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우리 대표팀이 아슬아슬하게 진출에 성공했다. 우리 대표팀은 골게터의 결정력 부족, 문전 처리 미숙과 더불어 결정적인 킬 패스와 택배 크로스 능력이 떨어졌다.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5월 10일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문전 처리 능력이 우수한, 골 결정력이 있는, 성과를 내는 정부이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이 중요하다. 문재인정부의 4바퀴 성장전략 중 가장 강조되고 있는 일자리 중심 경제, 소득주도 성장은 바로 축구에서의 골과 마찬가지다. 골을 넣어야 이기는 것처럼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고, 일자리의 질이 개선되고, 소득이 늘어나고, 소비가 활성화돼야 문재인정부의 성과를 국민이 체감한다. 그래야 성공한 정부가 될 수 있다. 4바퀴 성장전략 중 나머지 두 가지(공정경제, 혁신 성장)는 골을 넣기 위한 결정적인 패스와 크로스에 해당한다.
공정거래 질서의 확립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을 통해 동반성장이 이뤄져야 중소기업이 활력을 얻게 되고,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제 주체들이 연구개발과 인적자본에 투자하고 부가가치와 생산성을 올림으로써 혁신적인 경제구조로 체질을 전환해야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고 일자리 창출과 소득 향상으로 이어진다.
지난 8월 말 문재인정부는 국정과제 실천을 뒷받침할 2018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429조 원에 달하는 정부 세출예산(안)은 국회의 더하기, 빼기를 거쳐 12월 초에 확정된다. 내년도 예산안은 새로 출범한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를 본격적으로 뒷받침하게 될 것이라는 점과 문재인정부의 5년 청사진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런 중요한 의미를 지닌 내년도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정부는 ‘내 삶을 바꾸는 예산’, ‘일자리 창출, 소득주도 성장, 혁신 성장을 뒷받침하는 예산’이라고 자평했다. 내년도 예산은 올해(3.7%)보다 증가율이 상당히 높다는 점(7.1%), 그중에서도 보건·복지·노동 예산(12.9%)과 일자리 예산(12.4%)의 증가율이 가장 높다는 점에서 정부의 설명에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 걱정하는 것처럼 재정 건전성에 무리가 가거나 재정이 고갈될 정도로 확장적인 예산은 아니다. 내년도 예산이 올해 본예산(400조 5000억 원) 대비 7.1%나 증가했다고 하지만, 올해 추경예산(410조 1000억 원)과 비교하면 증가율이 4.6%로 보통 수준이다. 그리고 내년에 예상되는 재정수지 적자는 28조 6000억 원으로 2015년(33조 4000억 원)과 2016년(37조 원)에 비해 훨씬 적은 편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도 내년에 –1.6% 정도로 예상되는데, 2015년(–2.1%)과 2016년(–2.3%)에 비하면 높지 않다. 국민의 살림살이가 어렵고 경기가 침체 국면에 있을 때 정부가 재정적자를 감수하고 돈을 풀어서 경기회복의 불씨를 지피는 것은 재정 본연의 역할이다. 그리고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 복지 예산과 일자리 예산을 크게 늘린 것은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혁신 성장을 뒷받침할 연구개발(R&D) 예산이 19조 6000억 원으로 올해(19조 5000억 원) 대비 0.9% 증가에 그쳤고, 산업·중소기업·에너지 관련 예산은 15조 9000억 원으로 올해(16조 원) 대비 –0.7%로 뒷걸음질 쳤다는 점이다.
혁신 성장은 골(일자리, 소득)을 만들기 위한 패스와 크로스에 해당한다. 따라서 혁신 성장이 뒷받침돼야만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 성장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 지금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것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도 훨씬 더 혁신 성장이 강조돼야 하며,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관심과 예산이 중소기업과 창업 생태계, 연구개발 활성화 등에 투입돼야 한다. 내년 예산은 어렵다고 한다면, 2019년에는 더 많은 예산이 혁신 성장을 위해 투입돼야 한다.
김동열 | 서울대 일본연구소 객원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