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좋아하는 아저씨가 아닌, 개 같은 아저씨! ‘남자이자 나이 많다’는 말 같지도 않은 이유로, 하지만 한국에서는 효용성이 무척이나 큰 두 가지 변수만을 믿고 무례한 짓을 무례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개저씨’다. 이런 용어의 사용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짓눌린 자들의 미세한 저항이다. 가히 혁명적이지 않은가?"
사회학을 전공한 저자는 친구들이 ‘마초’라고 부르던 남자였다. 하지만 아내의 출산을 계기로 자의 반타의 반(?) 페미니스트가 됐다. 블로그에 올린 ‘분만실 40시간 체험, 군대보다 더 무서워’라는 글이 계기가 됐다. 평생 먹을 악플과 욕을 한번에 다 먹었다.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 남자 세계를 진지하게 혹은 유쾌하게 해부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강하지만 슬픈 오늘날 한국 남자를 이해하는 코드로 군대와 학교 교육,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 등을 꼽는다. 권위주의와 경쟁주의 문화에 절어 있는 학교, 폭력과 명령, 복종만이 절대 진리인 군대를 거치면서 남자는 점점 남성(사회적 성)으로 변해간다고 주장한다.
한번 살펴보자. 이 땅에서 평범하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보통 남자도 군대 이야기가 나오면 침을 튀긴다. 목소리 크기는 달라도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자기가 현역 시절 가장 빡센 부대에서 가장 많이 고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 사는 이치는 군대에서 다배웠기 때문에 남자는 모름지기 군대를 갔다 와야 한다고 말한다. 모병제 논의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보인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남자들은 군대를 증오하는 만큼 옹호한다. 저자는 "국가가 군대를, 증오의 원인을 해결해주지 않으니 자기 경험을 배신하는 일종의 유체 이탈 화법으로 심리를 치유한다"고 이야기한다.
"‘남자가, 남자답게!’ 소리를 듣고 성장하는한국 남자들은 폭력을 참아가면서, 수치심을 느끼면서 점점 남성이 되어간다. 한국에서 말하는 ‘진짜 남자’는폭력에 둔감하다. 폭력을 당해도 당하는 줄 모르고, 저질러도 그게 폭력이 아니라 한다. 남성들 개인이 성별에 따른 정체성을 내면화하지 않도록 교육해야 하는 학교가 이 현상을 더욱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
지금도 가정에서는 물론 교실 안팎에서 남자는 ‘남자다움’을, 여자는 ‘여자다움’을 강요받는다. 저자의 경험은 생생하다. 고등학교 1학년 개학 첫날 1분 지각했다. 담임교사는 매를 들었다. 참을 수 없는 고통과 수치심을 느꼈지만 참았다. 그랬더니 주변에서 ‘저 자식, 생긴 것하고는 다르게 남자답더라’라는 응원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 후 더 심한 폭력에 고통스러웠지만 고통을 표현할 수 없었다. 왜? 나는 진짜 남자니까.
저자는 "이렇게 성장한 남성들은 소통과 공감 능력 상실로 이어지기 쉽다"며 "때로는 약자를 공감하는 남성들의 집단 세력화와 결혼과 출산율의 저하까지 부른다"고 주장한다. 또한 우리가 상식처럼 믿고 있는 성에 대한 개념이 얼마나 사회문화적인 편견으로 가득 차 있는지에 대해 주의를 환기시킨다. 왜 진상남, 성희롱남이라는 단어는 없으면서 된장녀, 개똥녀, 김치녀, 맘충 등등 여성을 비하하는 단어는 주기적으로 유행하는지 그 이면을 다양한 시선으로 이야기한다. 한국 남자들의 심리를 해부하는 솜씨가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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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오찬호 지음 | 동양북스 | 312쪽 | 1만4500원
글· 윤융근(위클리 공감 기자) 2016.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