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티│생각이 너무 많아서…
│멘토│머리를 쓰는 대신 몸 쓰는 일을 해야
Q. 저는 생각이 너무 많습니다. 일을 할 때나 안 할 때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다 보니 결정을 잘 하지 못합니다. 간단한 일조차 그렇습니다. 머리가 아프고 삶의 질이 떨어집니다. 상사한테도 핀잔을 자주 듣습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A. ‘생각이 많다’는 것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일까요?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닙니다. 제가 정의하는 ‘생각이 많다’는 것은 몸은 움직이지 않고 머리로만 모든 일을 해결하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게으르다는 것이지요. 다음은 그에 대한 해결 방법입니다.
우리 몸의 주인은 누굴까? 주인인지 아닌지 무엇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곳이 주인이다. 여러분은 어디에 가장 많은 에너지를 쓰는가? 움직이지 않고 하루 종일 이 생각 저 생각을 한다면 뇌가 주인이다. 온종일 산을 타고 있다면 다리가 주인이다. 사람마다 주인이 다른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면 몸의 주인이 아닌 뇌가 현재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인이 아닌 자가 주인 노릇을 하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거기에 관한 의견 하나를 소개한다.
“뇌는 우리 몸의 주인이 아니다. 진화 과정에서 뇌는 한참 나중에 나타난다. 몸의 중심은 입과 성기다. 먹는 것과 번식이 생명체의 근본이다. 인간이 최강의 포식자가 된 것은 언어중추가 발달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문명이 발전했다. 그런데 문명이 극도로 발달하면서 주객이 전도됐다. 몸을 위한 부속기관인 뇌가 주인 행세를 한다. 몸에서 유리되어 제멋대로 논다.
그래서 각종 신경질환이 생긴다. 히스테리, 우울증, 정신분열, 공황장애 등. 종이 되어야 할 뇌가 주인 노릇을 하면서 일어나는 정신질환이다. 수행의 목표는 뇌가 분수를 지키게 하는 것이다. 뇌를 제자리에 갖다 놓는 것이다. 몸에 순종하게끔 하는 것이다.” 김성철의 <붓다의 과학 이야기>에 나오는 대목이다. 한마디로 지나치게 머리 쓰는 걸 자제해야 하고 그게 바로 수행이라는 것이다.
생각이 많다는 건 머리만 사용하는 것
번잡(煩雜)한 사람이 있다. 생각이 복잡하고 따지는 게 많다. 안 되는 것도 숱하고 하라는 것도 엄청 많다. 그런 사람과 있으면 피곤하고 고통스럽다. 잠시 옆에 있는 사람도 힘드니 본인은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본인도 생각이 많다는 걸 인지한다.
그런데 ‘생각이 많다’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정의하는 ‘생각이 많다’는 것은 몸은 움직이지 않고 대신 머리만 사용하는 것이다. 아니, 몸이 지나치게 편한 것이다. 먹고살 만하고 뚜렷이 하는 일이 없으니 에너지를 쓸데없는 생각에 쓰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이 가치가 있을까?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도움이 되기는커녕 본인의 몸과 마음만 상하게 할 뿐이다. 물론 주변 사람도 상하게 한다.
먹고살 만하니 병이 들었다는 것도 난 비슷하게 해석한다. 전에는 먹고살기 힘들어 몸을 많이 썼고 생각할 여유가 적었는데 살림이 피면서 몸은 편해지고 생각이 많아지며 육체와 정신 사이의 균형이 깨진 것으로 난 해석한다.
근데 생각이란 게 과연 무엇일까? 언제부터 이렇게 생각이 많아졌을까? 이유 중 하나는 정보의 과잉이다. 스마트폰으로 쓸데없는 정보를 많이 알게 된 것이다. 몰라도 좋고 알 필요가 전혀 없는 것, 아니 알면 좋지 않은 걸 너무 많이 알게 된 것이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하와이 여행 가는 걸 내가 알아야 하나? 사돈의 팔촌이 올린 맛집 사진을 봐야 할 이유가 있는가? 운동으로 다져진 모르는 이의 몸을 보며 내 몸을 미워할 필요가 있을까? 보수와 진보 중 꼭 하나를 골라야 할까? 그 사람이 다른 사람 욕하는 걸 왜 내가 들어야 할까? 그야말로 영양가 제로의 정보와 지식이다.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부러워하고 나를 미워하고 영혼이 복잡해진다.
문제는 에너지의 낭비다. 쓸데없는 곳에 에너지를 소비하니 정작 사용해야 할 곳에 쓰지 못한다. 하는 일 없이 피곤하고 짜증이 난다.
몸이 힘들면 쓸데없는 생각은 사라져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이다. 머리를 쓰는 대신 몸 쓰는 일을 하는 것이다. 가혹할 만큼 운동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몸이 힘들면 쓸데없는 생각은 없다. 몸이 힘들면 그깟 생각이 들어올 여지가 없다.
다음은 스마트폰 사용의 자제다. 끊을 수는 없겠지만 이용을 자제할 수는 있다. 현재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의 노예다. 하루 종일 끼고 산다. 도대체 그게 뭐라고 신주단지 모시듯 끼고 있을까? 생산적인 삶을 위해서는 스마트폰의 노예에서 벗어나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야 한다. 그러면 시간이 남는다. 그 시간에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것이다. 하늘을 보며 걷고, 바람을 느끼고, 사진을 찍는 대신 그 순간을 즐기는 것이다. 무엇보다 남이 아닌 내 몸이 하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마지막은 명상이다. 차분히 앉아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다. “생각이나 계획, 기억이 나쁜 건 아니다. 그런 것들 없이는 살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이 삶의 95%나 차지하고 있다. 이것들 때문에 순간을 느끼는 시간이 너무 줄어든다는 게 문제다. 사티(Sati: 알아차림, 깨어 있음) 할 시간이 없어 덧없는 희로애락에 집착하고 삶을 두려워하고 온전히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는 것이다. 생각을 적게 하면 사티를 많이 할 수 있어 더욱 충만하게 살 수 있다.” <처음 만나는 명상 레슨>의 저자 잭 콘필드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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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근태_ 핀란드 헬싱키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리더십센터 소장을 역임하고 기업 경영자, 청년들을 상대로 리더십과 성공 노하우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세리CEO의 북리뷰 칼럼을 15년 넘게 연재했고 《DBR》 <머니투데이> 등에 칼럼을 쓰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누가 미래를 주도하는가> <한근태의 인생 참고서> <경영의 최전선을 가다> <청춘예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