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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은 요즘 학교에서 하는 종이접기 때문에 걱정이 많다. 꽃이나 별 같은 것을 접는데 손이 야물지 못해서 생각대로 잘되지 않는 모양이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도 종이접기를 했는데 그때도 종이접기를 어려워했다. 초등학생이 됐는데도 종이접기가 이어지니 어려운 일이 계속 자신을 따라다닌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어린이집에 비해 종이접기의 난도도 높아져서 같은 꽃이나 별을 접어도 어린이집에 다닐 때보다 많이 정교해지고 복잡해졌다. 어른인 내가 봐도 동영상을 보며 도움을 받아야 접을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아무튼 요즘 아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종이접기인 것 같다.
며칠 전에도 학교에서 초가집 접기를 했는데 종이를 잘못 오려서 망쳤다며 울상을 지었다. 교실 뒤쪽에 전시하는 거라 잘 만들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더 속상한 것 같았다. 나는 아이가 좋아하는 코코아를 타서 앞에 놓아주며 말했다. 종이접기는 잘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정말이야. 아빠도 옛날에 종이접기를 못했는데…. 봐, 괜찮잖아.”
하지만 아이는 전혀 수긍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종이를 잘못 잘라서 망쳤다는 말을 반복하며 코코아만 마셨다. 사실 내가 아들에게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종이접기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어쩌면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말이었다. 세상에는 종이접기보다 중요한 것도 많지만 그런 것들도 네가 그것 때문에 속상해할 만큼 중요하지는 않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물론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그냥 괜찮다는 말을 몇 번 더 해주면서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1990년 2월 14일 보이저 1호는 매우 인상적이며 의미 있는 사진을 한 장 찍었다. ‘창백한 푸른 점’이라는 유명한 사진이다. 보이저 1호가 지구에서 약 60억km 떨어진 곳에서 촬영한 이 사진에는 태양계 6개 행성이 찍혀 있고, 그래서 이 사진은 가족사진이라고도 불린다. 이 사진을 찍기 위해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여러 해에 걸쳐 동료들을 설득해야 했다. 그리고 0.12화소의 크기로 찍힌 지구는 그의 의도대로 사람들에게 겸손함을 가르치기에 충분했다.
이 사진을 처음 본 것은 오래전이지만 나는 요즘도 가끔 이 사진을 찾아본다. 사진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늘고 긴 태양의 반사광이 비치고 어느 한 지점에 작은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는데, 그 안에 있는 지구는 정말 작고 보잘것없는 점처럼 보인다. 칼 세이건의 말처럼 전혀 특별할 것이 없는 창백한 푸른 점일 뿐이다. 이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정말 많은 생각이 든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이, 과거의 어떤 일을 잊지 못하는 것이, 지금 겪고 있는 일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괴로워하거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며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언젠가는 아들과 함께 천체망원경을 들여다보며 우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천체망원경은 우리가 얼마나 작은 별에 살고 있으며 얼마나 보잘것없는 일 때문에 괴로워하고 연연하는지 가르쳐줄 것이다. 물론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지금 아들에게는 모기가 가장 무서운 생물인 것처럼 종이접기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다. 유치해 보이지만 아들에게는 유치한 일이 아니며, 아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상 나 역시 종이접기를 유치하게 볼 수 없다. 아이는 지금 어떤 단계를 거쳐가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종이접기지만 다음은 다른 것 때문에 고민할 것이고, 그다음은 또다시 전혀 다른 일 때문에 힘들어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생각만큼 중요하거나 심각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집 근처에 천문대가 있다. 한적하고 예쁜 곳이라 아들과 함께 올라가서 종종 차를 마시고 돌아오는데 초등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으면 참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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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식_ 소설가. 2012년 한겨레문학상 수상. 소설 <굿바이 동물원> <두 얼굴의 사나이> <리의 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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