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교민은 고국의 발전상에 가슴 뿌듯해하고, 고국이 고통을 겪을 때는 고향집에 우환이 있는 것처럼 가슴 아파하며 살아간다. 미국 교민도 마찬가지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이어 대통령 탄핵 파문으로 미국 교민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지금껏 품었던 고국에 대한 자긍심에 큰 상처도 입었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 때 내건 슬로건처럼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나라답지 않았던 나라’를 바로잡아 다시 한 번 고국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어줄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뉴욕에서 관광업을 하는 교민은 지난해 한국에서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미국 현지 파트너들에게 “한국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 한국에 가도 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사업이 더 잘되고 덜 되고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이미지가 나빠지면 여파가 오래갈 것이라는 걱정 때문에 한동안 잠을 설쳤다. 대선이 끝나고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후 이 교민은 “새 대통령이 지난 혼란을 발판 삼아 어느 나라도 얕볼 수 없도록 국격을 제대로 회복시켜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최근 한국을 다녀왔다는 교민 사업가는 “예전에 비해 국민이 너무 메말라 있고 갈등의 골이 깊어 보였다”며 걱정스레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 정부가 국민의 활기를 되찾아주고 좌우 이념으로 분열된 국론을 조화롭게 모아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어떤 교민은 최근 들어 급격히 악화된 한국의 대기오염 문제도 걱정했다. 얼마 전 한국에 갔을 때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는데 우리 국민은 심각한 상황에 그냥 적응하는 듯 보였다면서 새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한 특별 대책을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다행히 문 대통령은 업무지시를 통해 석탄화력발전소 일시 가동 중단 결정을 내리고 ‘깨끗한 대한민국’을 약속했다.
탄핵정국으로 약화된 한국의 외교력을 빨리 회복시켜야 한다는 주문도 많다. 뉴욕 소재 풀뿌리 정치참여 시민단체인 시민참여센터(KACE)의 한 간부는 “새 대통령은 외교적 수완을 발휘해 한미 관계를 슬기롭게 잘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변 4강 모두 ‘스트롱맨’ 지도자들이 군림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입장을 지혜롭게 관철하는 역량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코리아 패스’를 시급히 극복해야 한다는 교민도 있다. 뉴욕 외교 무대의 북한 핵·미사일 문제 관련 논의에서 한국의 발언권이 약화되고 있는데 더 이상 이런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미국 교민 중에는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한국의 ‘국내 사정’보다 한국이라는 ‘국가’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 교민의 입장에서, 한국 사회의 진보적 개혁을 주장하는 문재인의 대통령 당선을 반대한 교민이 더 많았을 수도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보여준 여러 행보에 ‘반대파’ 교민이 ‘기대’ 쪽으로 바뀌는 듯하다.
뉴욕 소재 한인 신문사의 한 기자는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구속되는 등 한국 기업이 부정부패에 익숙하다는 느낌을 주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새 정부가 잘 이끌어줘야 한다”며 “문 대통령이 통일을 준비하는 새로운 리더십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교민은 문재인 정부가 경제강국으로서 한국의 경쟁력을 글로벌 무대에서 보여줌과 동시에 세계가 인정하는 통합의 정치적 리더십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문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미국 교민 사회도 기대가 적지 않다. 이국에서 고향 땅을 바라보며 나라가 잘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숨은’ 애국자가 많다는 사실을 문 대통령이 잊지 말기를 바란다.
김덕한 | 조선일보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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