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인천공항을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하는 모습을 보고 ‘세상이 이렇게 바뀔 수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공기관인 우체국시설관리단의 미화원과 경비원도 우정사업본부에 직접고용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
정부는 2018년도 예산안에 5년간 17만 4000명의 공무원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했다. 고용안정을 위해 기간제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청소·경비·시설관리 용역근로자는 무기계약직으로 직접고용 하겠다는 것이다. 또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의 최저임금, 명절상여금, 급식비, 복지포인트 지급에서도 차별을 시정한다고 했다. 그뿐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아이돌보미 수당 등 인건비, 고용부담금 인상도 약속했다.
이렇게 비정규직 문제에 정부가 본격적인 관심을 보이는 모습에 기대가 된다.
지금 일하고 있는 우체국시설관리단은 2000년에 설립되어 2008년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 받아 전국 1000여 개의 우체국을 관리하고 있다. 날마다 우체국을 쓸고 닦고 기름칠하는 일을 하는 미화원, 경비원, 금융경비원, 기술원 등 비정규직 2500여 명이 몸담고 있다. 2018년도 예산안에는 우체국시설관리단의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 157억 원이 들어 있다고 한다. 정부 예산안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비정규직의 설움은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기간제 직원은 언제 회사를 그만둘지 몰라 늘 불안하다. 설령 무기계약직으로 변경된다 해도 최저생활비를 간신히 넘기는 월급에 만족해야 한다. 정부안은 주로 기간제를 무기계약직으로 늘리는 데 집중된 것 같다. 물론 안심하고 직장을 다닐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주는 것은 고맙다. 하지만 처우 개선에도 힘써주었으면 좋겠다.
이번 정부 예산안에 식사비 13만 원이 포함된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이제까지 식사비도 임금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다. 한 번에 좋아질 수는 없겠지만 이처럼 매년 조금씩이나마 처우 개선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또 가능하면 직접고용을 통해 완전한 정규직이 되면 좋겠다. 이런 희망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 후 더욱 갖게 됐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발표한 자료를 보니 우정사업본부가 직접고용을 하면 1인당 월 64만 원의 임금 상승 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이럴 경우 생활임금을 상회하는 수준의 처우 개선이 가능하다.
물론 다들 힘들게 노력해 정규직이 됐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차이는 당연할 것이다. 문제는 그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비정규직 임금으로는 아이를 키우고 가정을 꾸리는 데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내 경우를 보더라도 스물여섯 살 된 딸이 정규직이 되지 못한다면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살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없을 것 같다. 요즈음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이유도 이 때문이지 않을까. 정부가 앞으로도 정규직을 늘리고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는 데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
황미옥 | 우체국시설관리단 비정규직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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