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8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오하이오, 미시간 등 소위 쇠락한 공업지역(러스트 벨트)의 승리를 바탕으로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트럼프는 2017년 1월 20일 제45대미국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하게 된다. 같은 날 치러진 의회 선거에서도 공화당이 상·하원의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는 결과가 나왔다. 한국에서는 대선기간 중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를 지지한 언급들과 관련해 심각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기체결 무역협정 탈퇴 대신
행정명령 통해 보호무역주의 관철 가능성
트럼프는 대선 이전부터 꾸준히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우선주의(American First) 성향을 드러낸 바 있다. 트럼프는 대선 이전인 2011년 모든 수입품에 20%의 관세를 일률적으로 부과하고 아웃소싱 일자리에 대해서도 15%의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대선기간 내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재협상 및 탈퇴를 주장했으며, 한·미 FTA를 ‘일자리 킬러’라는 표현을 써가며 수차례 비난한 바 있다. 또한 미국을 포함한 12개국이 참여한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즉각 탈퇴를 주장했으며, 중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 및 환율 조작 행위를 비난하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한편 모든 방법을 동원해 중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를 제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와 달리 의회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의 정강정책은 자유무역이 미국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명시하며 보호무역주의를 줄기차게 주장한 트럼프와는 온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반면 중국의 불공정 무역과 환율 조작에 대한 비난이 정강정책에 채택되며 중국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으며, 이러한 중국에 대한 비난은 트럼프의 주장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시대에는 우리의 대미 수출 환경이 영향을 받을 개연성이 있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수출 제품을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동아DB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보호무역주의의 확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는 미국 내 일자리 감소, 소득 불평등 심화 등의 원인이 자유무역에 있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높은 것에서 기인한다. 2008~2009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더욱 심해진 빈부 격차와 중산층의 몰락은 자유무역에 대한 비난 수위가 높아지는 원인이 됐다. 선거 결과만을 놓고 평가한다면 트럼프가 이러한 부분을 잘 공략해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소득 불평등과 일자리 감소 등의 미국 내 구조적 문제는 단시일에 해결하기 힘들다는 측면에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더해 트럼프의 자국우선주의 성향은 이러한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다만 미국의 전반적인 통상정책 관련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의회가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을 옹호해온 공화당에 의해 장악된 점은 통상정책이 극단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트럼프는 의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인 통상법 기반의 행정명령을 통해 자신의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관철하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의회의 반발이 심할 기체결 무역협정(NAFTA 등) 탈퇴와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전에도 행정명령을 통해 국제수지 악화 문제의 해결을 시도한 전례가 있다. 1971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1917년에 제정된 ‘적성국 교역법’을 근거로 관세 대상 수입품에 일방적으로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이를 통해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의 통화절상 등 소기의 성과를 얻어낸 사례가 있어 이러한 행정명령을 통한 무역 제재조치가 시행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트럼프와 공화당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중국에 대한 반감은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및 불공정 무역 제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환율조작국과 관련해 트럼프와 공화당의 1차 타깃은 중국이지만 우리나라 역시 독일, 일본 등과 함께 환율 감시 대상국으로 지정돼 있어 환율 조작 관련 논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면이 존재한다.
미국이 중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에 대해 제재를 시도하는 경우 한국 기업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최근 미국이 중국의 철강에 대해 522%에 달하는 반덤핑·상계관세 조치를 취하면서 한국산 철강에도 30~40%가량의 관세를 부과한 사례가 있어 중국 제품과 함께 피해를 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미 흑자 큰 수출 분야 점검
무역 제재 선제적 대비 필요
한·미 FTA 이행 문제는 미국 정부가 손쉽게 문제 삼을 수 있는 부분이며, 이러한 측면에서 이 문제를 미국 측이 가장 먼저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다수이다. 한·미 FTA 이행과 관련해 최근까지 법률시장 개방 문제, 의약품 가격 산정 등의 현안이 있었으며 트럼프의 성향을 볼 때 제조업 분야에 대한 추가적인 이행 문제의 제기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미국이 한·미 FTA의 탈퇴를 추진하거나 전면적인 재협상을 주장할 가능성은 의회와의 마찰 등 정치적인 리스크가 커 현재로서는 실현될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나, 우리로서는 향후 미국 내 분위기 등이 급변할 경우를 대비할 필요성도 있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우선 대미 무역흑자가 큰 분야의 수출품 등에 대해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무역 제재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환율 조작과 관련이 없다는 논리를 개발해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성이 있으며, 한·미FTA 등을 포함한 한·미 교역관계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이익이 아닌 윈윈(win-win)관계라는 점 역시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한·미 FTA 관련 이행 문제에 대한 원만한 대처를 통해 더 큰 문제 제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노력도 필요한 실정이다.
미국과 중국 간의 통상마찰 발생 시 한국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한국은 통상 문제에서 직접적인 제재 대상이 아닐 가능성이 큰 상황이지만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러한 간접적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세심한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수출의 부가가치를 향상시키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보호무역주의의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 역시 필요하다.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가진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큰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명한 대처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며, 트럼프가 내건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의 공약에서 한국과 미국이 새롭게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찾는 등의 노력도 동시에 기울여야 할 것이다.
글· 김원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2016.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