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A 씨, 음주운전 도주’, ‘가수 B 군, 음주운전 거짓 해명 파문’…. 과거 신문과 방송을 장식했던 뉴스들이다. 하지만 2026년에는 더 이상 ‘유명인 음주운전’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 자율주행차가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아무리 취해도 주소만 입력하고 뒷좌석에 앉아 있으면 어느새 집에 도착한다. 졸음운전 경고판이 사라지고 대리기사라는 직업이 사라진 것도 10년 뒤 세상의 새로운 풍경이다. 줄서서 운전면허를 따던 모습이나 운전 못한다고 구박받던 일도 더는 찾아보기 어렵다. 자동차에도 어느새 백미러, 사이드미러가 사라졌다.
인터넷 쇼핑 문화도 확 달라졌다. 10년 전에는 ‘로켓 배송’이라는 말이 화제였는데, 지금은 ‘드론 배송’이 대세다. 드론은 30분이면 아무리 차가 밀리는 도심 한가운데라도 내가 주문한 상품을 가져다준다. 공원 잔디밭에 가족과 앉아 있으면 드론이 날아와 한 상 차려준다. 오토바이 퀵서비스는 드론 퀵서비스로 바뀐 지 오래다. 산에 가면 드론이 산불을 감시하고, 사막이나 오지를 날아다니면서 고대 도시의 흔적이나 미확인 생물을 찾는 드론도 많다.
사람들은 훨씬 더 건강해졌다. 집을 포함해 몸에 달고 다니는 모든 것이 계속 건강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혈압이 높아지거나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지면 시계나 안경, 목걸이 같은 웨어러블 바이오헬스 장비가 곧바로 경고 신호를 낸다. 속옷이 체지방을 체크해주고, 집 안의 미세먼지도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감기에 걸릴 것 같으면 미리 휴식하라고 알려주는 장치도 있다. 각종 바이오헬스 장비 덕분에 사람들은 예전보다 병원에 훨씬 덜 가게 되고, 건강보험료마저 내려가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10년 뒤 우리나라는 석유나 가스 수입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주택 지붕이나 아파트 벽에 태양광 전지가 달려 스스로 전기를 생산하는 집이 많아졌기때문이다. 바다에 해상 풍차를 건설한 덕분에 풍력 전기도 풍부해졌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공중 풍차도 등장하고 있다. 해상 풍차나 공중 풍차는 소음 공해가 없어 깨끗한 전기를 만드는 데 제격이다. 모르고 버리는 에너지를 쥐어짜는 ‘에너지 하베스팅’ 장치도 늘어났다. 걸을 때 나오는 작은 에너지로 휴대전화를 충전하는 모습을 2026년에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덕분에 세상은 더욱 편리해졌다. 한때 난수표보다 이해하기 어렵다는 대학 입시는 빅데이터 분석이 보편화되면서 학생의 성적과 장단점, 진로 희망 등만 입력하면 자신에게 맞는 입학 전략을 전문가보다 정확하게 뽑아준다. 나머지는 부모, 교사와 상의하며 진로를 결정하면 된다. 한때 강남을 휩쓸었던 고액 입학 컨설팅 전문가는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신용카드와 휴대전화를 이용한 소비 행태 분석이 정확해지면서 어느 지역에서 어떤 업종으로 창업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은지 빅데이터가 정확하게 알려준다.
사물인터넷은 디즈니랜드 같은 대형 놀이공원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관람객은 현재 가장 줄이 짧은 놀이기구가 무엇인지, 내가 원하는 놀이기구를 타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실시간으로 알수 있다. 창고에 쌓여 있는 물건, 냉장고에 들어 있는 음식도 모니터에서 바로 볼 수 있다. 음식을 낭비하거나 찾는 물건이 어디 있는지 헤매는 일이 확줄어든다.
이런 모습들은 지금은 신기술 또는 신산업으로 보이지만 10년 뒤에는 꽤 비슷한 모습으로 현실에 나타날 것이다. 어떤 모습은 이르면 2~3년 뒤에도 우리 생활에 등장할 것이다. 생각보다 가까운 미래는 우리 삶과 경제, 직업의 모든 것을 바꿀 것이다. 정부가 신산업을 육성하려는 것도 바로 이러한 변화의 파괴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10년 뒤 눈앞에 펼쳐질 멋진 신세계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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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상연 (과학 칼럼니스트) 2016.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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