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9일(한국시간) 치러진 미국 대선이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선거 전날까지만 해도 대다수 미국 언론은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를 예상했다. 선거 결과에 대해 미국인들도 놀랐을 정도였다.
부동산 재벌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해 6월 뒤늦게 대선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더 이상 미국이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할 수 없다는 그의 고립주의와 보호무역 주장으로 미국 안팎을 뒤흔들었다. 공화당 경선에서 16명의 후보를 꺾고 대선 후보가 된 그는 선거전 후반 ‘음담패설 녹음 파일’ 파문과 과거의 잇단 여성 성추행 의혹으로 벼랑 끝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워싱턴 주류를 대표하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까지 꺾으며 사상 최초의 ‘비주류 출신’ 대통령이 되는 신화를 완성했다.
트럼프는 12월 19일 각 주 선거인단의 투표, 내년 1월 6일상원의 당선 발표 등 요식 절차를 거쳐 내년 1월 20일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해 4년간의 임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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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한국시간)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 수락 연설을 하며 자신의 트레이드마크 포즈인 엄지를 세우고 있다.
이번 미 대선 결과는 한마디로 미국 내 백인 서민층들의 분노가 결집된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1970~80년대 미국의 풍요로움을 겪었던 백인들은 이후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이주해온 많은 이주민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고 사회적으로 고립돼가고 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와 같은 현상을 강화했는데, 최근 미국의 경제지표가 좋아졌음에도 백인 서민층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그리 좋지 못했다.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반감과 분노를 트럼프 후보가 해소해주었기에 이 같은 선거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이번 대선은 미국 내 백인 서민층의 분노가 결집된 결과
한·일이 미군 주둔비용 분담금 늘려야 한다는 입장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국의 한반도정책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트럼프는 한국, 일본이 자국 내 미군 주둔비용분담금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즉, 동맹정책을 경제적 이윤에 입각해 판단한다. 미국이 동맹국들과 체결한 많은 협정들에대해 재협상을 추진할 것이라면서 미·일 방위조약도 불공평한 조약으로 재협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이 매우 부유한 산업국가이지만 미국이 한국을 위해 하는 것에 대해 공평하게보상받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더 나아가서 일본과 한국이 북한과 중국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해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는 대신 스스로 핵을 개발하도록 허용할 것이라면서, 현재와 같은 미국의 나약함이 계속된다면 결국 일본과 한국은 핵무기를 보유하고자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2018년 예정돼 있는 방위비 분담 협상에서 한국의 부담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한국 등 동맹국들의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으며,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고립주의 성향으로 말미암아 중국이 더욱 부상할 우려 또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은 정책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진영의 선거 캠프 위원장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은 7월 18일 한·미 FTA를 통한 미국의 수출 증대 효과가 오바마 정부가 내세웠던 약속과 비교했을 때 근처에도 이르지 못했다며 재협상 필요성을 제기했다.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일관적이지는 않으나 몇 가지 중요한 포인트를 제시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이미치광이(Maniac) 같지만 이를 인정해줘야 한다며 그의 무자비한정권 장악력을 칭찬한 바 있다. 또한 북한의 핵 프로그램 중단을 위해 김정은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의 유일한 외교 및경제 후원국인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그는 미·중 간의 무역관계를 카드로 이용한다면 중국이 북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북핵 해결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 중국 수입물품에 45%의 관세 부과를 제시하고 있다. 그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완전한 통제력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중국이 개입해 북한 김정은이 빨리 사라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이 자체 핵무기 능력을 개발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2000년에는 북한이 지속적으로 핵무기 개발을 추진할 경우 선제타격을 할 수도 있음을 언급하기도 했다. 더불어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미사일 방어체계(MD)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트럼프의 대북정책은 아직까지 틀이 잡히지 않은 상태이며, 정책적 리뷰기간이 끝난 이후 본격적인 정책이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북정책은 정책적 리뷰기간 끝난 이후 추진될 것
대미 흑자국에 대해 고율 관세 부담 등 조치 취할 가능성 높아
트럼프의 통상정책은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면서 그간 미국이 펴온 통상정책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한다. 이는 향후 미국의 통상정책이 보호무역주의적 색채가 강화되고 양자 및 다자 통상관계에서도 일방주의적(Unilateral) 접근이 강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시사한다.
트럼프는 미국이 체결한 주요한 통상협정인 나프타(북미자유무역협정), 한·미 FTA 및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미국의 일자리를 없앰으로써 미국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가하고, 미국 경제에 득이 되기보다는 해악이 돼왔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이에 따라 트럼프 집권 시상기 협정에 대한 재협상 내지 폐기 움직임이 시도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미국에 대해 무역 흑자를 시현하고 있는 국가들 특히 중국, 일본, 한국, 멕시코 등에 대해 매우 혹독한 비판을 가하고 있어 트럼프 집권 시 대미 무역 흑자국에 대해 과거 레이건 행정부 당시의 ‘슈퍼 301조’와같은 일방주의적 통상정책을 통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다양한 보호무역주의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높다.
아울러 트럼프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환율을 조작해 대미 무역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는 인식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만큼 미국의 신행정부가 중국을 비롯한 한국, 일본, 대만 등에 대해 환율 재조정의 문제를 강하게 제기할 가능성도 높다.
11월 10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갖고 당선 축하인사를 나눴을 때 트럼프는 "미국은 한국을 지키기 위해 굳건하고 강력한 방위태세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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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현욱(국립외교원 교수) 2016.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