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의 신중년 호텔리어 양성과정 | 한국관광공사
‘퇴직 이후’ 전문가 기고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8년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가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나이는 평균 49.1세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일에서 완전히 물러나는 나이는 남성 72.9세, 여성 70.6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49세에 퇴직해서 72세까지 20년이 넘는 기간을 더 일한다고 볼 수 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서 최근 발표한 ‘5060 퇴직자의 재취업 일자리 경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5060 퇴직자 중 대부분(83.2%)은 다시 일자리를 구했고, 2개 이상의 새로운 일자리를 거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해 평균 5.1개월을 준비했고, 새 일자리에서의 재직 기간은 18.5개월이었다.
신중년들은 40대 후반, 50대 초반에 퇴직해 5개월 준비 후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지만 2년을 버티지 못하고 튕겨지고, 또 준비해서 취업에 성공하지만 다시 튕겨 나오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늙어가는 것이다.
과거 교육-일-퇴직 3단계 삶 끝나
신중년이 가장 많이 종사하는 업종은 단순 노무직이고, 가장 수요가 많은 직업은 청소와 경비 일로 나타났다. 정리하면 대한민국의 많은 신중년은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후 20년 이상을 열악한 직무 환경에서 단순한 허드렛일을 하며 저임금에 시달리는 일을 반복하는 악순환에 놓여 있다. 결국 삶의 질이 떨어진다.
우리 신중년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런던 경영대학원 교수 린다 그래튼과 앤드루 스콧은 그들의 저서 <100세 인생>에서 과거의 교육-일-퇴직으로 이어지는 3단계 삶은 끝났고, 이제는 다단계의 삶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퇴직 후에 보내는 시간이 30년, 경우에 따라서는 40~50년까지로 늘어났기 때문에 상황에 맞는 새로운 일을 개발해야 한다.
50대에 접어든 신중년은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전환기를 겪게 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퇴직이라는 커다란 변화를 맞는다. 이 퇴직이라는 변화는 꼭 한 번은 겪어야 하지만, 겪는 사람 입장에선 매우 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나에 대한 성찰이다.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고 퇴직 후 삶을 구체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퇴직 후에도 계속 일을 할 경우도 있고, 경제활동보다는 사회에 공헌하는 활동을 선택할 수도 있다. 또는 완전히 은퇴해서 유유자적하게 보내는 방법도 있다. 무엇이든 좋다. 하지만 이때의 선택은 내가 60대나 70대에도 계속해야 할 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피할 수는 없는 변화다.
또 다른 문제는 지금 우리 사회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매우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다. 드론이 날아다니고, 인공지능이 우리 사회를 바꾸고, 사물인터넷에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논의까지. 신중년이 어렵게 새로운 삶을 개척했어도 어느 시점이 되면 똑같은 전환기를 맞게 된다. 운이 좋으면 80대에 올 수도 있고, 그렇지 않으면 10년 안에 새로운 전환기를 맞을 수 있다. 또 새롭게 내 삶을 개척하고 또다시 새로운 전환기를 맞는 다단계 삶으로 인생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된다.
좋아하고 잘하는 일 찾아 오래 ‘쭉’
신중년이 나의 일을 찾는 방법을 살펴보겠다. 신중년의 재취업은 이직과 전직으로 구분된다. 이직은 퇴직 전에 하던 일을 퇴직 후 다른 곳에서 하는 것인데, 경력을 활용할 수 있고 이직 과정에서 협상이 가능하기 때문에 가장 이상적인 형태다. 하지만 신중년 퇴직자들이 이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전직은 새로운 일을 배워서 취업하는 형태인데, 그 일에 익숙하지 않아서 경력을 인정받기 힘들다. 고용주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나이도 많고, 전문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전직자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특히 전직을 고려하고 있다면 일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을 찾을 때는 전통적인 일인 노동의 비중은 줄어든다. 여기서 일의 포트폴리오(Portfolio)를 확장해야 한다.
평소 좋아하던 취미, 여가활동도 일의 영역에 포함시키고, 봉사활동 역시 일의 영역 중 하나로 생각해야 한다. 또한 내가 새로운 것을 배우는 활동도 일의 영역에 포함시키자.
그러면 다시 일의 영역이 커지는데, 여기서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신중년은 평생을 일만 하며 살아온 사람들이다. 일과 자신을 동일시했기 때문에 일 말고는 아는 것이 없다. 제일 먼저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것을 할 때 몰입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다른 사람이 알려줄 수 없다. 본인이 적극적으로 부딪히면서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평생 할 수 있는 일로 개발해야 한다. 상상해보시라. 내가 좋아하고, 즐거운 것들을 나의 일로 만들면 그 일이 얼마나 즐겁고 신나겠는가? 아마도 그 일을 하기 위해 나의 모든 열정을 쏟아붓고, 미친 듯이 활동할 것이며, 그곳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일을 통해 하루하루의 즐거움과 보람을 느낄 것이며, 자연스럽게 노후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박영재 한국은퇴생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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