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일 정부는 ‘종합 부동산 대책’인 ‘실수요 보호와 단기 투기 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6·19 대책 때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추가 대책 가능성을 제시한 후 국지적인 시장 과열 양상이 진정되지 않자 두 달여 만에 추가 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이번 8·2 대책은 국지적 과열 양상을 보이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과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시장 형성을 촉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명확히 표현한 것이다.
8·2 대책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먼저 투기 수요 근절을 위해 서울, 세종 등을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지정해 시장 과열을 잠재우고 주변 지역으로의 확산을 막고자 했다. 또한 주택거래신고지역 지정, 분양가 상한제 확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시행, 사법경찰관 제도 개선, 불법 전매 처벌 규정 강화 등의 보완 조치를 취했다.
두 번째, 이번 대책으로 말미암아 전월세가 상승 등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청년과 신혼부부 등을 위한 다양한 임대주택 확보 방안을 마련했다. 이외에도 재개발 및 재건축 단지의 임대주택 의무 공급 비율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했다.
마지막으로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높여주기 위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차익 과세를 강화하고, 주택담보대출 건수 제한을 강화했다. 이와 함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기준 강화, 중도금 대출보증 건수 제한, 청약제도 개편 등의 조치도 취했다. 동시에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와 연소득 6000만 원 이하 가구에 대한 LTV·DTI 제한 완화 등 실수요자에 대해 정책적으로 배려했다.
대책 발표 이후 서울 강남 4구를 중심으로 급매물이 나오기 시작했고, 세종시 분양주택에 형성돼 있던 프리미엄이 떨어지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이는 시장이 정부의 강력한 메시지를 받아들이면서 가격 거품이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필요 시 추가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번 대책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가격과 전월세가 진정되지 않는다고 정부가 판단할 경우에는 보유세 강화, 전월세 상한제, 계약 갱신 요구권 등을 추가 대책으로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이번에 다소 강한 대책을 발표한 배경에 대해 생각해보면, 여유 자금을 보유한 다주택자들이 재개발, 재건축 시장에 뛰어들어 시장 질서를 교란하면서 서울 등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 급등이 유발됐다는 인식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많은 사람이 주택을 거주 공간이 아닌 투자 대상인 자산으로 인식함으로써 최근의 주택시장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다.
정부가 이례적으로 주택시장에 강한 개입을 하는 이유는 부동산 시장 가격 안정을 통해 국민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과 함께, 이제 부동산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주기를 기대하는 정책철학이 담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가격이 안정됐을 때인 2010년에 국토연구원이 국민과 전문가를 대상으로 미래에는 주택의 가치를 거주와 자산 중 어느 쪽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은가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이때 국민과 전문가 모두 현재보다 미래에는 거주 공간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답했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가격이 다시 오르자 국민은 주택의 가치를 과거에 비해 자산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더 두드러지는 것 같다.
지금 당장 생각한다면, 주택가격이 올라 내 자산이 조금 많아지면 다소 기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중에 더 넓은 집으로 옮겨가야 할 때는 부담이 훨씬 커질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저성장 구도가 고착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현재처럼 주택가격이 계속 오른다면 미래 세대에 많은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대책에도 포함됐지만 정부가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주택 정책을 확대하는 데에는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정책적 배려가 담겨 있는 것이다.
이번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된다고 하더라도 다음에 또 주택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주거비 부담이 증가하는 상황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 당장 우리 세대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다음 세대의 주거안정을 기하기 위해서라도 부동산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유럽의 여러 선진국들은 주택 문제를 수급 조절을 통한 부동산 정책이 아닌 주거안정을 위한 사회정책으로 인식한다. 이들 정부에서 강력한 제도 추진이 가능한 것은 부동산을 자산이 아닌 거주공간으로 인식하는 국민의 인식과 지지가 있어 가능한 것이다. 이제 우리도 부동산에 대한 인식,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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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세일 |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