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은 9988이라고 불린다. 국내 기업의 99%를 차지하고 88%의 고용을 책임지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한국 경제의 뿌리와 같다. 개별 중소기업이 규모는 작을지 모르지만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금까지 한국의 산업화는 국가의 기간산업과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져왔다. 그 결과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지만 경제 정책과 구조 역시 대기업 위주로 편성되다 보니 중소기업의 존재감은 취약한 실정이다.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수많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임금·지대 상승과 가격경쟁력 하락은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다수의 기업이 봉착하는 문제다. 변화무쌍한 시장의 흐름을 읽으며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숙명도 갖는다. 여기에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불공정한 기업 환경이다. 중소기업은 기술 탈취, 납품단가 후려치기, 부당 내부거래 등을 당하며 ‘갑질’ 피해자로 뉴스에 종종 등장한다.
지난 11월 30일 중소벤처기업부가 공식 출범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청이 21년 만에 승격하면서 맞춰진 문재인정부 구성의 마지막 퍼즐이었다. 정부의 18개 부처가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중소기업인들에게 중소벤처기업부의 출범은 큰 의미를 갖는다. 정부의 유일한 신생 부처로 만들 만큼 중소·벤처기업의 중요성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또 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의 발언권도 강화돼 그동안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진 경제구조에 작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도 보인다.
중소기업이 살아야 한국 경제가 활기를 띨 수 있다.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성장해야 일자리가 창출되고 한국 경제가 성장하는 선순환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중소기업인들의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야말로 경제성장의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중소벤처기업부가 갖는 책임감도 막중하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 IT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벤처기업 창업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다. 벤처(Venture)는 사업상의 모험을 의미한다. 모험은 청년들을 설레게 했고 많은 벤처기업이 탄생했다. 젊은 패기의 청년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창업에 뛰어들었지만 지금 명맥을 유지하는 벤처 1세대는 손에 꼽을 정도다. 당시에 창업했던 벤처기업들은 정책의 변화 및 경험 부족으로 대부분 파산했다. 이러한 실패 사례는 벤처기업을 창업하려는 이들에게 반면교사가 됐다. 실패하면 낙오자가 되고 재기하기 어렵다는 두려움이 자리 잡았다.
반면 글로벌 기업이 포진해 있는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의 경우는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지원제도, 불공정 행위로부터도 위협받지 않는 제도적 안전장치 등이 잘 마련되어 있다. 이번에 출범한 중소벤처기업부는 선진국의 지원제도 및 제도적 안전장치를 정책에 반영해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할 새로운 산업 환경을 조성, 신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할 것이다.
중소기업이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할 수 있는 지원 방안도 역시 강화해야 한다. 요즘 기업이 공략할 수 있는 시장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우리나라가 해외시장에 진출할 기술, 상품, 아이디어 역시 충분하다고 본다. 그러나 수출에 참여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3% 내외다. 우선 중소기업 입장에서 수출시장의 활로를 확보하기 어렵고 현지의 문화, 제도 등의 정보 부족, 바이어와의 연결 등에 애로점을 느끼기 때문이다. 경쟁력 있는 기업이 해외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 수출지원센터 지원이 확대되길 바란다.
㈜에스제이테크는 정부의 전략적 육성 분야인 첨단산업 분야를 개척해온 벤처기업이다. 제조업과 ICT를 융합한 스마트팩토리 최적화 기술을 개발해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IMF 외환위기에 직면했던 1997년 문을 열었고, 2004년에는 개성공업지구 시범단지에 진출하며 개성공단 등록 1호 기업이 됐다. 글로벌 기업과 협력해 잘나가던 사업장을 개성으로 확대한 건 기업가 정신 때문이었다. 하지만 2016년 개성공단이 전면 중단에 들어가며 주요 고객의 일감을 반납할 수밖에 없었고, 30여 년간 흑자를 내던 기업은 막대한 적자로 생사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회사가 극단적인 위기에서 선택한 건 포기가 아닌 새로운 도전이었다. 동계올림픽을 치르는 강원도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할 전기차 사업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내년이면 산업 환경이 척박한 강원도에서 전기차를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하며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게 될 것이다. 기업인이 기업가 정신을 잃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듯, 중소벤처기업부 역시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 전환한다’는 비전을 이루길 바란다.
중소·벤처기업인이 새로 출범한 중소벤처기업부를 기다린 것은 이들이 가진 경영상의 어려움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주무 부처가 생겼다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99%의 중소기업을 위한 맞춤형 지원체제를 구축하며 한국 경제성장의 뿌리를 탄탄하게 다져주길 바란다.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 4차 산업혁명 생태계를 구축하고 기업가 정신을 갖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중소·벤처기업이 늘어나도록 정책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중소·벤처기업이 불공정 행위에 굴복하는 일이 없도록 중소벤처기업부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대기업 일변도에서 벗어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협력하며 성장의 양 날개가 돼야 우리 경제의 혁신 성장도 가능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중소벤처기업부의 역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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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근 | ㈜에스제이테크 대표
중소벤처기업부 출범, 정부 구성 완료 “중소·벤처·소상공인의 수호천사 될 것”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11월 30일 출범하며 문재인정부의 첫 내각이 195일 만에 완성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중소벤처기업부 출범식 축사에서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이 상생하고 협력하는 경제 구조를 만들겠다”며 중소벤처기업부의 성공적인 출범을 기원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960년 상공부 중소기업과로 출발한 지 57년, 1996년 산업부 중소기업청으로 확대된 지 21년 만에 장관급 부처로 승격돼 출범했다. 문재인정부의 유일한 신생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 관련 정책 전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 대전환’을 비전으로 삼고 ▲혁신 창업 국가 조성 ▲중소기업 성장 환경 구축 ▲소상공인·자영업자 역량 강화 ▲대·중소기업 간 격차 해소 ▲공정거래 질서 확립 등을 목표로 설정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장·차관, 기획조정실·중소기업정책실·창업벤처혁신실·소상공인정책실 등 4실로 조직됐다. 중소기업, 벤처기업, 소상공인 등의 역할을 강조하는 의미가 담겼다. 업무 조정도 이뤄졌다. 기존 중소기업청이 맡았던 중견기업 정책 기능은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됐다. 반면 산업인력 양성, 지역산업 육성, 기업협력 촉진 업무 등은 산업부로부터 넘겨받았다. 창조경제 진흥, 금융위원회의 기술보증기금관리 업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이관받았다.
앞으로 중소벤처기업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 일자리 중심 소득 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을 주도한다. 벤처 창업을 독려하고 중소기업 인력난과 청년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나선다. 중소기업 맞춤형 수출시장도 지원한다.
이날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현재 우리는 세계화와 기술 진보로 인해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도전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벤처·소상공인의 수호천사와 세일즈맨이 되어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부처와 기술신용보증기금 등 9개 기관이 똘똘 뭉쳐 ‘스크럼 방식’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해 가시적 성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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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기업인들이 11월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중소벤처 기업부 출범식에서 ‘희망의 다짐’ 선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선수현 | 위클리 공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