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창업자이며 우주선 개발업체 ‘블루오리진’을 설립한 제프 베조스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재활용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 이전까지 로켓은 일회용으로 우주선을 지구 밖까지 쏘아 보낸 뒤 바다나 벌판에 떨어지면서 고철이 됐다. 베조스는 보잉 747기를 한 번 타고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수백억 원의 비용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고심 끝에 로켓 재활용이라는 해결책을 찾아냈다. 기존의 생각을깨는 발상의 전환이었다.
‘쓰레기로 에너지를 만든다’라는 생각은 어떨까? 흔히 매립지라고 하면 단순히 쓰레기를 매립하는 곳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수도권매립지에서의 ‘쓰레기’는 매립하고 치워야 할 존재가 아닌 그야말로 ‘씨앗’이다. ‘끝’이 아니라 ‘시작’인 것이다. 잘 가꾸고 키운 이 쓰레기 씨앗으로 ‘에너지 꽃’을 피우기도 하고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꽃밭’으로 다시 태어나기도 한다.
9월 6일은 자원 순환의 날
미래를 위한 자원 순환 실천 필요
인천 서구에 위치한 수도권매립지는 서울, 인천, 경기도의 쓰레기 등 폐기물을 처리하는 기관이다. 단일 매립지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폐자원은 곧 에너지’라는 모토 아래 다양한 자원 순환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해왔다.
대표적으로 매립된 쓰레기가 부패하면서 발생하는 가스를모아 50MW 발전시설을 통해 매년 11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한다. 이 사업은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에 청정개발체제(CDM)사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CDM사업이란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여서 자원화한 만큼을 실제 금전적으로 거래 가능한 배출권으로 인정해주는 전 세계적인 환경보호 제도이다. 국내 폐기물 분야 첫 번째 CDM사업이자 전 세계 폐기물 분야로 등록된 923개의 CDM사업 중 최대 규모의 사업이다. 환경도 이롭게 하고 수익도 얻어내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본 것이다.
음식물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더러운 물인 음폐수로 친환경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기도 한다. 생산된 바이오가스는 액화천연가스(LNG)의 대체연료로 사용돼 연간 40억 원에 달하는 부가가치를 창출하기도 하고, 버스나 다른 시설의 연료로 공급되기도 한다. 국내외에서 100회 이상 이 기술을 배워갔을 정도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또 우리가 버린 일반쓰레기 가운데 불에 탈 수 있는 물질들을 선별해 고형연료를 만들기도 한다. 생산된 고형연료는 상대적으로 높은 발열량을 가지고 있어 화력발전소, 지역난방, 산업용 보일러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세계적인 우수 환경시설로 널리 알려져 한 해 4000여 명의 외국인들이 방문하고 있으며, 올 4월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환경 현황과 정책을 주기적으로 평가하는 ‘OECD 환경국 환경성과평가단’으로부터 기술력을 높이 평가받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쓰레기가 매립된 땅 위에 골프장과 체육시설, 꽃밭 등을 가꾸어 많은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봄이면 색색의 야생화가 피고 가을에는 향긋한국화 향기로 가득 찬다. 방문객마다 "이곳이 매립지가 맞느냐"며 반문할 정도다. 더 놀라운 점은 이 꽃들도 매립가스를 에너지로 활용한 온실에서 키워진다는 것이다.
9월 6일은 자원 순환의 날이다. 자원 순환이란 우리가한번 쓰고 난 쓰레기를 단순 매립·소각하는 대신 최대한 자원화하는 것이다. 또한 원료를 투입할 때부터 천연자원 및 에너지사용을 최소화해 쓰레기 발생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최근 ‘자원순환기본법’도 국회를 통과했다. 자원순환사회로의 전환은 이제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과제다. 우리나라는 원자재의 90% 이상, 에너지의 96% 이상을 수입하는 자원 수입국이다. 지난해에만 반도체, 자동차, 선박, 철강 등 4대 주력 품목 수출액보다 자원 수입액이 1.5배나 많은 에너지 빈국이다. 그러면서도 수도권매립지반입 폐기물 기준으로 자원화율은 24%에 머물고 있다.
쓰레기는 에너지와 희망의 씨앗이다. 이제 우리 국민 모두가쓰레기를 버린다는 생각보다는 미래를 위한 자원 순환의 씨앗을 심는다는 생각으로 함께 실천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이재현(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2016.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