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개월 동안 문화예술계는 코로나19로 인해 불안감을 넘어 붕괴, 초토화의 위기에 놓여 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과 소통에 바탕을 둔 문화예술 활동은 중단되었고, 문화예술 공간은 문을 닫았다. 예술가들은 예술 작품을 발표할 기회를 잃었으며, 작품을 준비하기 위한 공간마저 확보하지 못했다. 가뜩이나 낮은 예술가의 소득은 더 낮아졌고, 예술시장은 침체되었다. 무대가 아닌 택배 현장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예술가가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나라 문화예술 생태계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냈다. 문화예술 생태계는 예술가들의 지속적인 활동과 안전망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문화예술의 보완적 공간으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할 문화예술계의 디지털 역량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문화 뉴딜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중요한 문화정책 전략으로 제기되고 있다. 문화 뉴딜은 예술가들의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문화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위기 상황을 회복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문화 뉴딜은 위기를 겪고 있는 문화예술 생태계에 매우 절박하다. 그러나 문화 뉴딜 전략은 긴급 대응에 그치지 않고 회복, 전환, 혁신 차원의 긴 호흡을 가지고 추진돼야 한다. 코로나19가 끝난다고 해도 코로나19로 인한 문화예술계의 상처와 후유증은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비접촉 환경에서 문화예술 활동 환경 조성, 예술인 복지와 생계 안정, 문화예술 생태계의 지속가능 발전과 안정성, 문화격차 해소, 문화 형평성, 뉴미디어 플랫폼 기반의 예술 생태계 조성 등 다양한 문제는 문화정책의 성찰과 새로운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회적 상처 회복 방법 찾아야
이처럼 문화 뉴딜 전략은 회복, 전환, 혁신의 의미를 내포하지만, 지난 6개월 동안 제시된 위기 대응 정책들은 긴급 지원 차원에서 단기적·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문화 뉴딜이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에 관한 논의는 없다시피 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문화예술의 사회적 가치, 문화정책 전환, 문화예술 생태계의 지속가능 발전, 예술·기술·뉴미디어 플랫폼 생태계 측면을 중심으로 문화 뉴딜의 가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문화 뉴딜은 문화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바탕으로 ‘사회적 불안’ ‘우울증’ ‘외로움’ ‘가족 문제’ ‘사회통합 문제’ 등 코로나19의 사회적 상처를 적극적으로 회복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19는 세계시민 윤리, 문화 다양성, 소통과 공유와 협력, 전염병, 지구 환경오염, 재난 등에 대한 예술적 성찰이 필요하다. 문화예술은 자신감, 자기 수양, 위안, 회복, 지혜, 표현과 소통, 연결의 사회적 가치를 갖고 있다. 문화 뉴딜은 이러한 문화예술이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깊게 스며들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예술가의 역할은 예술 창작자로서뿐 아니라 기록자, 연구자, 교육자, 삶의 동반자로 확장돼야 한다. 문화 뉴딜 사업으로 추진될 공공예술 프로젝트는 예술가의 다양한 활동을 열어가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
둘째, 문화 뉴딜은 문화예술의 가치창조 체계를 바탕으로 지원정책의 전환을 추구해야 한다. 현행 창작 중심의 지원체계는 사전 창작 준비 지원, 창작 지원, 사후 창작품 활용 지원 등 문화예술의 가치창조 체계 기반의 지원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가치창조 체계 기반의 지원사업은 창작 아이디어 발굴, 실험, 창작 자원 개발, 조사 연구, 워크숍, 중장기 창작 활동 등의 문화예술 활동을 촉진할 수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미래 예술 창작 준비 활동을 지원하고, 위기 상황에서 벗어난 후에 창작품을 발표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문화예술 생태계 지속가능 발전 추구
셋째, 문화 뉴딜은 문화예술 생태계의 지속가능 발전과 안정성을 중요한 가치로 추구해야 한다. 코로나19 위기는 우리나라 문화예술 생태계가 매우 불안정하고 취약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예술인의 복지와 생계 안전망, 고용환경 개선 및 일자리 창출, 문화예술 조직의 경영 안정성 등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중요한 문화정책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문화 뉴딜은 현장과 관련성(적실성)을 확보해야 하며, 문화예술 현장에 대한 데이터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예컨대 예술인 고용보험제도가 정착하려면 소규모의 영세한 예술 현장 특성과 예술가의 프리랜서 노동 특성 등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또한 문화 뉴딜은 소수의 수월성보다 다수의 예술가가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지원정책을 확대해야 한다.
넷째, 문화 뉴딜은 예술, 기술, 뉴미디어 플랫폼의 연결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코로나19 비접촉 환경에서 온라인 예술 콘텐츠 제작 및 실시간 재생(스트리밍) 서비스가 중요한 대응 과제로 설정되었다. 이런 온라인 예술 콘텐츠는 디지털 원주민 세대의 등장,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전, 문화예술과 기술의 융합, 실감콘텐츠 산업의 발전,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연계 등과 연관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중요한 문화 쟁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문화예술계의 취약한 디지털 역량, 정보 격차, 온라인 예술 비즈니스 모델 한계, 문화예술과 기술의 협력체계 미구축, 정책체계 미구축 등 온라인 예술 콘텐츠 정책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문화 뉴딜은 이런 기대와 우려를 바탕으로 온라인 예술 콘텐츠에 대한 정책 모델을 정립해가야 한다.
임학순가톨릭대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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