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언론보도를 보면 일자리는 모자라고 불경기가 장기화되면서 소득격차 또한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다. 전문가들은 ‘건전한 일자리 창출에 의한 고용 증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필자는 공학 전문가로서 그 해결책을 생각해봤다. 요컨대 인간을 위한 ‘기술’로 새로운 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로 무장한 ‘컴퓨터와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의 아파트에서 CCTV, 자동화된 주민 식별 장치, 외곽 감시 장비들을 활용해 경비원을 감원, 관리비를 줄이겠다는 의제가 표결에 붙여진다고 가정해보자. 적어도 한 달에 몇 천 원, 몇 만 원을 줄일 수 있고 일 년이면 몇 십만 원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단언컨대 주민들은 ‘무인 자동화’에 찬성할 것이고 경비원들은 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
반대로 ‘컴퓨터와 기계’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유행하는 드론이 한 예다. 드론은 1980년대부터 무인항공기(UAV)라는 측면에서 연구, 개발됐다. 기술의 발전을 거듭하여 자연스럽게 조종사라는 직업이 없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무인항공기가 장기 체공이나 고고도 비행, 반복 비행, 농약 살포 등에 활용되면서 ‘외부 조종사’라는 신종 직업군을 만들어냈다. 드론을 이용한 첩보영화 <천공의 눈(Eyes in the sky)>에서 볼 수 있듯이 ‘프레데터 원격 조종사’라든가 우리나라 농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농약 살포용 무인헬리콥터 조종사’가 바로 그들이다. 이러한 ‘무인기 외부 조종사’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 국내에 설립되면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하고 있다.
그러나 ‘무인항공기 관련 기술직종’, ‘외부 조종사’ 등과 같은 일자리는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낼 수 없다. 필자와 같은 이공계 교수들이 학생들을 가르쳐 전문 일꾼을 키워내야 하고, 무엇보다 많은 비용과 오랜 연구를 통해 달성할 수 있다. 이런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렇지만 아파트 경비원 실직 문제는 우리가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일 년에 몇 십만 원이라는 돈이 클 수 있지만 실직으로 고통받는 분들을 생각하면 한 달에 몇 천 원에서 만 원 정도는 양보할 수 있다.
복지제도가 발달한 북유럽국가 핀란드는 올해부터 ‘기본소득제’ 실험에 들어갔다. 생산 가능 인구 중 실업자 200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매월 560유로(약 71만 원)를 ‘그냥’ 준다는 것이다. 이 제도가 성공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떤 제도도 장단점은 있으니까. 우리도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건 결코 아니다. 원론적인 얘기일지 모르지만, 장기불황에다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고, 더구나 사회가 양극으로 갈라진 지금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은 바로 양보와 배려가 아닐까 싶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그렇다고 사회 지도층이나 가진 자만의 ‘의무’일까. 이것은 상대적인 문제다. 나보다 더 힘들고, 더 어려운 사람들을 배려하는 우리 모두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시기에 ‘조금씩’ 양보하고, ‘조금 더’ 배려하는 것은 천금을 주는 것보다 더 소중한 사랑의 표현이다.
조진수 | 한양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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