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4일 위대한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호킹은 불편한 몸으로 뛰어난 과학적 업적을 남긴 위대한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인류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분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몸보다 지구에 남겨진 우리 인류의 운명을 더 걱정했습니다. 죽기 직전까지도 우리에게 어서 지구를 떠나라고 재촉했을 정도지요.
호킹 박사는 지구가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될 것이라고 걱정했습니다. 소행성 충돌과 인구 증가, 기후 변화로 사람이 살기 어려울 정도로 지구가 파괴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니 빨리 지구를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지구를 떠날 땐 떠나더라도 따져보기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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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예상도 ⓒShutterstock
지구는 대략 7000만 년마다 거대한 소행성과 충돌하곤 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6600만 년 전에 지름 10km짜리 거대한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했죠. 그때 공룡이 멸종했습니다. 공룡만이 아닙니다. 육상에서는 고양이보다 커다란 동물들은 죄다 사라졌죠. 공룡에게는 안된 일지만 덕분에 포유류의 시대가 열리고 마침내 우리 인류도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제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때가 되기는 했네요.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두려움에 떨 필요는 없습니다. 알면 무섭지 않죠. 지구의 종말을 가져올 수 있는 소행성 충돌을 막기 위한 인류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미 지구 주변을 통과할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을 추적하고 있어요. 각 소행성이 지구를 지나는 사건을 100번이나 미리 시뮬레이션해서 충돌 확률을 계산하고 있습니다. 만약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한다면 우리는 수십 년 전에 미리 그 사실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물론 충돌 직전에야 발견하는 작은 소행성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때도 사건 발생 몇 주 전에 경보를 발령하게 되겠지요.
단순히 소행성 충돌을 예보만 한다면 우리는 불행할 겁니다. 차라리 모르니만 못하겠지요. 두려움과 절망 그리고 공포 속에서 살아야 하니까요. 당연히 소행성 충돌을 사전에 막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소행성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우리가 소행성으로 가야겠지요. 작은 소행성을 우주선이 정확히 찾아갈 수 있을지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일본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는 태양보다 두 배나 멀리 있고 지름은 500미터에 불과한 작은 소행성에 정확히 갔다가 돌아오기까지 했으니까요.
소행성에 가서 뭘 해야 할까요? 가장 쉽게 떠오르는 방법은 영화 ‘아마겟돈’과 ‘딥 임팩트’처럼 소행성을 핵폭탄으로 부숴버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주왕복선에 무거운 굴착기와 핵폭탄을 싣고 소행성까지 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설사 소행성에 우주선이 착륙한다고 하더라도 땅을 파고 핵폭탄을 심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요.
영화처럼 핵폭탄으로 소행성을 폭파시켜도 문제가 있습니다. 핵폭탄을 잘못 터뜨리면 소행성이 산산조각 나게 됩니다. 갑자기 하나의 소행성이 수십 수백 개의 소행성으로 늘어나는 것이지요. 그 가운데는 지구로 떨어지는 것들도 생길 것입니다. 핵폭탄으로 소행성을 폭파시키는 방법은 가장 간단해 보이지만 2차 피해를 일으키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쉽고 안전한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부수는 게 아니라 밀치는 겁니다. NASA의 과학자들은 지난 2003년 소행성에 우주선을 착륙시킨 후 우주선의 추진력으로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자는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로켓에 원자력 엔진이나 플라스마 엔진을 장착한 대형 우주선을 소행성으로 보냅니다. 이 엔진을 작동시켜서 소행성의 진행 방향을 틀자는 것입니다. 핵폭탄으로 소행성을 폭파하는 것보다는 훨씬 안전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소행성은 회전이 심해서 우주선을 착륙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는 그대로 남습니다. 기껏 접근해 보니 도저히 우주선이 착륙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이 확인되면 그야말로 난감한 일이지요.
아하! 직접 접촉하지 않고 궤도를 바꾸는 방법이 필요하겠네요. 과학자들은 고출력 레이저를 쏴서 소행성을 태우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우주선에서 고출력 레이저를 소행성의 한쪽 면에만 쏘는 겁니다. 그러면 소행성의 무게 평형이 바뀌면서 궤도가 틀어져 지구를 피해가게 되겠지요. 그런데 소행성의 궤도를 틀만큼 강력한 레이저를 발생시키는 게 쉽지 않겠네요.
그렇다면 레이저 대신 태양을 사용하면 됩니다. 소행성은 대기가 없기 때문에 태양빛을 받으면 온도 변화가 급격하게 일어납니다. 우주공간에 거대한 거울을 만들어서 태양빛을 소행성에 비추면 어떻게 될까요? 태양빛의 압력 때문에 소행성의 궤도가 뒤로 밀릴 수 있습니다. 여기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소행성 궤도에 영향을 줄 만큼 거대한 거울을 만들고 정확히 소행성을 비출 수 있는 위치를 유지하려면 막대한 연료가 필요하니까요.
소행성이 작다면 반대로 끌어당기는 기술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가능하면 크고 무거운 우주선을 소행성 근처로 가져갑니다. 그러면 우주선과 소행성 사이에 잡아당기는 중력이 발생하죠. 이 중력이 소행성을 끌어당겨서 궤도를 바꾸는 것입니다.
소행성의 충돌을 막는 게 쉽지는 않지만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호킹 선생님이 경고한 것처럼 소행성 충돌이 두려워서 지구를 떠날 이유는 없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지구 온난화는 어떨까요?
1880년 전 지구적인 기후 측정을 시작한 이후 평균 기온이 가장 높았던 열아홉 해는 1998년과 2000~2017년입니다. 올해도 만만치 않죠. 그러니까 최근 21년 가운데 20년은 기후 측정 후 지구에서 가장 더운 해라는 말입니다. 소행성은 쫓아가서 부수든 밀치든 어떻게 할 방법이 있는데 뜨거워진 대기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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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정모는 서울시립과학관장으로 재직 중이다. 생화학을 전공하고 대학 교수를 거쳐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을 지냈다. <250만분의 1>,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 <내 방에서 콩나물 농사 짓기> 등 읽기 편하고 재미있는 과학도서와 에세이 등 60여 권의 저서를 냈고 인기 강연자이자 칼럼니스트로도 맹활약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