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사회로의 진입.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주요국의 인구 구조가 사상 유례없는 변화를 맞고 있다. 이는 인구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습, 국가의 모습, 그리고 시장의 모습까지 근본적으로 바꾸는 거대한 신호탄이다. 각국의 정책당국은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모습에 대응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본에 생긴 새로운 어른 사회에 대해 연구해온 저자는 "이제는 40대 이상은 되어야 진정한 어른이 되는 현실이다.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어른은 ‘50+세대’이다"라고 진단하며 "이들 ‘50+세대’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없이는 비즈니스도, 국가 정책도 올바르게 시행될 수 없을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지금까지의 비즈니스나 마케팅은 젊은 층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이제는 어른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고령자와 시니어 중노년에 대한 기존의 시각을 뒤집어 ‘50+세대’를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먼저 저자는 이 책에서 ‘50+세대’에 대한 기회를 극대화하고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열쇠로 ‘커뮤니케이션’을 주목한다. 지금까지 고령자라고 하면 ‘건강’과 ‘경제’가 키워드였다. 하지만 앞으로 혼자 혹은 친구, 동료 등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추가해야 한다. ‘50+세대’에게 일반적으로 찾아오는 ‘자녀 독립’과 ‘정년퇴직’ 두 가지 이벤트에 커뮤니케이션을 이해해야 새로운 시니어 트렌드를 읽어낼 수 있다.
시니어 마케팅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 핵심은 시니어에게 ‘시니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시니어를 타깃으로 한 상품임에도 ‘시니어용’이라고 쓰기 어려웠다. 50대 이상 시니어 10명 중 9명이 자신을 시니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노인이라는 말도 거의 쓰이지 않는다. 노인은 ‘실버’로 바뀌었고, 실버 시트라는 좌석도 생겼다. 그동안 시니어 마케팅 담당자들로부터 ‘효과가 시원찮다’, ‘소비자가 움직이지 않는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예전에는 은퇴하면 조용히 살려고 했지만 지금의 50, 60대는 이전과는 확실히 다르다. 그들은 일과 가족 부양의 부담을 내려놓고 드디어 ‘자신의 시간’이 찾아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생의 내리막길이 아니라 인생은 지금부터라며 평생 현역 생활자, 평생 현역 소비자가 되려고 한다. 이른바 새로운 어른의 출현이다.
이런 새로운 어른들은 소비 패턴도 바꿀 것으로 보인다. 즉 패밀리 소비에서 개인형 소비로, 급여형 소비에서 저축 투자형 소비로, 물건 소비에서 정보 소비로, 주말 성수기 소비에서 평일 비수기 소비로 옮겨갈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10년, 20년 사이 새로운 어른 소비가 꽃을 피울 것이다. 공유형 경제를 발전시키거나 기존의 경제와 최적의 형태로 혼합을 꾀함으로써 차세대 경제가 탄생하고, 젊은 세대와 어른 세대의 교류와 협력이 일상적으로 진행되는 사회가 기대된다."
앞으로 ‘50+세대’는 제3 시장을 만들어갈 것이다. 저자는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분석하고 그 내용을 예측한다. 일본을 닮아가는 고령화·저출산 국가인 우리가 이 책의 사례를 유심히 살펴봐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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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시니어 트렌드
사카모토 세쓰오 지음 | 김정환 옮김 | 한스미디어| 392쪽 | 1만7000원
글· 윤융근(위클리 공감 기자) 2016.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