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 그만큼 생각이나 가치관이 저마다 다르다. 서로 각기 다른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사는 방법은 없을까? ‘비정상회담’은 그 해답을 책에서 찾는다. 이들은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처럼 다른 견해와 가치관을 가진 이들이 모여 하나의 주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독서토론모임이다. 2주에 한 번씩 선정한 책을 읽고 느낀 점과 의견을 나눈다. 벌써 여름 기운이 느껴지는 대구 동성로의 한 카페에서 정기모임에 참석한 비정상회담 회원들을 만났다. 그간 책에서 또 삶 속에서 생각해온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서교육원 좀 더 많이 생겼으면”
도서관 사서를 준비하고 있어요. 사서교육원은 서울, 대구, 부산 세 곳에만 있어요. 전국에 있는 도서관 수에 비해 사서교육원이 너무 적어서 놀랐습니다. 저는 다행히 사서교육원이 있는 지역에 살아서 괜찮지만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시간이나 금전적인 손실이 꽤 크더라고요. 지역별로 사서교육원 수를 늘려서 사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좀 더 편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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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정(30)
“학벌보다 열정과 가능성을 보고 채용해주세요”
대학을 졸업한 후 제품디자인에 관심이 생겨서 뒤늦게 디자인 공부를 시작했어요.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포트폴리오도 만들어서 디자이너로 일할 준비를 했는데 생각보다 현실의 벽이 높아서 쉽지 않았어요. 제품디자인 쪽 취업 준비를 하면서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가능성이나 열정보다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지를 더 관심 있게 보는 것 같아서 씁쓸했어요. 이런 문제가 비단 디자인 분야에만 있다고 보진 않아요. 학벌지상주의가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보다 빨리 개선됐으면 좋겠어요.
박정식(30)
“중등 임용시험 60 대 1 너무 높지 않나요?”
최근 영어 중등 임용시험 경쟁률이 60 대 1까지 치솟은 걸 보고 이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임용시험 경쟁률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기간제 교사 자리를 구하는 것도 무척 힘들더라고요. 학생 수가 점차 줄고 있어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 하지만 중등 임용시험에 응시자격을 부여하는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수험생은 계속 치열한 경쟁에 시달려야 할 거예요. 중등교사 임용시스템을 개선해서 이런 현상이 좀 완화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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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29)
“성공의 기준 때문에 힘들지 않았으면”
학생이라 취업문제로 고민이 많아요.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할지, 하고 싶은 일을 할지 계속 고민하는 중이거든요. 그런데 제 주변 친구들을 보면 이런 고민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사회가 정해놓은 매뉴얼을 좇아가느라 정작 본인이 원하는 게 뭔지 모르더라고요. 공무원, 대기업 입사처럼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 때문에 행복이 뭔지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사는 청춘이 많아서 안타까워요. 우리 사회에 성공에 대한 기준이 다양해진다면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말이 사라지는 날이 더 빨리 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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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훈(26)
“지식재산권을 배울 수 있는 교육 기회 많아지길”
가죽공예를 취미로 배우고 있어요. 공예를 배우다 보니 디자인에도 관심이 생겨서 디자인 특허를 내는 법도 공부했어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디자인 특허를 잘 몰라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좀 놀랐어요. 실제로 디자인 특허를 등록해서 보호받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하더라고요. 요즘은 지식재산권이 곧 경쟁력인 시대잖아요. 자기 디자인을 보호받지 못하면 개인도 손해지만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죠. 더는 지식재산권이나 특허를 몰라서 손해 보는 사람이 생기지 않게 정부에서 홍보나 교육에 힘써줬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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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30)
“장애인 취업교육 담당하는 컨트롤 타워 만들어주세요”
특수학교 교사로 근무 중입니다. 특수학교 아이들은 고3이 되면 대개 취업 준비를 해요. 아이들이 취업 준비를 할 때 보니 장애인 취업 교육기관이 참 많더라고요. 중증장애인자립지원센터, 복지관, 학교 등 가르치는 곳은 많은데 이들을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가 없는 것이 아쉬워요. 장애인 취업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기관이 없다 보니 기준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거든요. 이제 사회에 발을 내디딜 아이들이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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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헌진(30)
“오피니언 리더도 감정적 대응 올바른 토론문화 필요”
얼마 전 TV 토론 프로그램을 봤어요. 참가한 패널들은 정당이나 저마다 분야에서 나름대로 이름이 있는 오피니언 리더였는데 토론하는 모습을 보고 좀 실망했어요. 토론은 이성적으로 논리를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말들이 꽤 있었거든요. 아마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문제나 이슈를 놓고 이야기하는 토론문화가 아직도 자리 잡지 못해서 생긴 일이 아닌가 싶었어요. 선진국에서는 어릴때부터 토론하면서 생각을 키워가는 시간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우리나라도 올바른 토론문화가 정착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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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영(34)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 너무 부족해 아쉬워”
주말이면 보통 봉사활동을 가요. 봉사활동을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장애인, 독거노인, 미혼모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너무 부족해서 아쉬워요. 연말연시처럼 정해진 시기에만 반짝 이슈가 되고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지 않는 것 같아요. 우리 사회가 약자에 대한 관심을 조금 더 가진다면 그분들이 처한 환경이 달라질 수 있거든요. 많은 사람이 사회적 약자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언론이나 정부에서 노력해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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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곤(29)
장가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