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과 사람마다 특유의 체취가 있듯 세계 각국의 도시에서도 특유의 냄새가 난다. 그것은 도심의 원초적 냄새일 수도, 혹은 경제적, 문화적 향기일 수도 있다. 이탈리아 중부 지방 토스카나주의 중심 도시 피렌체에서는 도대체 어떤 냄새가 날까.
"피렌체에서 시작된 인문주의와 르네상스는 고대 그리스와로마의 문화에서 양분을 흡수하여 중세를 발판으로 거대한 역사를 이루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그것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나의 것’으로 만든 사람들이 있었다."
신학을 전공하고 스무 해가량 로마 유학을 했던 저자는 이탈리아를 찾아오는 많은 사람을 안내하면서 피렌체를 내 집처럼 드나들었다. 그러니 피렌체의 대성당, 박물관에서 골목골목에 이르기까지 샅샅이 누비며,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곳에 살아 있는 인간미와 도시를 만들고 발전시킨 사람들의 삶과 정신을 탐구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 피렌체는 북쪽은 체르치나 언덕, 북동쪽은 피에솔레 언덕, 남서쪽은 벨로스과르도 언덕이 병풍처럼 둘러 있고, 도심 북쪽과 남쪽을 아르노 강이 관통해 흐른다. 피렌체는 피오렌자 곧 ‘꽃’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흔히 ‘꽃 피는 고을’로 통한다. 이곳은 세계인들이 죽기 전에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도시로 꼽힌다.
피렌체는 인문주의와 르네상스가 태동한 도시다. 도시 곳곳에는문학과 예술, 그리고 과학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12~13세기 인문주의의 특징과 14~16세기 르네상스 정신이 새겨져 있다. 물론 그 이면에는 피렌체 시민들이 있었다.
1966년 대홍수로 아르노 강이 범람했다. 50만톤이 넘는 진흙과 쓰레기가 피렌체의 예술작품을 습격했다. 산타크로체 대성당을 비롯해 고색 찬연하던 궁과 미술관과 박물관, 국립도서관을 덮쳤다. 피렌체 예술과 장인이 감당해야 했던 최대의 위기가 닥친 것이다. 피렌체 시민들은 일어섰다.
귀중한 예술품 복원에 힘을 보태기 위해 피렌체에 모여든 이들을 ‘진흙의 천사들’이라 불렀다. 몇 개월 뒤 도시 재건과 예술품 복원작업을 통해 피렌체는 고미술품 복원에서 권위를 자랑하는 도시로 탈바꿈했다.
인문학의 발상지이자 르네상스를 꽃피운 도시 피렌체는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수많은 거장들의 숨결이 남아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이곳에서 ‘모나리자’를그렸고, 미켈란젤로는 ‘다비드 상’을 조각했으며, 라파엘로는 ‘주님 탄생 예고’를, 보티첼리는 ‘비너스의 탄생’을 그렸다. 또한 마키아벨리는 이곳에서 〈군주론〉을 썼고, 보카치오는 〈데카메론〉을 썼으며, 브루넬레스키는 피렌체 대성당(두오모)의 돔을 설계했고, 갈릴레오는 과학적 연구를 진행했다.
중세 초기에서 중기까지 별 볼일 없던 이 도시는 15~16세기 그 유명한 메디치 가문을 만나면서 아름다운 문화와 경제적 풍요를 바탕으로 르네상스를 상징하는 도시가 된다. 1743년 안나 마리아 루이자가 일흔다섯 살로 숨을 거두면서 300년에 이르는 메디치 가문의 역사는 끝이 났지만, 수많은 예술품 유산은 피렌체 시민에게 돌아갔고 오늘날 전 세계인이 찾아오는 세계 문화예술 수도의 밑거름이 됐다.
저자는 "‘인간’이 먼저라고 말하고 믿는 사람들을위해, 사람이 먼저이고 사람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했던 옛 피렌체인들과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피렌체의 주인공"이라고 말한다. 문화예술의 도시에서는 깊고 진한 인문의 향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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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꽃이 된 도시, 피렌체
김혜경 지음 | 호미 | 464쪽 | 2만2000원
글· 윤융근(위클리 공감 기자) 2016.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