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各自圖生). 제각기 살아갈 방법을 도모한다는 뜻으로, 지금 우리는 안팎으로 각자도생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다. 안으로는 노령화 가속과 경기 침체 등 국내 환경이 악화되고, 밖으로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미국 차기 대통령 트럼프 당선, 무역전쟁 심화 등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인류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한 문명과 문화 그리고 경제적인 성취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무한경쟁과 긴장된 현대의 사회구조는 인간을 고독과 외로움, 좌절과 절망으로 몰아넣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 절망에서 인류를 구해낼 수 있을까.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강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이 속한 부족을 위해 헌신하는 인간 특유의 연대와 결속이 인류 역사를 지탱해온 힘의 근원"이라며 "인류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는 잃어버린 ‘부족의 정신’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먼저 저자는 미국 개척기에 원주민 사회에 동화된 백인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기 시작한 것에 주목한다. 백인들이 아메리칸 인디언들에게 호감을 가진 이유는 여럿 있겠지만 특히 그들이 입는 편안한 옷, 기독교보다 훨씬 너그러운 종교, 본질적으로 계급이 없는 평등주의 사회를 부러워했다. 그러니 당시 백인들은 인간 특유의 연대가 살아 있는 인디언들에게 사로잡히거나 입양되기도 하고, 스스로 인디언 부족에 섞이기도 했다.
"백인 사회로 돌아오고 싶지 않다는 뜻을 드러낸 성인들도 많았다. 쇼니 인디언들은 백인들에게 되돌려줄 포로 중 몇몇을 아예 밧줄로 묶어야 할 정도였다. 어떤 여자들은 백인들에게 인도된 다음에도 기어코 원주민 마을로 되돌아가기도 했다."
종군기자로 포탄과 총알이 날아다니는 사라예보와 아프가니스탄을 취재했던 저자는 전쟁터에서 생면부지 낯선 사람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거는 상황을 목격한다. 그곳에서 만난 군인들은 대부분 전쟁터에서 파괴와 생명의 상실을 생생하게 체험한다. 더불어 동고동락했던 전우와 함께 용기와 충성심과 이타심이라는 고대 인류의 미덕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느끼게 된다. 군인들이고향으로 돌아갈 때 즈음이면 자신들이 그토록 피 흘리며 지키려고 했던 부족사회는 자기 나라가 아니라 바로 자신이 속했던 부대였음을 깨닫는다.
저자는 사람들이 위기에 처할 때 유일한 탈출구가 ‘연대와 소속’임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야기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실시한 글로벌 연구조사에 따르면 부유한 나라의 국민들은 가난한 나라보다 여덟 배나 많이 우울증을 겪는다고 한다. 미국처럼 소득 격차가 심한 나라의 국민은 살아가는 동안 심각한 기분장애를 겪을 위험성이 훨씬 더 높다고도 한다. 가난한 사람들은 풍족한 사람들에 비해 시간과 자원을 훨씬 더남들과 공유하고, 좀 더 상호의존적인 공동체를 이루며 살기 때문이다.
인간은 외롭고 힘들 때 가족, 친구 혹은 친지를 넘어 부족에 기대는 존재다. 인간성을 잃어가고 있는 지금 저자의 목소리는 그래서 묵직하다. "인간은 곤경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니, 사실은 곤경이 있기 때문에 더욱 번성한다. 그들이 정말 싫어하는 것은 ‘내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그런 느낌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그런 느낌을 갖도록 완벽하게 갖췄다. 이제 그런 짓을 멈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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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브, 각자도생을 거부하라
시배스천 영거 지음 | 권기대 옮김 | 베가북스 | 232쪽| 1만3000원
글· 윤융근(위클리 공감 기자) 201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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