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트럼프 대통령에 대비하라>라는 책을 냈다. 당시만 해도 한국의 모든 언론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 한국의 안보와 경제가 엉망이 될 것이라 야단법석을 떨었다. 민심은 과학도, 4년 전 결과를 놓고 분석하는 통계학도 아니다. 민심의 변화를 읽어내는 능력은 ‘경험’과 ‘감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월 20일(한국 시간 1월 21일)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트럼프 당선을 ‘경험’과 ‘감각’으로 예측한 필자는 ‘트럼프 시대’가 향후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
트럼프 시대는 한국에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는 북핵(北核) 문제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협상할 수 있다고 했던 그는, 북한이 ‘핵무기 및 대륙간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계속할 경우 선제타격을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힘을 바탕으로 한 평화정책’을 기본으로 한다. 나는 트럼프가 북한의 인권 문제도 적극 제기할 것으로 본다.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김정은 체제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이유는 간단하다.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국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트럼프 정부는 러시아에 대해서는 우호적이다. 과거 북한이 국제 상황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를 오가며 체제를 유지한 적이 있다. 그러나 트럼프 시대에는 러시아가 북한을 옹호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이 원하는 대로 상황이 전개될 것 같지는 않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상황이 녹록하지 않은 것이다. 트럼프는 일본 우위 정책을 펼 수 있다. 그렇다고 중국이 군사적, 경제적으로 한국을 도와주지도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한미(韓美) 동맹은 트럼프 시대에도 변함없이 유지돼야 한다. 사드 배치는 한미 간에 합의한 사항이다. 한국의 차기 정부가 사드 배치를 반대할 경우, 트럼프 정부는 미군 철수 문제를 들고 나올 수도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한미 간 경제 협력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영화(榮華)를 되찾자”며 값싼 인건비를 찾아 해외로 떠난 미국 제조업체들이 다시 자국으로 들어오기를 희망하고 있다. 따라서 확실히 자국 기업 우선주의 정책을 펼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에 불리한 상황이 오지 않을까 하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경제 분야에서는 한미 간 협력이 원활히 진행될 것으로 본다. 트럼프는 철도, 도로 재건 등 대규모 사회 인프라 건설을 약속했다. 여기에 한국 기업이 대거 참여하게 할 수 있다. 아울러 현대·기아자동차처럼 미국에 공장을 둔 한국 기업이 현지에서 만들어내는 고용창출 효과도 적지 않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지도자들이 현명해야 한다. 명분이나 특정 논리에 빠져 현실을 잘못 판단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김창준 |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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