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100세 시대, 인생 주기로 따져봤을 때 50이라는 나이는 그야말로 중심에 있는 숫자다. 서울시는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경험하기 시작하는 50세 이상 장년층, 일명 ‘젊은 어른’이 인생의 전환기를 맞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서부, 중부캠퍼스에 이어 지난 3월 5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 세 번째로 개관한 남부캠퍼스를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정책 홍보에 신경을 써주셨으면”
서울시에서 50플러스 세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해요. 사실 저희가 대접을 못 받는 세대였거든요. 입사 지원을 해도 이력서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많고, 일자리도 별로 없었어요. 50플러스재단에서는 은퇴 후 인생 전환을 준비하는 세대에게 다양한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보람일자리’ 추천도 해주니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바라는 점이 있다면 홍보에 더 신경 써줬으면 좋겠어요. 아직 모르는 분들이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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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실(55, 남부캠퍼스 50+학습지원단)
“은퇴 후 교육기관이 더 늘어났으면”
저는 학습지원단 2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사실 퇴직을 하면 막막하거든요. 노인도 아니고 청년도 아니고, 사회에서 받아주는 곳은 현실적으로 없어지죠. 은퇴 후에도 제 일을 하고 있다는 데 만족감을 느낍니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더 많은 지역에 50플러스 세대를 위한 센터나 캠퍼스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퇴직 후 무엇을 할지 몰라 막연한 불안을 느끼는 분들에게 마중물 역할을 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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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희(61, 남부캠퍼스 50+학습지원단)
“일할 수 있는 공적인 장을 열어주세요”
현실적으로 50플러스 세대가 되면 이력서를 봐주지도 않아요. 사적인 시스템에서는 일할 수 있는 기관조차 없는데, 공적 기관이 우리 세대가 일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점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내 커리어를 활용해서 일을 이어가는 것도 만족스럽고, 교육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그동안 했던 것과 다른 일을 새롭게 찾을 수 있는 점도 현실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누리며 일할 수 있는 장이 열리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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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56, 남부캠퍼스 50+컨설턴트)
“수입 뒷받침되는 일자리 발굴도 늘려줬으면”
50플러스 세대 이야기는 청년문제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자녀들이 취업하고 독립을 하면 우리 세대의 짐이 덜어지는데, 그게 해결이 되지 않으니 서로 맞물려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제게는 기회가 주어져 감사하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지만, 이 말은 가족 중 누군가 생계를 해결해주고 있다는 말이기도 해요. ‘보람일자리’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좋지만, 더 나아가 경제적으로 좀 더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해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노년이 아닌, 노년을 준비해야 하는 세대로서는 용돈 수준보다는 좀 더 안정적인 수입이 필요한 경우도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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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경(59, 남부캠퍼스 50+학습지원단)
“세대 간 이해와 협력에 힘썼으면”
50플러스재단에서 운영하는 학습안전관리지원단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을 하면서 느낀 점은 현장에서 세대 간 이해와 협력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것이에요. 협력기관에 업무 배치를 하면 ‘왜 굳이 은퇴 후 세대의 일자리를 만드느냐’는 식의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3040세대는 본인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 작업은 우리 세대만이 아닌 미래세대까지 아우르는 일이거든요. 세대의 통합과 공감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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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자(56, 남부캠퍼스 50+보람일자리 전담매니저)
“지방에도 다양한 기관이 생기길”
저를 포함한 또래 친구들의 고민은 같습니다. 은퇴 후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막막하고 두려워해요. 심각한 경우 중년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나름의 성취감을 얻으면서 답을 찾아가는 중인데, 지방에 사는 친구들은 이런 기관 자체가 없어서 더 답답해하더라고요. 좋은 정책은 전국적으로 확장하고 홍보도 많이 해서 우리 세대의 고민이 해결됐으면 합니다. 청년, 노년이 아닌 50플러스 세대에도 관심을 가져주세요. 그리고 도심뿐만 아니라 지방에도 이런 기관들이 생기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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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란(54, 남부캠퍼스 50+학습지원단)
“전문적인 상담 프로그램 활성화됐으면”
50플러스 세대는 심리 상담을 많이 받아요. 관련 강좌도 많은 편이고요. 이들을 대상으로 공공기관에서 전문적인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해주면 좋겠어요. 심화된 상담을 나누고 싶어도 신경정신과 상담을 받으면 기록이 남아 주저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 공공기관의 성격을 띤 장소에서 전문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다면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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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숙(55, 남부캠퍼스 50+학습지원단)
“자원봉사활동 마일리지 제도를 추천합니다”
50플러스 세대의 자원봉사활동 참여 인구가 15%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를 봤습니다. 그만큼 활동 경험이 적단 말이죠. 앞으로 베이비붐 세대가 퇴직을 하고 대거 사회에 나올 텐데, 그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일종의 마일리지 제도를 활용해서 그 포인트로 사회복지정책으로 들어가는 경비를 대체하는 방식은 어떨까요. 포인트로 불우이웃돕기를 한다거나, 본인이 자원봉사가 필요할 때 봉사원을 부를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된다면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자원봉사활동 자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관도 필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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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현(58, 남부캠퍼스 50+보람일자리 전담매니저)
임언영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