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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가만히 서서 달을 바라보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일부러 시간 내서 달을 바라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어쩌다 밤하늘을 보며 달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해도 다시 하던 일과 가던 길로 돌아간다. 시간의 여유가 있고 달이 유난히 예쁠 때도 평소보다 좀 더 오래 달을 구경하다가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된다.
며칠 전 나는 모처럼 여유가 생겨서 공원 정자에 앉아 10분쯤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달이 저기, 내 머리 위, 하늘에 떠 있을까? 정확히 말하면 어떻게 달이 지구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궁금해서 바로 인터넷에 들어가서 알아봤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것처럼 달도 지구의 주위를 돌고 있다. 달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하루에 13도씩 움직인다고 한다. 그러니까 360도를 움직여서 지구를 한 바퀴 돌려면 약 27.3일이 걸리고 그게 달의 공전주기인 셈이다. 그럼 지구와 달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달은 지구 주위를 돌면서 원심력을 가지게 된다. 반면 달보다 질량이 큰 지구는 구심력으로 달을 잡아당기고 있다. 멀리 튕겨나가려는 원심력과 그와는 반대로 작용하는 구심력의 크기가 같아지는 지점이 바로 달과 지구의 거리인 셈이다. 그러니까 원심력이 구심력보다 세면 달은 멀리 튕겨나가고 구심력이 원심력보다 세면 지구와 달이 부딪치는 것이다. 다시 한번 달을 올려다보며 두 힘의 절묘한 균형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에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문득 이제 막 초등학교 입학한 아들과 나 사이에도 이 두 힘이 작용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에게 비밀이 생기기 시작한 게 1년쯤 전인 것 같다. 좋아하는 색깔이나 몸에 난 두드러기가 비밀일 때도 있고 어제 있었던 일이나 무서워하는 어떤 것이 비밀일 때도 있다. 그렇게 하나둘씩 비밀이 늘어나면서 아이는 독립적인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겠지만 아빠 입장에서 볼 때 아이의 비밀은 원심력이다. 자기 방의 문을 닫거나 아빠를 찾지 않고 오랜 시간 혼자 있거나 예전에는 누군가 도와주어야 하는 일을 혼자 해내면서 아이는 부모에게서 점점 멀어져간다. 그런 아이를 보면서 부모는 생각한다. 우리 아기 많이 컸네.
요즘도 같이 어디에 갈 때는 손을 잡고 다니지만 예전처럼 늘 잡고 다니지는 않는다. 가끔 아이는 손을 놓고 앞서서 걸어간다. 그런 아이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좀 낯설고 대견하기도 하지만 너무 멀리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시선이 닿는 곳에, 내 목소리가 들리는 곳에 아이가 서 있었으면 한다. 그러다 한 번씩 돌아와서 손을 꼭 잡고 얼마쯤 같이 걸었으면 좋겠다.
아이가 자라면 원심력도 점점 커진다는 것을 안다. 그건 아이와 나와 아내가 겪어야 할 과정이다. 하지만 아는 것과 그것에서 느끼는 정서는 전혀 다른 문제 같다. 멀어지는 아이의 뒷모습은 모든 부모를 슬프게 한다. 이런 감정이 아이와 나 사이의 구심력으로 작용한다. 이름을 불러 아이를 세우거나 보폭을 넓혀서 앞서 가는 아이를 따라잡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세게 잡아당기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구심력이 너무 세면 달은 지구에 부딪혀 부서지고 만다.
그러니까 나는 지구이고 아이는 달인 셈이다. 언젠가 시간이 흐르면 그 반대가 되겠지만 아직은 그런 것 같다. 달은 멀어지려는 원심력을 가지고 있고 지구는 잡아두려는 구심력이 있다. 그건 어쩔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원심력과 구심력의 균형 있는 조화다. 이제 보니 달이 아름다운 것은 달 때문이 아닌 듯하다. 어쩌면 달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달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나는 지구에 서서 달을 바라본다. 아이는 달에 서서 지구를 바라보고 있다. 멀리 튕겨나가거나 너무 잡아당겨서 부딪치지 않는 거리에서 언제까지나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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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식_ 소설가. 2012년 한겨레문학상 수상. 소설 <굿바이 동물원> <두 얼굴의 사나이> <리의 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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