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문재인정부 ‘갑질 근절’ 정책의 최선봉 부서다. 정부는 지난 7월 19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100대 국정과제에 ‘공정한 시장질서의 확립’을 포함했다. 대·중소기업 간 구조적인 힘의 불균형을 시정하고, 대기업의 ‘갑질 행태’를 뿌리 뽑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공정한 상황에서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지난 7월 18일 공정위는 프랜차이즈의 ‘갑질 횡포’에 처음 칼을 빼들었다. 최근 가맹본부의 불공정 관행이 가맹점주에게 많은 피해를 주고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점주들의 부담이 한층 증가하는 시점에서 가맹점주의 권익을 보호하자는 취지였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갑질’을 근절하기 위해 ‘옴부즈맨’도 임명해 지난 7월 2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내부 감시인 활동으로 불공정행위 징후를 제때에 포착하자는 것이다.
지난 8월 14일에는 ‘유통 분야 불공정거래 대책’이라는 두 번째 칼을 빼들었다. 대책이 나오자 필자가 몸담고 있는 공정위 유통거래과는 관련 업체들의 문의 전화로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정부의 강도 높은 ‘유통 갑질 대책’에 유통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는 징표였다. 장기 불황과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으로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규제가 심해져 더욱 어렵다는 하소연들이었다.
그러나 현행법 제도와 집행 체계는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행위를 억제하는 데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인건비 전가와 같은 비정상적 거래로부터 납품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만들 수밖에 없다. 이번에 공정위에서 내놓은 대책에는, 백화점 등의 판촉 행사에 납품업체 직원이 일할 경우 유통·납품 업체 간 이익 비율만큼 인건비를 나눠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익 비율을 정산하기 어렵다면 절반씩 분담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공정위는 구체적인 내용을 정해 대규모 유통업법을 개정한 뒤 시행할 것이다.
이를 위반하면 유통업체는 거액을 부담해야 한다. 공정위가 하도급법·가맹점사업법에 이어 대규모 유통업법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연내 적용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악의적인 불공정행위 적발 시 손해 추산액의 최대 3배를 물어내는 제도다.
공정위는 매년 유통업 가운데서도 민원이 빈발하는 분야를 중점 개선 분야로 선정해 집중 관리할 방침이다. 요주의 업종을 정해 관심을 쏟겠다는 취지다. 올해는 가전·미용 전문점과 각 업태별 판촉 관행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내년에는 TV 홈쇼핑과 기업형 슈퍼마켓(SSM) 분야를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적극적인 내부 고발을 이끌어내기 위해 신고포상금 상한도 기존 1억 원에서 5억 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나친 규제가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안다. “내년 최저임금도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일자리는 늘려야 하고 규제는 강화되니 당혹스러운 심정이다”, “임금과 원자재 인상이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소비가 더욱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러나 이번 공정위 대책으로 대형 유통업체의 법 위반이 대폭 줄어들고 중소 납품업체들과의 상생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
유성욱 | 공정거래위원회 유통거래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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