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중학생, 응원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의 꿈과 끼를 살리는 행복교육을 추구하는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올해부터 모든 중학교에서 전면 시행되고 있다. 우리 학교는 2013학년도부터 연구학교로 지정돼 3년간 자유학기제를 운영해왔다.
자유학기제 기간 동안 아이들은 평가에서 벗어나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자존감을 높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우리 학교는 아이들에게 여유로움을 줄 수 있는 유연한 교육과정을 제공함으로써 스스로 성찰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최대한의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자유학기 활동(주제 선택, 예술, 체육, 동아리, 진로 탐색)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자유학기제를 통해 제공했던 이러한 유연한 교육과정은 기존의 교육과정에서는 불가능한 것들이라는 점에서 획기적이라 할 수 있다.
지난 3년간의 경험을 돌아보면 자유학기제는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 큰 기여를 했음을 알 수 있다. 외교관을 꿈꾸는 한 학생은 자유학기 기간 동안 다양한 외교관 관련 책들을 탐독한 후 외국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노력한 끝에 외국어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웹툰 작가를 꿈꾸는 또 다른 학생은 만화 동아리 활동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포털사이트에 올리기도 했지만, 웹툰 작가가 되기엔 소질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스토리 작가라는 새로운 꿈을 가지게 됐다. 또한 친구들과 쿠키 만들기를 배운 후 자신들이 만든 쿠키를 판매한 금액을 국제기구를 통해 저개발국가 아동노동 문제 해결을 위한 기금으로 기부한 아이들, 인근 전자제품 판매점에서 판매원을 경험한 아이들도 있다. 농구선수가 꿈인 아이들은 주변의 도움으로 체계적 동아리 활동을 진행했고 교육감배 동아리농구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지난 3년간 자유학기제 연구학교 운영에 따른 다양한 성공 사례 이상으로 실패와 후회의 순간들도 많았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는 말처럼 이제 막 스스로 두 발로 세상을 걷기 시작한 중학교 1학년 아이들이 자신들이 주인공이 돼 스스로 하고 싶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주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자유학기제는 충분한 의미가 있다. 아이들에게도 한 학기 동안의 활동은 스스로가 자기 삶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많은 이들이 학생들의 학력 저하, 실질적인 진로 체험 활동 부족, 성급한 밀어붙이기식 시행, 효과에 집착하는 교육행정의 조급함 등 다양한 이유로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학교도 지난 3년간 연구학교로 운영될 때와는 달리 법제화돼 전면 시행된 올해는 여러 가지 문제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진통은 먼 길을 떠나는 여행객이 가끔씩 쉬어가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또 가끔씩은 되돌아갈 수 있는 것이 더욱 현명한 삶의 방식이 아닐까 싶다.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에 대해 우려와 걱정을 하는 많은 분들에게 지난 3년간의 경험 결과를 전하고자 한다.
"아이들이 행복해하고,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고, 자기 삶에 대해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다면 좋은 시험 점수 같은 작은 것들은 버려도 되지 않을까요? 뭣이 중헌디?"
글· 이종수(경남 창원시 창덕중학교 교사) 2016.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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