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빠진 숨소리와 우렁찬 기합 소리로 가득 메운 대전의 한 체육관 안, 고사리 같은 손으로 도복을 고쳐 입는 어린 소년부터 업무 스트레스를 털어내는 직장인까지 저마다 다른 이유로 주짓수를 배우겠다고 모여들었다. 나이와 하는 일, 그리고 운동을 하는 이유도 제각각인 이들이지만 한 가지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 조금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변화를 바라는 사회 구성원이라는 점. 정부와 사회를 향한 이들의 바람이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다. 어쩌면 너무도 당연히 개선돼야 하는 것이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굵은 땀방울을 연신 닦아내며 뱉어내는 이들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차분하고 진중했다.
“세월호 참사 다시는 생기지 않게 해야”
사실 매일 뉴스를 챙겨 본다거나 사회 문제에 크게 관심을 가지는 편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세월호 참사’는 들을 때마다 여전히 마음이 아파 결코 잊지 않으려고 해요. 4년 전 그날은 저도 같은 고등학생이었고 교실에서 실시간 뉴스를 접했는데 너무 괴롭고 슬펐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재난에 대처하는 정부 태도가 조금 더 적극적이고 빨랐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여전하고요. 온 국민이 아팠고 여전히 아픈 만큼, 같은 사태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여러모로 발전된 모습을 갖춰야 한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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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관(22)
“마음 편히 자녀 계획 세울 수 있길”
제가 기대하고 기다리는 사회는 마음 놓고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곳이에요. 아이를 낳지 않는 딩크족을 지향하는 건 아니지만 자녀를 낳을 계획은 아직 없어요. 스스로 완전한 책임감을 갖추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육아를 위한 사회 여건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동수당 등 양육지원제도가 나아지곤 있지만 시작 단계일 뿐, 그것만으로 자녀를 계획하기엔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여성의 사회활동과 입지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그 속도에 상응할 수 있는 정부 지원책이 늘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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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자(39)
“재난문자 등 다방면에서 정부 노력 느껴져”
다방면에서 정부의 노력이 느껴집니다. 이를테면 지진경보 재난문자 전달 시간을 앞당겼다는 점을 들 수 있어요. 제가 지진 관측 장비를 설치하고 보수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더욱 관심 있게 지켜본 부분이기도 하지만요.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하고 싶어요. 다만 다양한 분야에서 일자리를 골고루 만들어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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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준(28)
“재벌 갑질 등 비상식 더 이상 통하지 않아야죠”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비상식적인 일들이 상식적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금수저’들의 비도덕적인 행태, 최근 이슈가 된 모 항공사 재벌의 갑질이 대표적이죠. 잘못에 대해 징벌하는 사회장치는 항상 존재해왔지만 그것이 통하지 않는 부류가 있다는 게 문제 같아요. 하지만 세상은 달라져야 하고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목소리를 높이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으니까요. 이럴 때 정부 차원의 발걸음도 함께 움직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직하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삶이 더 나아지는 사회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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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33)
“어린 우리를 더욱 잘 지켜주세요”
지금보다 안전한 세상에서 살 수 있게 해주세요. 지난해 뉴스에서 본 ‘어금니 아빠’ 사건은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우리 어린 친구들을 지켜줄 수 있는 경찰 아저씨들이 곳곳에 계셨으면 좋겠어요. 나쁜 일을 저지르는 사람은 곧바로 감옥으로 보내주세요. 이 세상을 마구 다니지 못하게요. 제가 주짓수를 배우는 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예요. 저는 앞으로 많은 사람을 도와주고 존중하는 어른이 되겠습니다. 약속합니다. 우리 사회와 어른들도 그런 사회를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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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민(11)
“무분별한 애견 분양 막는 법적 조치 강화돼야”
애견 미용 업무를 하고 있어서인지 평소 강아지 분양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분양이 굉장히 쉽게 이뤄져서 유기되는 강아지들이 너무 많아요. 미국의 경우 강아지 기르기에 대한 기초교육이 선행돼야만 분양할 수 있다고 해요. 분양과 관련한 법적 규제가 더욱 엄격해진다면 유기견 문제 해결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요? 더불어 애견 미용사의 처우도 개선되는 조치가 마련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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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서경(28)
“동물 학대 심각성 공론화돼야”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하다 보면 화가 날 때가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동물을 학대하는 모습을 아무렇지도 않게 공개하는 사람들을 볼 때 가장 분노하게 돼요. 누군가는 사람과 동물의 인격이 어떻게 같을 수 있냐고 이야기하지만 저는 동의할 수 없어요. 사람이건 동물이건 학대에 따른 고통은 다르지 않을 테니까요. 동물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은 그 고통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동물 학대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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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욱(26)
“주짓수 선수 훈련 정부 지원 있었으면”
저는 선수가 되겠다는 목표로 주짓수를 시작했습니다. 외국과 비교하면 국내에서는 주짓수 선수로 활동하기가 어려운 편이에요. 대회에 나가려면 온전히 자비를 들여야 하고, 외국 친구들처럼 학교에서 주짓수 훈련을 할 수 있는 여건도 충분하지 않은 편이고요. 제 꿈은 주짓수 세계챔피언이 되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 매일 학교가 끝나면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아요. 정부에서 지원을 해준다면 지금보다 훈련환경이 훨씬 나아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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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연(19)
“아시안게임 종목 주짓수 선수들 목소리도 들어주세요”
주짓수는 8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2018 아시안게임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습니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출전도 계획된 상태입니다. 다만 주짓수 협회들 간에 이견이 있어 자비로 출전할 수밖에 없게 됐어요. 정부에서는 세분화된 협회들이 합의점을 찾아야 예산 지원 등을 해주겠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릅니다. 협회들의 입장 대립은 빠르게 해결될 수 없는, 고질적인 부분이에요. 정부가 협회 단일화를 전제로 예산 지원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현실을 직시해줬으면 합니다. 주짓수를 사랑하는 우리 목소리를 조금 더 세밀하게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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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민(43)
“청년취업희망카드 같은 취준생 재정 지원 늘길”
신소재공학을 전공하고 반도체 분야 취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여느 취준생이 그렇듯 저 역시 수차례 어학시험을 치러야 해요. 다만 6개월 동안 매달 30만 원씩 지급되는 ‘대전청년취업희망카드’를 지원받고 있어 비용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감사하죠. 주변을 보면 조금 빠르게 취업한 친구가 있는가 하면, 꽤 오랜 시간을 취업 준비에 투자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재정적 부담도 가중될 텐데 더 많은 취준생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지원책이 늘어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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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규(28)
이근하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