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
김주대 글·그림
소리를 멀리 보내기 위한 무게였던 적도 있었지만
범종은 소리를 토한 뒤 적막을 모으기 위해 땅으로 열린 귀야
당좌를 얻어맞은 쇠는 몸부림치고 끓겠지
냄비 뚜껑을 잠깐 열 듯이 넘치지 않기 위해 경계를 넘어 울음을 내보냈던 것뿐
범종은 울기 위한 뜨거움이 아니라 듣기 위해 차가워진 귀였던 거지
종소리는 먼 데를 물들이고 비처럼 쏟아져 꽃을 피우는데
범종의 귓구멍은 땅으로 얼마나 캄캄하게 열려 있는지
절마다 귀를 걸어놓고 부처를 찾지만
사람들 머리 양쪽에 범종 두 개 이미 무겁네

김주대_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창작과비평>을 통해 시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그리움의 넓이>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 시화집 <그리움은 언제나 광속> <시인의 붓> 등이 있다. 시가 문자화된 노래라면 그림은 시의 시각적 확장이라 생각하며, 시를 그림으로 그리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 페이스북 ‘김주대’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뉴스레터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