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를 채우려면 나무가 가득한 숲이 딱이다. 숲은 언제든 발길만 닿아도 좋은 기운을 내뿜는 곳이지만 여름에는 더 좋다.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상쾌함과 시원한 청량감까지 더한다. 초록빛 풍광이 주는 안정감도 모자라 여름 숲에서는 더위도 한풀 꺾인다. 서늘한 기운이 온몸을 휘감는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다. 여름 숲으로 떠나는 이유다.
우리나라에는 아름다운 숲이 많지만 제주에 있는 비자림만큼 특별한 숲은 흔치 않다. 비자나무 자생지는 세계적으로 드문 편이다. 44만 8165㎡에 이르는 제주 비자림은 세계적인 기준으로도 규모가 큰 숲이다. 비자나무는 잎이 가늘다. 얇은 나뭇가지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가는 잎사귀가 뻗어 있는 모양이 머리를 양 갈래로 묶은 소녀의 뒷모습 같다. 비자나무는 제주도와 남부 지방 일부에서만 자란다. 예로부터 열매는 고혈압, 요통, 기침, 소화, 탈모 등 다양한 증상에 효능이 있는 약재로 유명하고 구충제로도 썼다. 나무는 재질이 좋아 바둑판이나 고급가구를 만드는 데 유용하다.
이곳에 있는 비자나무는 제주의 터줏대감이다. 비자림에 있는 나무는 수령이 500년이면 어린 축에 속한다. 한 800년은 돼야 어르신 대접을 받을 수 있다. 이곳에서 가장 ‘어르신’인 나무는 수령이 820년인 ‘새천년 비자나무’다. 새천년 비자나무를 포함해 최소 500년 이상 갖은 평지풍파를 겪은 나무들이 꼿꼿이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 500년 세월 동안 나무는 갈수록 푸르러지고 숲은 촘촘해졌다. 나무들이 오랜 시간을 잘 견뎌준 덕에 2018년을 사는 우리는 이 땅에서 500년 전에 살았던 이들보다 더 아름답고 시원한 숲을 거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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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자나무의 맑은 정기를 머금은 비자나무 우물 ⓒ제주관광공사
비자림으로 가려면 제주공항에서 월정리 방향으로 한 시간 정도를 달려야 한다. 차창 밖으로 멀리 제주의 옅은 에메랄드빛 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사시사철 에메랄드빛을 띠고 있는 제주 바다는 여름이면 색이 더 옅어져 맑은 느낌이다. 바다가 시야에서 멀어지면 비자림이 있는 구좌읍에 다다른다. 파란 하늘과 초록빛 잎사귀가 아름답게 어우러진 비자림이 보인다. 이제 숲을 보기 시작했을 뿐인데 마음이 맑아진다. 머리 위 태양은 여전히 뜨겁다. 열기를 피하려 숲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비자림은 숲 전체가 긴 타원형 모양이다. 탐방로는 왕복 40분 정도 걸리는 비교적 짧은 A코스와 1시간 20분 남짓 걸리는 B코스가 있다. 짧은 코스는 유모차와 휠체어도 다닐 수 있을 만큼 평탄하다. 두 코스가 크게 차이는 없는데 B코스로 가면 비자림 돌멩이 길이 있는 돛오름으로 갈 수 있다.
더위를 가리는 숲의 싱그러움
숲으로 들어서니 시원한 나무 냄새에 온몸의 세포가 깨어난다. 비자림에는 비자나무만 있는 게 아니다. 천선과나무, 자귀나무, 아왜나무, 머귀나무, 후박나무 등 여러 종의 나무와 나도풍란, 콩짜개난, 흑난초, 비자란 같은 희귀식물도 함께 서식하고 있다. 길을 걷다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끝없이 하늘로 뻗어 있는 나무들 틈새로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온다. 숲에 있으니 불어오는 바람도 시원하다. 바람이 얼굴에 닿자 미소가 번진다. “시원~하다”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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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네스코 제주생물권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사려니숲길 ⓒ제주관광공사
‘사려니숲길’도 빼놓을 수 없다. 사려니숲길은 비자림에서 물찻오름을 지나 서귀포시에 있는 ‘사려니오름’까지 약 15km 정도 이어진 길이다. 유네스코가 제주 생물권 보존지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그만큼 다양한 동식물이 이곳을 터전으로 삼고 있다. 졸참나무, 서어나무, 때죽나무, 산딸나무, 편백나무, 삼나무 등 다양한 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오소리, 제주 족제비 같은 포유류와 팔색조, 참매 등의 조류, 쇠살모사의 파충류까지 다양한 동물이 살고 있다.
숲길 탐방은 비자림로 코스, 붉은오름 코스, 사려니오름 코스 등 총 세 가지 길이 있다. 비자림로 입구에서 출발해 붉은오름 쪽으로 향하거나 반대로 붉은오름에서 비자림로로 나가는 구간이 인기다. 붉은오름에서 출발하는 코스는 비교적 한산한 편이라 조용히 숲을 거닐고 싶은 사람이 이용하기 좋다. 천천히 걸으면 세 시간 남짓 걸린다. 오래 걷기가 부담스럽다면 붉은오름 입구에서 출발해 물찻오름으로 가는 한 시간 코스를 걷는 것도 좋다. 숲길은 대체로 평탄하다. 길을 걷다 보면 걷기 편한 시멘트 길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흙길이 더 반갑다. 높이 솟은 나무를 타고 자란 담쟁이덩굴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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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 오는 날 비자림을 방문하면 더 상쾌하고 촉촉한 공기를 느낄 수 있다.
2 초여름을 맞은 비자림과 사려니숲에는 산수국이 은은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제주관광공사
언제든 청량한 공기를 만날 수 있는 곳이지만 좀 더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비 오는 날에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비를 머금은 숲은 공기도 촉촉하다. 어둡고 눅눅하기도 하지만 도시에서 느꼈던 눅눅함과는 다르다. 여름비를 맞고 끈적한 듯 상쾌해진 숲 곳곳에 나무둥치 아래에 깔린 이끼의 습습한 냄새가 비를 타고 온 숲에 퍼진다. 비 오는 숲은 고요하다. 우산 위로 뚝뚝 떨어지는 빗소리와 자박자박 흙길을 밟는 발소리가 운치를 더한다.
7월 한여름 책임지는 전국 명당 피서지
광명동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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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광명시에 있는 광명동굴은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되는 7~8월이면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광명동굴은 한여름에도 기온이 12도 안팎이다. 동굴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오싹한 한기가 온몸을 휘감기 때문에 긴소매 옷을 챙겨 입는 것이 좋다. 동굴 안에는 LED 조명과 뉴미디어를 활용한 아트 프로젝트가 펼쳐지는 ‘동굴 예술의 전당’이 있다. 이곳에서는 빛과 레이저, 퍼포먼스가 조화를 이루는 문화예술공연이 수시로 열린다. 또한 국내 최초 동굴 속 아쿠아월드, 동굴지하세계, 지하호수, 공포체험관, 국내 최대 규모의 용 조형물, 와인동굴 등 20여 가지 관람시설이 있어 지루할 틈 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한국관광공사
연천 한탄강관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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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강에서 발원해 철원, 포천, 연천 지역을 휘감아 임진강으로 흐르는 한탄강은 변화무쌍하고 수려한 풍광으로 유명하다. 한탄강 물줄기가 발원지부터 임진강 합류점까지 현무암으로 된 용암지대를 지나기 때문에 곳곳에 수직 절벽과 협곡이 형성돼 절경을 이룬다. 한탄강관광지는 한탄강 하류인 경기 연천군 전곡리 한탄교와 사랑교 사이 강변에 있다. 자동차야영장, 캐러밴 등 숙박시설뿐 아니라 어린이교통랜드, 물놀이장, 바닥분수대, 생태연못, 체육공원, 산책로 등을 갖추고 있어 가족 휴양지로도 인기다. 7월 마지막 주에는 ‘연천DMZ국제음악제’가 열려 한탄강의 정취를 더욱 운치 있게 만든다.│한국관광공사
거제 해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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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난 경관이 마치 바다의 금강산처럼 아름다워 ‘해금강’이라 불리는 이곳은 경남 거제시 남부면 갈개마을에서 남쪽으로 약 500m 해상에 위치한 바다 섬이다. 해금강은 지형이 칡뿌리가 뻗어내린 형상을 닮아 갈도(葛島)라고도 한다. 하늘에서 보면 세 개의 봉우리가 솟은 모양인데 각각 하늘, 바다, 땅의 신이 관장한다고 해 삼신봉으로도 불린다. 해금강은 유람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야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육지에서 보는 모습과 바다에서 보는 모습이 다르기 때문이다. 오랜 파도와 바람에 깎인 바위는 어디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리 보이는 재미가 쏠쏠하다.│한국관광공사
제주 쇠소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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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곳에 자리한 쇠소깍은 풍광이 독특하고 아름다워 제주 주민들의 피서지로 사랑받았던 곳이다. 쇠소깍은 소가 누워 있는 형태라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제주 방언으로 쇠는 소, 소는 웅덩이, 깍은 끝을 뜻한다. 예로부터 가뭄이면 기우제를 지냈던 곳이라 함부로 돌을 던지거나 물놀이도 못하게 할 만큼 신성한 땅이다. 쇠소깍의 이름에 웅덩이란 뜻이 있지만 규모가 제법 큰 편이다. 양옆에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절벽 위로 나무가 무성하게 우거져 마치 깊은 산속 계곡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쇠소깍 근처에 검은 모래로 유명한 쇠소깍 해변의 경치도 일품이다.│한국관광공사
장가현│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