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3월 1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청년 일자리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 10년간 총 21회에 걸친 청년고용대책이 있었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1월 25일 주문이 직접적인 계기였다. 이 대책이 이른바 ‘3포 세대(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세대)’로 불리는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청년 일자리 대책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한 청년의 소득과 자산 형성을 도와주는 것이다. 소득 보전과 주거 및 교통비 경감, 소득세 감면 등을 통해 1인당 최고 연간 ‘1035만 원+α(알파)’의 소득을 지원한다.
둘째는 창업 지원이고, 셋째는 새로운 취업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다. 지역 산업단지의 활성화나 사회 공헌 등 지역주도형 청년 일자리 사업을 지원하고, 사회적 경제기업에게는 공간과 자금 등을 지원한다.
넷째로 취·창업 역량 강화를 위해 군과 지역 중소기업 간 연계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취업 청년을 대상으로 해외 유학이나 국내 대학에서 학습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이다. 다시 말해 ‘선취업-후학습’의 가능성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네 가지 대책 중 획기적인 것은 역시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에게 직접적으로 소득 보전을 하는 첫 번째 대책이다. 이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의 상당 부분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과거 정부의 청년 일자리 문제를 보는 시각은 이른바 ‘미스매치’였다. 일자리가 없는 게 아니라 청년들이 눈이 높아 중소기업에 가지 않는다는 시각을 견지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청년들의 경우 취업을 하더라도 월 250만 원 이상의 정규직 일자리를 가질 수 있을 가능성은 네 명 중 한 명 미만이라는 현실을 억지로 외면한 것이다. 불안정하고 임금소득이 낮은 직장에서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청년들이 중소기업 일자리를 외면하고 대기업과 공공부문 일자리를 찾아 학교 졸업도 미루고, 끝없는 취업 준비에 매달리는 이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청년 일자리 문제를 보는 시각차
정부의 이번 대책은 과거의 ‘미스매치’식 사고방식에서 탈피한 것으로 보인다. 청년 일자리 문제의 본질을 청년들이 갈 만한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데서 찾고 있는 것 같다. 다만 현재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단기간에 줄이기는 어려운 만큼 정부 보조금을 지원하는 형태로 당분간 그 격차를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다.
2017년 말 발표한 일자리 행정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대기업의 월평균 소득은 474만 원, 중위소득은 413만 원인 데 반해 중소기업의 월 평균 소득은 224만 원, 중위소득은 180만 원으로 나타났다.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평균소득 기준 100:47, 중위소득 기준 100:43.5였다. 중소기업에 취업하겠다고 결심하기 어려운 임금 수준이다. 이번 대책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과도기적인 방안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싶다.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미래 먹거리 산업의 육성과 보상체계 혁신으로 창업이나 중소기업의 여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사회적 대화를 통해 청년 고용안전망을 강화하고 노사상생형 일자리를 확산시키겠다는 의지도 표명하고 있다.
청년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상황은 사실 암울하다. 얼마 전 EBS는 다큐멘터리 ‘퇴사하고 오겠습니다’에서 청년들이 겪는 구직의 어려움과 관련한 많은 신조어를 소개한 적이 있다. 이에 따르면 청년의 상당수는 ‘공취생(공무원과 일반 기업을 가리지 않고 취업을 위해 애쓰는 청년)’이었다가 이제는 ‘호모고시오패스(치열하게 취업 준비를 하면서 예민해지는 청년)’가 되었다. 청년들은 ‘비계인(비정규직과 계약직, 인턴을 반복하는 청년)’으로 지내다가 일부만이 비로소 ‘취업인류(취업을 해야 인류로 진화한다는 뜻)’로 거듭나게 된다. 대학교육이 제대로 될 리가 없고, 청년들이 자유롭게 고민하고 삶의 가치를 찾는 것은 그저 사치스런 일로 보이는 상황이다.
2016년 청년 일자리는 2015년 대비 줄어들었다. 20~29세 일자리는 1만 개, 30~39세 일자리는 무려 15만 개나 줄었다. 특히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 일자리는 9만 개나 줄었다. 일자리를 구했다 하더라도 청년들이 받게 되는 소득은 많지 않다. 29세 이하 취업자 중 77%의 월소득이 250만 원에 미치지 못한다.
2016년 12월 통계청이 공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1년까지 25~29세 핵심 구직 청년층의 인구는 2016년 대비 39만 명까지 늘어난다. 2016년 328만 명이었던 25~29세 인구가 2021년에는 367만 명에 이르게 된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2021년 이후 25~29세 인구는 반대 추세를 보인다. 점차 줄어들다가 속도가 붙으면서 2030년이 되면 2021년 대비 105만 명이 줄어들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청년 일자리 문제가 2021년이 지나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구조적으로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이유는 결국은 생산성의 차이에 기인한다. 생산성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혁신을 통한 생산성 제고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생산성 차이 줄이는 노력 필요
이번 청년 일자리 대책을 통해 이 대책이 없었다면 중소기업에 가지 않았을 다수의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이들 소중한 재원을 잘 활용하고, 이들의 능력과 창의가 사업장에서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산성의 상승을 가져오는 혁신은 획기적인 기술 개발이나 상품의 발명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일터에서 생산과정의 개선, 선진기술이나 관행을 일터에 성공적으로 도입하고 적용시키는 노력 등 보기에는 ‘혁신’이라기보다는 ‘개선’에 의해 이뤄진다. 청년들이 일하고 보람을 가질 수 있도록 비합리적이고 전근대적인 사업주의 전횡이나 ‘꼰대문화’는 일소되어야 한다.
청년들은 대기업이 악이고 중소기업이 선이라는 인식보다는 중소기업이 대기업 못지않게 불투명하고 가부장적인 문화가 횡행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청년들이 오랫동안 중소기업에 가는 것을 꺼려왔던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번 청년 일자리 대책으로 중소기업들은 이전에 보기 힘들었던 우수 청년인력을 다수 만나게 될 것이다. 청년과 중소기업의 새로운 만남이 일터에서의 혁신과 생산성의 증가로 이어져 지난 20년간 확대돼온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생산성 격차 추세가 반대방향으로 전환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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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기│아주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