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을 때다. 돌아보면 학창 시절 아무 고민 없이 꿈을 키워갔던 것 같다. 하지만 분명 그때도 나름의 고민과 사회적 바람이 있었다. 당시의 고민이 희석돼 ‘공부만 하면 되잖아?’라고 묻는다면 곤란하다. 어른의 시각으로 보기보다 지금의 청소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들어주자. 가만히 듣자면 진로 걱정부터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이슈에 대한 입장이 똑 부러진다. 경기 화성시 소재 두레자연고등학교 학생들이 전하는 이야기다.
“청소년 직업교육 다양해졌으면”
직업교육이 다양했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 방송국에 직업탐방을 다녀오고 방송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거든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을 학교에 다니고도 커서 뭘 할지 모르는 친구들이 많아요. 직업탐방 같은 기회가 많을수록 자신의 미래에 대해 헤매는 과정이 줄어들 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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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시온(18)
“군복무 단축, 빨리 당겨주세요!”
전 2년 후에 군에 입대할 거예요. 복무기간이 빨리 줄었으면 좋겠어요. 20대 초반이면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하는 일도 많은 시기잖아요. 사병 월급도 점점 오르고 있다고 들었는데 좀 더 현실화됐으면 좋겠어요.
전 애견 미용사가 될 거예요. 강아지를 엄청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반려동물로 인한 사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무거웠어요. 반려동물들이 거부감 없이 더 많이 사랑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반려동물 에티켓이 정착돼야 할 것 같아요. 산책할 때는 목줄을 반드시 하고 대형견은 마스크도 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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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찬(18)·허은서(18)
“미숙하지 않아요. 청소년도 정치에 참여하고 싶어요”
작년 이맘때가 생각나요. 우리나라 사상 초유의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잖아요. 그런데 많은 국민들이 참여하니까 세상이 바뀌었어요.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사회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저처럼 정치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 친구들도 많아요. 청소년을 미성숙하다고만 바라보는 시선이 오히려 답답해요. 지금은 정치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인데 빨리 정치에 참여하고 싶어요. 투표 연령이 낮아져서 제 손으로 뽑은 후보자가 당선되는 기분은 어떨까요? 국민으로서 나라를 함께 만들어간다는 기분이 들 것 같아요. 청소년도 정치에 참여할 기회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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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유진(17)
“미투로 더 좋은 사회 되길, 감사하고 응원합니다”
요즘 ‘미투’ 운동이 사회 전 분야에 번지고 있잖아요. 문화, 정치계 등에서 그동안 좋은 이미지로 호감을 갖고 있던 사람들의 이면이 폭로되면서 적지 않은 실망감을 느꼈어요. 동시에 미투 피해자들이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면서 용기 내준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저희가 어른이 돼서 당할 수도 있는 일을 먼저 끊어준 것 같거든요. 그동안 성적 피해를 입고도 권력에 의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여성들이 피해 사실을 밝히고 당당하게 나서면서 사회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저희가 어른이 되고 다음 세대가 또 어른이 돼가면서 반드시 더 좋은 사회가 되리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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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하은(18)
“대학을 꼭 가야 하나요?”
모델 지망생이에요. 학교 수업이 끝나면 매일 서울에 있는 모델학원으로 가요. 왔다 갔다 몸은 힘들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이어서 그런지 정말 재미있게 배우고 있어요. 그렇지만 마음 한구석은 진학을 신경 쓰게 돼요. 대학에 가더라도 지금 모델학원에서 배우는 것과 큰 차이는 없을 텐데 말이에요. 당연히 대학을 가야 하는 풍조, 인식 때문인 것 같아요. 저 역시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는 거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사회, 학력에 구애받지 않고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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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규(18)
“노동의 가치, 제대로 대우받아야”
청소근로자, 간호사처럼 고된 일을 하면서도 대우가 안 좋은 일자리가 많아 보여요. 그래서 사람들이 꺼려하는 직업이 많아지고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사람도 늘어나는 게 아닐까요. 노동의 가치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마다의 자리에서 열심히, 묵묵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도 최저임금이 오르고 월급도 같이 오르는 걸 보면 대우가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김예린(18)
“대안학교도 공교육으로 인정받길”
두레자연고등학교는 대안학교예요. 대안학교는 일반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간다는 편견이 있는데, 그런 오해는 안 했으면 좋겠어요. 기존 교육과정 밖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러 오는 친구들도 많거든요. 예전 학교에서 수업은 입시 위주로 진행됐고 가장 중요한 건 성적이었어요. 친구들끼리 경쟁이 심하다 보니 인간관계도 건조해지는 걸 느꼈어요. 지금은 학교 생활에 매우 만족하고 있어요. 한 반에 20명 정도이고, 두 분의 담임선생님이 계세요.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 수업 받는 건 비슷해요. 대안학교도 공교육으로 인정받고 편견도 없어지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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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19)
“등록금 부담, 벌써부터 걱정돼요”
최근 국공립 대학을 중심으로 입학금이 사라지고 등록금이 동결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등록금 부담이 여전한 것 같아요. 제 경우 대학에 입학하면 부모님께서 등록금을 내주시거나 학자금 대출을 받게 될 텐데요. 부모님께서 내주시면 저 때문에 노후 대비 자금이 줄어드는 건 아닌지 걱정돼요. 학자금 대출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생각 중인데 빚을 지고 사회생활을 시작한다는 게 막상 불안하기도 하고요. 일단은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는 게 먼저겠지만 정부에서 지원하는 정책들을 최대한 알아볼 거예요. 장학금 혜택도 더 늘어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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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별(18)
선수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