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제도를 외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나라도 실시한 지 30년 됐기 때문에 이에 관한 실증연구는 많다. 최저임금 보장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실증연구가 일부 있긴 하지만, 절대 다수의 연구는 고용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보장이 근로빈곤과 임금격차를 완화하고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는 비교적 분명한 반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 국내외 대부분의 실증연구 결과다. 미국에서는 최저임금 보장이 범죄율을 낮춘다는 연구도 있다.
최저임금 보장이 고용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은 전체 고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최저임금 보장으로 사용자의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에 최저임금 대상인 저임금 노동자의 고용을 감소시킨다. 동시에 최저임금 보장은 임금 수준을 밑에서부터 끌어올리기 때문에 중하층 임금소득을 증가시켜 소비를 촉진하고 내수 활성화로 고용을 확대하는 효과도 있다.
2017년 12월 현재 555만 명의 자영업자 중 알바생 등을 고용하는 자영업자는 162만 명으로 30% 정도다. 나머지 393만 명의 자영업자들은 혼자 일하거나 무급 가족종사자들과 일한다.
알바생을 고용하지 않는 70%의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보장으로 소비가 촉진되면 매출이 증가해 더 유리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최저임금 보장은 인건비 증가로 인한 고용 감소 효과도 있지만 임금소득 증가로 소비 촉진에 의한 고용 증대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전체 고용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노동소득분배율과 노동생산성을 개선시켜 국민경제를 활성화한다.
문제는 최저임금 보장이 이루어지면 인건비 부담에 의한 고용 감소 효과는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이는 반면, 임금소득 증가에 의한 고용 증가 효과는 일정한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는 점이다.
따라서 최저임금 보장정책은 고용 증가 효과가 본격화하기 전 단계에서 나타나는 고용 감소 부작용이 크지 않아야 안착할 수 있는데, 최저임금 인상률이 너무 높지 않다면 이 문제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최저임금 보장은 소득주도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정책 중 하나다. 따라서 문재인정부는 2018년 최저임금을 16.4%로 올렸고, 그 결과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대상 노동자 비율은 23.6%로 역대 최대치다.
참여정부 때인 2007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12.3%였는데, 그 당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5%, 경제성장률이 5.5%였다. 한국은행 전망에 따르면 2018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7%, 경제성장률은 3.0%다.
2018년 16.4%와 2007년 12.3%의 최저임금 인상률 차이는 명목상 4.1%p에 불과하지만,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란 조건의 차이를 고려하면 2018년과 2007년의 최저임금 인상률의 실질적 격차는 7.4%p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2007년 최저임금 보장으로 별일 없었다고 해서 이번에도 별일 없을 거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이런 이유로 최저임금 보장에 의한 고용 위축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16.4%의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보완대책도 내놓았다. 일자리 안정자금 3조 원 지원,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료 1조 원 지원, 카드수수료 인하, 상가임대료 상승률 상한선 9%에서 5%로 인하 등이다.
정부 보완대책의 목표는 지난 5년간 최저임금 평균 상승률 7.4%를 초과하는 9%p 부분의 사용자 인건비 상승 부담을 최대한 지원해 흡수하려는 것이다. 정부 보완대책이 최저임금 인상분 중 7.4%p만 흡수하면 2018년 16.4% 인상률은 2007년 12.3%의 부담과 사실상 비슷해진다.
그런데 역대 최대 규모의 최저임금 보장은 인건비 상승에 의한 고용 감소 효과도 야기하지만, 다른 한편 임금소득 증가에 의한 고용 증가 상쇄 효과도 역대 최대 규모로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 보완대책이 최저임금 인상분 중 5~6%p 이상만 흡수해주면 2007년처럼 별다른 부작용 없이 안착하는 것을 넘어서 강력한 고용 증가 효과로 고용이 늘어날 수도 있다.
결국 이번 최저임금 보장정책의 성패는 정부 보완대책이 최저임금 인건비 부담을 어느 정도 흡수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카드수수료 인하, 상가임대료 제한의 실효성을 높이고, 사회보험료 부담 문제로 인한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 기피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그런데 1월 말 현재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 건수가 여전히 저조한 상태여서 걱정이다. 일자리 안정자금은 고용보험만 가입하면 신청 자격이 주어지지만, 고용보험에 가입하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도 가입되는 구조여서 영세기업사용자와 자영업자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만일 2월 이후에도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이 계속 저조하면 신청 저조 원인을 파악해 이를 해소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자영업 창업 3년 후 생존율은 2015년 37%다. 생계형 자영업의 과잉 진입, 과당 경쟁은 사회복지 부족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경영 개선 투자를 통해 최저임금 보장 이상으로 노동생산성을 올리는 데 성공한 영세기업과 자영업자는 생존해 매출·고용이 늘겠지만, 그렇지 못한 자는 퇴출되는 구조조정도 발생할 것이다. 최저임금의 대폭적인 보장과 함께 사회복지 확충도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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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철│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