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한국 관광과 관련된 성과 중 하나는 세계경제포럼(WEF) 발표 가운데 ‘여행·관광 경쟁력’ 부분이 2015년 29위에서 10위 상승한 19위에 올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쁨도 잠시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관광 분야에서 우리와 큰 차이가 없었던 일본이 국가 관광 경쟁력에서 2013년 14위, 2015년 9위로 상승하더니 2017년에는 4위를 차지했고, 11월까지 일본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 수는 646만 명으로 한국을 찾은 일본 관광객 수 213만 명보다 약 3배나 많았다. 그뿐만 아니라 일본관광청은 2017년 방일 여행자 수가 2800만 명을 넘어서 5년 연속 상승했고, 1~9월까지 방일 여행객 소비액이 처음으로 3조 엔을 넘어서 올해 목표 4조 엔 달성을 확실시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세계를 향해 달려가는 일본의 관광시장과 우리를 비교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사드문제와 안보위기 등 한국 여행을 저해하는 요인이 많았고, 이에 반해 일본은 계속된 엔저와 저비용항공사(LCC)의 노선 확대 등 호재가 많았던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단지 이 이유만으로 방일 여행객이 증가하고 일본의 ‘여행·관광 경쟁력’이 상승했다고 볼 수 있을까. 이 현상을 단순히 외부 효과만으로 해석하는 것은 일본 관광산업 성장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 취임 이후 ‘지방창생’의 견인차로 관광을 내세우며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정책들을 지속적으로 수립해 지금의 성과를 이끌어낸 것이다. 특히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도쿄올림픽을 통해 유입되는 외국인 관광객을 지방으로 유치하기 위해 지방관광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지방창생’을 위한 대표적인 정책 중 하나가 일본판 DMO(Destination Marketing / Management Organization)다. DMO는 유럽에서 시작된 개념으로 지자체 및 민간사업자 등 관련 주체들이 협력해 데이터 분석, 지역관광 상품 개발 및 관광 전략을 세우는 지역관광의 사령탑 역할을 하는 법인조직이다.
일본판 DMO란 무엇인가?
2014년 12월 27일 내각회의에서 결정된 ‘마을·사람·일 창생 종합 전략’에서 지방창생 주체의 하나로 일본판 DMO가 등장했고, 이후 정부는 ‘일본 재흥 전략 2015년’에서 일본판 DMO를 관광경영 주체로 설정해 정책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그간 지역관광 사업이 다양한 관계기관 및 민간기업과 연계해 추진되지 못했고, 전문적인 마케팅 기법이나 지속적인 데이터 수집·분석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고자 일본판 DMO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일본판 DMO의 역할 중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점은 다음 두 가지다. 첫째, 지역의 관광지를 개발할 때 일본판 DMO를 중심으로 다양한 관계자의 합의를 도모하는 것이다. 최근 관광은 활용하는 자원의 범위와 관광객의 여행 패턴이 다양해지는 추세다. 관광과 관련된 여행사, 숙박, 관광시설의 연계만으로는 관광객을 만족시키는 관광 상품을 기획하기 어렵다. 따라서 일본판 DMO는 문화, 농림어업, 상공업, 교통, 환경, 음식 등과 관련된 사업자와 지역주민 등 다양한 관계자의 의견을 조정해 전략적인 관광지 개발을 도모하고 여러 지역의 광역적인 연계가 필요할 경우 이를 주도하는 역할을 한다.
둘째, 각종 데이터 등의 지속적인 수집·분석을 실시해 데이터에 기초한 명확한 콘셉트 전략을 책정하고, 사업 계획과 추진체제 결정 및 실시 후, 사업 평가로 이어지는 사이클을 확립하는 것이다. 특히 관광 분야에서도 빅데이터 활용이 실용화되면서 대도시뿐 아니라 중소도시에서도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 분석할 필요성을 인식했다. 예를 들어 일본의 광역 관광 주유루트 대상 지역은 원칙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로밍, GPS, SNS 데이터를 활용해 이동경로, 온라인 언급 빈도 및 논조 등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실시하는 데 일본판 DMO가 이를 담당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2015년 12월부터 일본판 DMO 후보법인 등록을 시작해 2017년 11월 28일 41개의 일본판 DMO 법인을 선정하기까지 약 2년 동안 후보법인을 포함해서 174개의 법인이 등록했다. 지자체에서도 관심이 높은 제도이지만 조직 운영 측면에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2017년 재단법인 일본교통공사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판 DMO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재원과 인력 확보가 대두됐다. 재원과 인력 확보는 우리나라 지역관광 사업에서도 항상 도출되는 과제이기 때문에 일본판 DMO의 과제 해결 방안을 통해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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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토우치 DMO-효고현, 오카야마현, 히로시마현 등 7개 현(縣)이 협력하는 광역 연계 DMO
2 세토우치 파인더(Finder)-세토우치 DMO 내 각 지역 사이트가 링크되어 있어 관광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3 세토우치 DMO의 중심 지역인 히로시마현 ⓒ세토우치 DMO 누리집
연계와 공유를 통한 지속 가능한 지역관광 활성화
2017년 8월에 재단법인 일본교통공사가 주축이 되어 ‘관광재원연구회’를 발족했다. 이 기구는 주로 일본판 DMO를 운영 중인 지자체와 함께 재원 마련의 바탕을 이루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일본관광청은 2018년 1월 1일 ‘DMO 지원실’을 설치했다. 이 조직은 15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앞으로 ‘DMO 네트(DMO NET)’의 기능 강화 및 보급, 인재 육성 프로그램 개발과 제공, 정부 관계 부처의 협력과 자문이 필요한 경우 연계 및 조정과 같은 업무를 하게 된다.
지금까지 살펴본 일본판 DMO의 역할과 과제 해결을 위한 방안의 키워드로 뽑을 수 있는 것은 ‘연계’와 ‘공유’ 그리고 ‘지속성’이다. 단순히 관광과 관련된 사업체만 참가해서 관광 개발을 진행하는 것만으로는 여행 경험이 풍부한 오늘날의 관광객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우리나라 관광두레 사업의 경우 지역의 PD 혼자 힘으로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관광 상품을 기획하기에 역부족인 경우가 많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매력적인 관광 상품을 기획하기 위해서는 관계 부처와 지역의 관·민·산업, 지역주민의 협력이 요구되는데 이때 연계의 중심이 되는 조직 또는 이를 지원해주는 조직이 있다면 관계자 합의 도모 및 지역 특화 관광지 개발이 원활하게 진행되어 지역주도형 관광 사업이 이루어질 것이다.
한편, 일본관광청은 DMO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의 관광 정책을 누리집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DMO와 관련해서는 관광청 누리집 외에도 ‘DMO 네트’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관광지 매니지먼트, 마케팅을 전문가가 아니어도 쉽게 실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사이트를 통해 지역은 고객관리나 SNS 분석 마케팅 프로그램을 제공 받고, 전문가나 사업자와 상담 및 컨설팅이 가능해진다. 이처럼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실용적인 정보를 공유해서 전문적인 인력 확보가 어려운 지역도 사업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결과 지역은 일본판 DMO를 창구로 정부 관계 부처를 포함한 관·민·산업·지역 간의 연계와 전문적인 정보를 공급 받고 이를 통해 지역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지역의 관광 사업이 진행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갖게 된다.
관광객이 서울, 부산, 제주에 편중되어 지역 간의 격차가 심한 우리나라 관광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관광공사나 관광협회와 같은 조직을 재정비해서 우리의 실정에 맞는 한국판 DMO 조직으로 활용하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관광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나 관광사업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근본적 문제를 간과하지 않을뿐더러 지역 관광사업 및 개발과 관련된 여러 부처와 지역주민의 관심과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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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경진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관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