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학교 가는 게 정말 무서워요. 고등학교에 올라가고 얼마 안 돼 사소한 일로 오해를 샀는데 그게 좀 억울해서 울었거든요. 그 뒤부터 아이들이 저만 보면 수군거리기 일쑤예요. 친한 친구가 한 명도 없고요.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오늘도 학교에 가야 한다는 사실이 막막하고 괴로워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요즘 아이들은 덩치는 이전보다 훨씬 크지만 온갖 고민으로 마음이 아프다. 어린 생각으로 보면 눈앞에 닥친 힘든 상황이 거대한 벽 혹은 절망의 늪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러니 우울증에 걸리는 청소년이 해마다 늘어나고, 심지어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해본 청소년 비율도 어른보다 높다. 청소년기의 극단적이고 충동적인 성향은 불안과 방황을 더욱 부채질한다. 흔들리는 아이들을 잡아주는 것이 멘토와 부모, 학교의 역할이다. 과연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접근해야 청소년의 위기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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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음을 들어줘 승한 스님 지음 | 동아일보사 | 320쪽 | 1만3800원
불교적 깨달음에서 오는 성찰로 다년간 청소년을 지도해온 승한 스님이 이들의 고민을 듣고 해결하는 데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렇다고 해서 거창한 충고나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들이 하는 내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맞장구를 쳐주며 상황에 맞는 이야기로 마음을 어루만진다.
"지금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소통과 나눔'이에요. 친구들과 소통과 나눔만 잘해도 학생이 겪는 어려움은 90% 이상 해결할 수 있어요. 먼저 친구들과 눈으로 말을 해보세요. 눈으로 말하는 것만큼 사랑을 전하는 진정한 만남은 없어요. 말하는 상대방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고개 한 번 끄덕여주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의 마음이 활짝 열리거든요."
아이들은 학교 안팎은 물론 일상의 고민까지 스님에게 털어놓는다. '좋은 친구 고르는 법이 있나요', '친구가 맞는 걸 보고도 가만히 있었어요', '욕 쓰는 게 더 편한 걸 어떡하라고요?', '게임을 좋아하는데 부모님이 못 하게 해요', '전 꿈이 없는 것 같아요' 등등 아이들을 괴롭히는 놈은 얼굴 생김새만큼 다양하다.
치열한 학업 경쟁에 시달리는 아이들은 이전보다 물질적으로 훨씬 풍족하지만 엄마 아빠의 애정, 어른들의 관심과 배려, 친구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굶주려 있다. 어찌 보면 이런 상황이 아이들을 빠져나오기 힘든 '절망의 코너'로 몰아넣는지도 모른다. 이미 청소년기를 지나온 어른들은 알고 있다. 자신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자신의 문제는 오로지 자신만이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 친구들은 조언을 건네지만 해결사는 아니다. 그래서 승한 스님은 "마음이 아픈 것도, 그 마음을 해결하는 것도 결국 나 자신 안에 있다"고 말한다.
고통과 두려움에서 빠져나오려면 용기와 어떤 방법이 필요하다. 마음 챙김 명상, 감사 노트 쓰기, 자기 자랑 노트 쓰기 등을 통해 지금 내가 가진 많은 것과 누구나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아챈다면 홀로서기가 가능하다. 승한 스님은 청소년들이 세상과 화해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손을 내민다. 청소년을 위한 고민상담 내용이라 생각했는데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어른도 마음 챙김의 시간이 됐다.
글 · 윤융근 (위클리 공감 기자) 2015.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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