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멘티│관계 맺는 게 어려워…
│멘토│관계의 품질이 사람의 품질
Q:회사 일은 괜찮습니다. 근데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일이 어렵습니다. 외둥이로 자랐고 혼자 시간 보내는 데 익숙한 제게 많은 사람들과 같이 일하고, 같이 밥을 먹고, 누군가와 소통하는 게 힘듭니다. 혼자 있고 싶은데 억지로라도 이들과 관계를 맺어야 하나요?
A:요즘 그런 얘기 많이 듣습니다. 대화보다는 문자나 메신저로 하고, 사람보다 기계와 얘기하는 걸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같이 어울려 노는 것보다는 뭐든 혼자 하는 걸 좋아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혼술, 혼밥에 심지어 여행도 혼자 하는 걸 선호한다고 하네요. 저도 혼자 노는 걸 좋아하기에 일정 부분 이해도 합니다. 하지만 사회적 인간인 우리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지 않고 살 수 있을까요? 혼자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다른 사람의 도움도 받지 않고 성과를 낼 수 있을까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그런 관계에 대한 얘기를 해보지요.
관계의 어원은 ‘서로 참조한다’
관계란 무엇인가? 사람은 혼자 존재할 수 없다. 사람들 사이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내 주변 사람이 곧 나일 수 있다. 그 사람과 관계 맺는 사람을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관계 맺는 사람이 내게 영향을 주고, 나 또한 그들에게 영향을 준다. 인간은 관계를 통해 성장할 수도, 망가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관계란 무엇인가? 관계는 영어로 ‘relation’이다. 어원은 re latum이란 라틴어다. ‘서로 참조한다’라는 의미가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관계란 것이다. 한자로 ‘關係’는 빗장 관(關)에 이을 계(係)다. 열쇠로 잠그면 관계가 닫히고, 열쇠로 열면 관계도 열린다는 뜻이다. 관계를 열쇠에 비유한 것이 절묘하다. 닫는 것도 여는 것도 열쇠를 가진 나 자신에게 있다는 의미다.
계는 부모 자식처럼 피로 이어진 관계를 뜻한다. 피로 이어진 관계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주어진 관계를 뜻한다. 부모 자식, 형제간 같은 관계다. 나머지 관계는 후천적으로 맺는 관계다. 부부가 그렇고 친구, 동료, 이웃도 그렇다.
그럼 좋은 관계란 무엇일까? 서로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관계, 서로에게 긍정적 자극을 주는 관계, 서로를 발전시키는 관계, 서로의 강점을 빛나게 하고 단점을 보완해주는 관계, 내게 필요한 것을 그가 채워주고 그의 부족한 것을 내가 채워주는 관계, 내가 보지 못한 것을 보게 해주고 내가 깨닫지 못한 걸 깨닫게 하는 관계가 좋은 관계 아닐까?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사귀어봐야 한다. 만나자마자 그냥 사귀는 것이 아니라 몇 번 만나보고 교제를 허락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그 사람의 인품과 학문을 겪어본 뒤 본격적인 관계 맺기를 하는 것이다. 이를 허교(許交)라고 한다. 말 그대로 교제를 허락한다는 의미다.
▶게티이미지뱅크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게 하는 사람
삶의 품질이 관계의 품질이다. 자연도 그렇다. 미국 요세미티국립공원에는 갑자기 쓰러져 죽은 거대한 세쿼이아나무가 있다. 번개를 맞은 것도, 벌레가 먹은 것도, 해충에 피해를 입은 것도 아니다. 1606년부터 있던 73m짜리 (400년 이상 됨) 나무가 어떻게 갑자기 쓰러져 죽을 수 있을까? 바로 관계 때문이다. 세쿼이아나무는 무리를 지어 산다. 세쿼이아는 키 큰 나무이긴 하지만 뿌리가 얕아 서로가 서로의 뿌리를 감아서 그 거대한 몸을 지탱해야 한다.
하지만 쓰러진 세쿼이아나무는 삼림 개척으로 인해 다른 세쿼이아나무들과 떨어져 혼자 있었다. 게다가 이 나무를 보기 위해 찾은 수많은 관광객이 나무뿌리를 상하게 했다. 그러면서 나무는 서서히 죽어갔다. 인간도 그렇다. 주변과 관계가 나빠지면 세쿼이아나무처럼 서서히 죽어갈 수 있다. 우리는 주변과 두터운 관계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인간은 관계로부터 사랑받고 보호받아야 한다. 그게 인간이다.
직장 생활을 하는 초년생들은 일보다 관계를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혼자 귀하게 큰 사람들이 층층이 있는 상사, 낯선 동료들 사이에서 매일 부대끼며 뭔가 목표를 향해 같이 일을 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일 보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해야 하는지 멀뚱히 봐야 하는지, 상대가 던지는 무심한 말 한마디에 내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지,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기 싫은 회식 요청을 거절해도 되는지…. 하지만 이들과 관계를 맺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달으면서 관계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확실한 건 좋은 관계를 맺어야 건강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신영복 선생의 <담론>이란 책에 이런 얘기가 있다. 결혼을 결심한 여인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그녀가 이런 답을 했다. “그 사람과 함께 살면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인간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최고의 답변이다. 나를 좀 더 좋은 사람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관계야말로 최고의 관계다. 현재 여러분의 관계는 어떠한가?
한근태_ 핀란드 헬싱키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리더십센터 소장을 역임하고 기업 경영자, 청년들을 상대로 리더십과 성공 노하우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세리CEO의 북리뷰 칼럼을 15년 넘게 연재했고 《DBR》 <머니투데이> 등에 칼럼을 쓰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누가 미래를 주도하는가> <한근태의 인생 참고서> <경영의 최전선을 가다> <청춘예찬> 등이 있다.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뉴스레터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