야 하는데 움직임이 적어요. 매출도 3분의 1 정도에 그쳤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나라가 잘됐으면 좋겠어요. 여태껏 살아오면서 느낀 것인데 나라가 잘돼야 더불어 저도 잘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겠죠. 영동시장 일원으로서 시장 발전 방법을 제안해본다면 ‘품목 다양화’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공산품 특화 시장도 좋지만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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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덕(59, 진수성찬)
“제가 만든 물건들 누군가에게 소중한 추억이 되길”
금속공예를 중심으로 3D 프린팅 기술을 접목한 소품과 액세서리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요새 비수기예요. 겨울에는 금속 액세서리가 차갑게 느껴질뿐더러 두툼한 옷에 가려져 보이지 않기 때문에 착용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어요. 그래서 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올해 설은 시기적으로 밸런타인데이와 맞물리기도 해서 조금 더 설레요. 판매자 입장을 떠나서, 제가 만든 물건들이 누군가에게 소중한 추억이 되고 이야기가 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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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훈(32, 오씨솜씨)
“설 선물세트로 분위기 반등 기대해요”
오래전부터 공방을 운영하는 게 꿈이었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아 일반 기업에 다니고 있었어요. 그런데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을 지원해주는 청년몰이 생긴다고 하니 그 기회를 놓치면 안 될 것 같아 이곳에 오게 됐습니다. 개점 초기와 비교하면 발길이 뜸한 편이에요. 그렇지만 낙담하진 않아요. 설 선물세트를 기획해 나름대로 설 특수에 대비하고 있거든요. 분위기 반등은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점에서 볼 때 비슷한 연령대 상인들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게 이곳의 장점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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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26, 우든스트)
“모두 건강하고 즐거운 명절 됐으면”
수원은 제가 나고 자란 고향이에요. 너무나도 익숙한 이곳 풍경은 영동시장에서 장사를 결심하게 만든 이유 중 하나입니다. 저는 여기서 수제 샌드위치와 브런치를 판매하고 있어요. 새로운 메뉴, 그리고 좋은 음식을 대중화하는 게 목표예요. 젊은 손님들의 입맛도 중요하지만 시장을 찾는 어르신들께 평가를 받고 싶어요. 명절이 되면 평소보다 많은 분들이 올 텐데, 부모님 손을 잡고, 또 자녀의 손을 잡고 와줬으면 해요. 다양한 연령대가 제 음식을 맛보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시장에 활력도 불어넣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모두 건강하고 즐거운 명절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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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빈(31, 푸디’s 오아시스)
이근하│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