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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티│생산성을 높이려면…
│멘토│맘보다 몸 먼저 가게 반복 또 반복해야
Q. 나름 열심히 일합니다. 일찍 회사에 출근해 주어진 일을 착실하게 합니다. 근데 초년병이라 갑작스럽게 치고 들어오는 일도 많고, 이 사람 저 사람이 여러 방법으로 다양한 일을 시켜 정신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작 제 일을 제대로 못해 잔업을 하거나 주말에도 집에서 일하며 ‘번아웃’된다는 느낌이 듭니다. 일을 생산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A. 세상에 한 가지 일만 하는 사람은 갓난아이 외에는 없다. 다양한 일들을 처리하면서 살 수밖에 없다. 일도 해야 하고, 연애도 해야 하고, 집안일도 해야 하고, 개인적인 발전에도 신경 써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일을 생산적으로 할 것이냐는 중요한 이슈다.
핵심은 생산성이다. 생산적인 삶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생산성이란 투입 대비 산출물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적은 시간을 투자해 최고의 효과를 내는 것인데 핵심은 루틴(routine, 습관적으로 하는 동작이나 절차)이다.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 거기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다. 리듬감을 찾는 것이다. 우선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가 쓴 글의 일부를 인용한다.
<노인과 바다>의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매일 자신이 쓴 단어의 수를 기록할 정도로 글 쓰는 작업을 관리했다. <보바리 부인>의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는 “부르주아처럼 규칙적이고 정돈된 삶을 살아라. 그래야 격정적이고 독창적인 글을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장 폴 사르트르와 계약 결혼으로 유명한 시몬 드 보부아르는 한때 그녀와 동거한 영화제작자 클로드 란즈만이 이렇게 표현할 정도였다. “파티도 없었고 환영회도 없었다. 그 모든 것을 철저히 멀리했다. 반듯하게 정돈된 삶이었으며 작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짜인 단순한 삶이었다.” 예술가라면 생활계획표 같은 것은 세우지 않고 어떤 제한도 거부한 채 자유롭게 살아갈 것 같지만 작품을 위해 놀라운 자제력을 발휘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교 생활을 상당 부분 포기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사교 멀리하고 규칙적인 생활
미국 작가 토니 모리슨은 “중요한 것은 내가 다른 짓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거다. 출판과 관련한 사교적인 삶조차 멀리한다”고 밝혔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매일 달리고 글 쓰는 규칙적인 생활 속에서 사교적인 삶을 포기했다.
그는 초대를 반복해 거절하면 누구나 불쾌하게 생각하지만 삶에서 더 중요한 관계는 독자와 관계라고 말했다. 독자와 관계를 위해 사교적인 삶을 포기하고 더 좋은 작품을 쓰는 데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영국 평론가 V. S. 프리쳇은 “조금만 깊이 파고들면 위대한 인물들은 한결같은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쉬지 않고 공부하고 연구했다. 1분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을 낙담하게 만드는 근면함이 있다.” 반복 또 반복해야 한다. 한국을 빛낸 14인의 음악인 정경화, 정명화, 정명훈 정 트리오, 조수미, 신영옥, 백건우, 장영주, 한동일 등도 공통점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연습만은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산성의 핵심은 규칙적인 생활이다. 작가는 물론 음악가도 그렇다. 대표 선수는 영화음악의 대가 히사이시 조다. 그는 17장이 넘는 솔로 앨범을 발표했고 <이웃집 토토로> <원령공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다수의 영화음악을 작곡했다. 그의 말을 옮겨본다. “프로란 계속해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일류와 이류의 차이는 자기 역량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어느 날은 괜찮고 어느 날은 그렇지 않다면 프로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분에 자신을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 순간적인 기분에 의존하면 연주가가 갖춰야 할 긴장감을 유지할 수 없다. 페이스 조절을 위해서는 일상생활을 그렇게 해야 한다. 최대한 규칙적이고 담담하게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 프로젝트를 받으면 납기 안에 완성하기 위해 매일 어느 정도 일을 할지 생각한다. 기분에 상관없이 꾸준히 일을 하지 않으면 납기를 지킬 수 없다. 장거리를 뛰려면 페이스를 무너뜨리지 말아야 한다. 일정한 페이스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마음가짐도 갖춰야 한다.”
보통 음악하는 사람의 이미지와는 달리 매우 규칙적으로 일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의지 아닌 습관이 생산성 높여
생산성의 핵심은 루틴이다. 나만의 리추얼(ritual, 규칙적으로 하는 의식 같은 일)이다. 생산성을 위해서는 의지에 의지하는 대신 습관에 의지해야 한다. 마음보다는 몸이 가게끔 만들어야 한다.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는 대신 나도 모르게 글을 쓰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하는 일에 대해 생각하는 힘을 길러서는 안 된다. 오히려 정반대여야 한다. 문명은 무엇을 하는지 생각하지 않고 행동할 때 그리고 그런 횟수가 많아질 때 진보해왔다.” 위대한 철학자 화이트헤드의 말이다.
매 순간 무언가를 의식하고 행동하는 대신 나도 모르게 그 일을 할 수 있어야 생산성을 올린다는 말인데 너무 공감이 된다. 무언가를 의식해서 행동하면 에너지도 쓰이고 변수도 많이 생긴다. 생각은 늘 변덕스럽다. 기분에 따라 왔다 갔다 한다.
최고의 생산성은 생산적으로 일하겠다는 의식을 하지 않은 채 나도 모르게 내가 정한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이다. 생산성의 키워드는 단순화와 집중이다. 루틴은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도구다. 젊을 때부터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야 한다. 나도 모르게 그걸 지킬 수 있게끔 불필요한 습관을 버리고 이를 잘 지킬 수 있는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한근태_ 핀란드 헬싱키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리더십센터 소장을 역임하고 기업 경영자, 청년들을 상대로 리더십과 성공 노하우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세리CEO의 북리뷰 칼럼을 15년 넘게 연재했고 《DBR》 <머니투데이> 등에 칼럼을 쓰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누가 미래를 주도하는가> <한근태의 인생 참고서> <경영의 최전선을 가다> <청춘예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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