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본 골든위크 연휴를 맞아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들이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
2017년 일본을 방문한 관광객은 전년 대비 19.3% 증가한 2869만 명을 기록했다. 외국 관광객이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넘어선 때가 불과 5년 전인 2013년이므로 수치로만 보면 일본 관광시장은 단기간에 급속도로 성장했다. 일본의 관광시장이 성장한 배경에는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인 관광정책 추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 데 있다.
일본은 2003년 고이즈미 총리가 ‘관광입국(觀光立國)’을 발표하면서 범정부 차원의 관광정책 지원 체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에 걸쳐 관광정책 추진을 위한 제도적 틀을 집중적으로 정비했다. 2006년에는 ‘관광입국추진기본법’을 제정하고, 2007년에는 이법에 근거한 법정계획으로 ‘제1차 관광입국추진기본계획’을 수립했다. 2008년에는 일본관광청 신설 등 관광 행정기능 강화를 통해 관광입국 구상에 따른 세부목표 및 시책을 달성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일본관광청 산하에는 ‘관광입국추진각료회의’를 포함해 총 12개의 위원회와 검토회가 구성되어 있으며, ‘관광입국추진각료회의’는 부처 간 협력을 기반으로 관광정책의 실행력을 제고하는 핵심적인 기능을 한다. ‘관광입국추진각료회의’는 내각총리대신이 주재하며 관계부처 장관이 참석, 일본 관광 현황과 ‘관광입국 실현을 위한 액션 프로그램’ 등에 대해 논의하는 위원회이다. ‘관광입국 실현을 위한 액션 프로그램’은 ‘관광입국추진기본계획’과 연동되는 단기 계획이다. 이처럼 법, 계획, 조직의 삼각편대를 주축으로 한 관광정책 추진 체계는 일본의 관광시장을 성장시키는 동인이 되었다.
일본 관광시장 성장의 동인
우리로서는 2017년 12월 18일 출범한 ‘국가관광전략회의’의 실질적인 기능과 역할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일본의 사례로부터 얻는 시사점이 클 수밖에 없다. 한일 양국의 관광 교류는 올림픽 개최와 관련이 깊다. 양국의 해외여행 자유화 시기를 살펴보면, 일본은 1964 도쿄올림픽 개최 직후인 1965년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를 단행했으며, 한국은 1988 서울올림픽 직후인 1989년 아웃바운드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방했다. 이후 한일 양국의 관광 교류는 규모가 점차 증가하면서 1000만 시대에 돌입하고 있다. 2017년을 기준으로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0.6% 증가한 231만 명,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40.3% 증가한 714만 명에 이른다.
한일 관광 교류 천만 시대를 앞두고 개선해야 할 과제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관광 교류의 균형성 확보이다. 양국의 관광 교류에서 한국의 비중은 75.5%, 일본은 24.5%이다. 북핵 이슈 등 한국 관광시장의 위기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관광 교류의 불균형은 점차 심화되고 있으며, 핵심적인 원인은 양국의 지방관광 경쟁력 차이에 기인한다. 한일 지방관광 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정책 의제 발굴이 시급히 요구된다.
둘째, 한일 간 지방관광 교류 활성화다. 2016년 기준 외래관광객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관광객의 지역별 방문율은 1위 서울(71.0%), 2위 경상(20.3%), 3위 경기(11.5%)이며, 다른 지역은 1~4% 내외를 나타낸다. 양국의 주요 지역별 항공기 취항도시를 살펴보면, 일본은 도쿄, 오사카 이외에 시즈오카, 후쿠오카 등 23개 도시이며, 한국은 서울(김포, 인천), 부산, 대구, 제주 4개 도시로 차이를 보인다(2017년 4월 1일 기준). 기본적인 인프라의 격차를 차치하더라도 일본은 도쿄, 오사카로 대표되는 황금 여정 이외에 홋카이도, 후쿠오카 등 2, 3선 도시가 지속적으로 시장에 노출되고 있으며, 지역관광 홍보를 통해 새로운 지역의 매력을 알리고 재방문을 창출하는 선순환 체계가 구축되어 있다. 이로 인해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의 목적지와 동선을 확장시키고 있다. 2, 3선 도시를 중심으로 일본인 관광객에게 호소력이 있는 관광 콘텐츠의 발굴과 상품화를 위한 정책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지역관광 마케팅 체계를 정교하게 정비해야 한다. 일본은 20대 인바운드 중점시장별로 관광 경험도, 경제발전 단계, 방일 관광 패턴을 고려해 주요 타깃층을 설정한다. 또한 주요 국가별 관광객 방문 지역을 고려해 지역 분산 및 신규 지역에 대한 홍보지역 설정 등 지역 마케팅을 체계화하고 있다. 향후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방한 인바운드 중점시장별 관광 마케팅 추진의 기본방침, 주요 타깃층, 시기 및 지역 분산을 위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또한 방한 인바운드 시장의 성·비수기를 고려한 계절 마케팅, 지역 분산을 유도하기 위한 지역관광 마케팅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
매년 11~12월경 한일 양국의 관광정책 담당자들과 민간의 관광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모여 ‘관광 교류 확대 방안’을 논의하는 한일관광진흥협의회가열린다. 그런데 작년엔 북핵 위기 등 국제정세 변화로 부침을 겪은 한국 관광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방안을 조속히 논의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7월로 당겨서 개최했다. 논의 결과는 다음의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올림픽 계기 상호 교류 활성화와 양국 교류 천만 명 시대 달성을 위한 지방관광 활성화다.
이는 앞서 언급한 세 가지 과제와도 맥락이 닿아 있으며, 올해 일본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기본 전략으로 내세운 사항이기도 하다. 특히 유치 마케팅 전략의 재구상은 2017년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수(714만 명)가 한국을 방문한 일본인 수(231만 명)의 3배였다는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든(물론 엔저, 북핵 위기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 점도 크다) 시점에서 이러한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꼭 필요했다.
일본인 관광객 유치 마케팅 전략
우선 우리는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이라는 세계적인 이벤트를 앞두고 있다. 일본 역시 작년 10월, 2020 도쿄하계올림픽·패럴림픽 D-1000 기념행사를 하며 올림픽에 대한 기대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러한 공통의 관심사를 관광 교류로 풀어내보고자 한다. 평창올림픽이 본격적으로 개최되기 전까지는 일본 현지에서 강원권의 문화예술, KTX 활용 방한 관광상품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한국만의 겨울철 매력을 널리 알리는 중이다. 특히 여권 발급률이 낮은 일본의 상황을 고려해 첫 해외여행지로 한국 방문을 유도하기 위한 마케팅을 더욱 활성화할 계획이다. 패럴림픽까지 끝난 후에는 일본 현지 여행사들과 함께 평창, 강릉 등 개최지를 중심으로 올림픽 이야기를 가미한 관광상품을 만들도록 협력하고,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홍보를 지원할 예정이다.
일본 측 관심사를 반영해 2019년에는 양국의 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이 한국에 모여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우리는 평창, 강릉, 정선 등의 올림픽 시설이 사후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주변 관광지와는 어떤 방식으로 연계되어 관광지로서 가치를 제고하게 되었는지 등 올림픽 경험을 소개하고, 도쿄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은 미래의 행사 주체이자 현재의 관광객으로서 강원도의 겨울을 흠뻑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방관광 활성화는 한일 양국이 서로에게 ‘근거리 국가’라는 특성상 빠질 수 없는 정책이다. 일본정부관광국(JNTO) 누리집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오모리현, 아키타현 등 도호쿠(東北) 지방의 한국어 홍보 배너다. 기존의 전통 인기 여행지인 도쿄, 오사카가 아닌 지방관광지를 홍보함으로써 한국인에게 색다른 일본을 보여주고자 함을 여실히 알 수 있다.
우리 정부도 일본인 관광객들이 수도권, 제주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행선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백제 역사와 문화유산에 관심이 많은 중장년층을 위해서는 공주, 부여 등 충청 여행을, 미식과 축제에 관심이 많은 가족들을 위해서는 전주(대사습놀이), 진도(바닷길축제) 등 전라 여행을 추천하는 등 타깃별로 세분화된 지방관광지 홍보를 펼쳐나갈 계획이다. 올림픽, 지방관광을 두 축으로 올해는 일본인들이 더 많이, 더 자주 한국을 찾아와 더 오랫동안 머무르며 즐기고 돌아가길 기대한다.
김현주 |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정책연구실장
김혜지 | 문화체육관광부 국제관광과 사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