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 서비스 화면 갈무리
최근 한국 음악 시장에는 작은 동요가 일었다. 바로 스포티파이가 국내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들렸기 때문이다. 곧이어 사실무근이라는 뉴스가 나오며 기대와 실망이 뒤섞인 혼란스러운 순간이 지나갔다. 스포티파이는 현재 음악 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서비스다. 그만큼 영향력이 크다는 뜻이다.
2019년 2월 기준으로 스포티파이의 월 사용자는 2억 7000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4%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그중 프리미엄(유료 결제) 사용자는 9600만 명 정도로, 한국 인구의 1.8배 규모다. 이런 사용자 규모를 기반으로 광고와 유료 결제로 버는 수익은 2018년도 기준 58억 8000만 달러(6조 6855억 6000만 원 정도)로 현재로선 세계 최대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란 얘기다. 참고로 전 세계 인구 순위는 중국(14억 2006만 명), 인도(13억 6800만 명), 미국(3억 2900만 명), 인도네시아(2억 7000만 명) 순인데, 스포티파이 사용자는 인도네시아의 인구수와 맞먹는다.
최근 스포티파이는 인도에 정식 론칭하면서 인도 시장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 거의 모든 글로벌 서비스의 진입을 사실상 제도적으로 막고 있는 중국 시장의 규모가 ‘그림의 떡’ 같은 거라면 인도는 그에 대한 대안적인 시장이다. 인도가 글로벌 서비스의 각축장이 되는 이유다.
▶멜론 서비스 화면 갈무리
월 2억 7000만 명 사용, 추천곡 정평
스포티파이의 영향력에 대해선 사용자와 생산자의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포티파이는 단순한 음원 유통 서비스가 아니라 사용자와 생산자를 연결하는 콘텐츠 플랫폼의 성격을 지니기 때문이다. 일단 사용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플레이리스트를 선호한다. ‘음악 추천 기능’인데, 타 서비스와 비교해서 매우 좋은 추천곡을 들려주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사용자의 청취 패턴을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골라주는 플레이리스트가 있고 동시에 사용자가 직접 만드는 플레이리스트도 있다. 스포티파이의 플레이리스트는 빅데이터 분석이 반영된 인공지능의 선곡과 전문 인력이 추천하는 선곡이 결합되는데 그만큼 완성도가 높다. 규모가 크기 때문에 최신 K-팝도 거의 전부 업데이트되고 한국 인디 음악만 모아둔 플레이리스트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생산자, 즉 음악가 입장에서 스포티파이는 왜 좋을까? 다른 서비스, 요컨대 애플 뮤직이나 유튜브 뮤직, 그리고 멜론이나 바이브 같은 국내외 음원 서비스와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는 ‘스포티파이 포 아티스트(Spotify for Artists)’라는 프로그램에 있다. 스포티파이를 활용하는 아티스트를 위한 가이드 프로그램인데 여러 방법으로 스포티파이를 써먹는 방법을 알려준다. 예를 들면, 스포티파이에 음원을 등록하는 방법부터 스포티파이에서 제공하는 유저 데이터를 분석하고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법론을 포함한 영상 자료가 있고, 또 한편으론 스포티파이를 콘서트나 음원 발매, 아니면 팬과의 커뮤니케이션에 활용한 사례들을 칼럼 형식으로 공유하는 코너도 있다. 여기에 더해 유명한 음악가들이 출연해서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짧게 공유하기도 하는데 일종의 멘토링이라고 할 수 있다.
음악가 위한 프로그램으로 멘토링까지
‘스포티파이 포 아티스트’는 독립적으로 일하는 음악가나 중소 규모 기획사에 특히 유용한데, 점점 독립적으로 일하는 음악가들이 늘어나고 있는 음악 산업의 흐름상 스포티파이 입장에서는 이들과 직접 계약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특히 메이저 회사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는 애플 뮤직과의 경쟁을 대비하는 데에도 좋은 전략이기도 하다. 사실상 글로벌 사이즈의 음원 서비스인 스포티파이 입장에선 소수의 메이저 뮤지션보다 절대다수의 인디 뮤지션들이 더 많은 매출에 기여할 테니, 그들과 지속적으로 좋은 관계를 맺어가야 하는 것도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과거의 플랫폼 비즈니스는 대규모의 사용자를 확보한 뒤에 광고로 돈을 벌었다. 하지만 오늘의 플랫폼 비즈니스는 대규모의 사용자와 대규모 콘텐츠 생산자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로 돈을 벌어야 한다. 결국 양질의 콘텐츠가 최우선이란 얘기다. 그러려면 콘텐츠 생산자들과 밀착된 파트너십을 맺는 게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 신뢰 관계의 핵심은 수익이다.
스포티파이는 루드르라는 저작권 서비스 업체를 인수하면서 그동안 수익 배분에 대해 불만이 많던 음악가들의 민원을 해결하면서 플랫폼 비즈니스의 성장 가능성도 확보했다. 이것은 유튜브 초기에 여러 국가의 저작권 단체들로부터 소송을 당하고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판결받았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그때 유튜브의 잠재력을 알아본 것은 구글이었고, 구글은 유튜브를 인수한 뒤 자동으로 저작권 행사를 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해 유통배급사와 협의를 이끌어냈다. 스포티파이가 인수한 루드르는 멀티플랫폼 환경에서 사용자가 음악을 들을 때, 그 노래의 저작권자와 연결해서 어떤 곡이 얼마나 사용되었는지 측정해주는 서비스다. 그걸 통해 음원의 사용료를 계산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스포티파이의 행보는 단지 음악 서비스의 비전을 가리킬 뿐 아니라, 네트워크 시대의 콘텐츠 플랫폼이 어떤 방향으로 성장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선구자이기도 하다. 거의 모든 분야의 구조가 흔들리는 지금, 협업과 상생이 바로 그 자체로 핵심 전략이 되어야 하는 시대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초연결 사회 구조에서는 외면이 아니라 내면, 마케팅이 아니라 콘텐츠, 말이 아니라 행동, 무엇보다 진정성과 가치관이 가장 중요한 사업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차우진_ 음악평론가. 미디어 환경과 문화 수용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청춘의 사운드> <대중음악의 이해> <아이돌: H.O.T.부터 소녀시대까지…> <한국의 인디 레이블> 등의 책을 썼고, 유료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에서 <음악 산업, 판이 달라진다> 리포트를 발행했다. 현재는 ‘스페이스 오디티’라는 스타트업에서 팬 문화, 콘텐츠, 미디어의 연결 구조를 고민 중이다.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뉴스레터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