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정보통신산업 시장조사 기관인 가트너(Gartner)는 매년 10월, 다음 해 ‘10대 전략기술 추세(Top 10 Strategic Technology Trends)’를 발표한다. 2017년의 경우, 가트너가 발표한 열 가지 전략기술의 핵심 주제는 ‘디지털 비즈니스의 미래’다.
미래의 디지털 비즈니스에서는 디지털 기술이 모든 것에 적용됨에 따라 결국 만물에 지능이 내장된다. 물리적 세계가 지능을 갖게 되면서 디지털 세계와 경계가 흐릿해질 수밖에 없다. 가트너 보고서는 이처럼 두 세계가 가까워져 사람, 장치, 콘텐츠, 서비스가 그물처럼 엮이게 되는 것을 ‘지능형 디지털 연결(Intelligent Digital Mesh)’이라고 명명했다.
지능형, 디지털, 연결
2017년 지능형 디지털 연결을 실현하는 전략기술은 세 가지 주제로 나뉜다.
첫 번째 키워드는 ‘지능형’이다. 지능을 가진 물리적 세계, 학습 및 적응하는 기능을 보유한 소프트웨어 기반 시스템이 개발된다. 인공지능과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지능형 앱(응용 프로그램), 지능형 사물(Intelligent Thing)이 이에 해당된다.
둘째, ‘디지털’이다. 몰입형 디지털 환경을 창출하기 위해 디지털 세계와 물리적 세계를 혼합하는 기술이 대세가 된다. 가상현실(VR·Virtual Reality)과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블록체인(Blockchain)과 분산장부(Distributed Ledger) 등이 핵심 기술이다.
셋째, ‘연결’이다. 디지털 비즈니스의 성과를 내기 위해 사람, 비즈니스, 장치, 콘텐츠, 서비스 등이 서로 연결된다. 대화형 시스템(Conversational System), 연결 앱 및 서비스 아키텍처(MASA·Mesh App and Service Architecture), 디지털 기술 플랫폼(Digital Technology Platform), 적응형 보안 아키텍처(Adaptive Security Architecture) 등이 대표적이다.
10대 전략기술

▶가트너가 지난해 10월 20일 발표한 ‘2017 10대 전략기술 추세’의 핵심 주제는 ‘디지털 비즈니스의 미래’다.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가 서로 가까워지면서 사람, 장치, 콘텐츠, 서비스가 그물처럼 엮이게 되는 이른바 ‘지능형 디지털 연결(Intelligent Digital Mesh)’ 시대가 올 것을 내다봤다. 사진은 2017년 1월 5일 오전(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참가자들이 삼성전자 VR 4D를 체험하는 장면이다. ⓒ연합
그렇다면 가트너가 최근 발표한 올해의 열 가지 전략기술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이다.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은 ▲심층학습 ▲신경망 ▲자연언어처리와 같은 기술로 실현된다.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이해, 학습, 예측, 적응, 가동하는 시스템이 개발된다. 가령 로봇과 자율주행차량 같은 물리적 장치가 인공지능에 의해 더욱 지능적인 기능을 갖게 된다.
둘째, 지능형 앱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가상개인비서(VPA) 처럼 지능형 앱(응용 프로그램)이 노동의 본질과 구조를 바꾼다. 가상개인비서는 애플 ‘시리’, 구글 ‘나우’, 아마존 ‘알렉사’처럼 사용자의 음성이나 텍스트로 대화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다. 가트너는 “향후 10년간 거의 모든 앱이 인공지능을 탑재하여 지능형 앱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셋째, 지능형 사물이다. 가트너 보고서에 따르면 지능형 사물은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을 접목해 환경이나 사람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는 사물’을 의미하며, ▲로봇 ▲드론 ▲자율주행차량의 세 종류로 나뉜다. 이런 지능형 사물은 지능형 앱처럼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가트너 보고서는 지능형 사물의 대표적인 보기로 아마존의 ‘에코(Echo)’를 든다. 에코는 단순한 스피커이지만 아마존의 인공지능 음성인식 가상개인비서인 알렉사에 무선으로 연결돼 상품 주문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6만여 개 요리법도 알려준다.
넷째,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다. ‘가상현실’은 컴퓨터에 의해 생성된 3차원 환경에 사용자가 몰입해 그 세계를 구성하는 가상의 대상들과 현실 세계에서처럼 상호작용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증강현실’은 실제 환경에 가상의 사물을 합성해 원래 환경에 존재하는 사물처럼 보이도록 하는 기술이다. 가트너 보고서에 따르면 가상현실용 헤드셋이 2017년 450만 대에서 2020년 2580만 대로 5배 이상 급성장한다.
다섯째, 디지털 트윈이다. 이는 물리적 자산이나 시스템에 설치한 센서로, 그 상태나 동작에 관해 수집한 정보를 사용하여 마치 쌍둥이(트윈)처럼 만든 소프트웨어 모델이다. 디지털 트윈으로 물리적 사물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동작 조건의 변화에 대응하며, 운영을 개선할 수 있다. 가트너 보고서는 “2020년까지 210억 개 이상의 사물이 센서에 연결되어 수십억 개의 디지털 트윈이 존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섯째, 블록체인과 분산장부다. ‘분산장부’는 네트워크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거래 정보를 공유하고 검증하는, 암호로 서명된 거래 기록이다. ‘블록체인’은 이러한 분산장부의 일종이다. 요컨대 블록체인은 가치 교환 거래가 블록 단위로 순차적으로 분류된 형태의 분산장부다. ‘비트코인(bitcoin)’이라는 전자화폐가 활용되면서 2009년 처음 실현된 블록체인은 온라인 금융거래에서 해킹을 방지하는 보안기술로 각광을 받는다. 블록체인과 분산장부 개념은 기업의 경영모델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가트너는 “블록체인 기반 사업가치가 2022년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일곱째, 대화형 시스템이다. 사람과 기계의 상호작용을 위한 대화형 인터페이스는 마이크로폰과 스피커에 탑재되는 가상개인비서가 대부분이다. 시리(애플), 나우(구글), 알렉사(아마존), 코타나(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가상개인비서는 사용자의 음성을 인식해 비서 역할을 하는 대화형 기술의 대표적 사례다. 한편 자연언어처리(NLP)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해 사람과 기계의 상호작용과 소통에 기여할 전망이다.
여덟째, 연결 앱 및 서비스 아키텍처(MASA)다. 지능형 디지털 연결을 실현하기 위해 아키텍처(컴퓨터 시스템 전체의 설계 방식), 기술, 문제 해결 도구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MASA는 복수의 사용자가 복수 장치로 복수 네트워크에서 복수의 역할을 하게끔 지원하는 해결(solution) 아키텍처를 의미한다.
아홉째, 디지털 기술 플랫폼이다. 기술과 구성요소의 결합체인 디지털 기술 플랫폼은 디지털 비즈니스를 실현하는 데 필요한 핵심 기술이다. 가트너 보고서는 디지털 비즈니스의 새로운 역량과 비즈니스 모델을 실현하도록 하는 디지털 기술 플랫폼으로 ▲정보 시스템 플랫폼 ▲고객 경험 플랫폼 ▲분석 및 지능 플랫폼 ▲만물인터넷 플랫폼 ▲비즈니스 생태계 플랫폼 등 다섯 가지를 제시한다. MASA는 이 중에서 정보 시스템과 비즈니스 생태계 플랫폼을 핵심 요소로 중시한다.
마지막으로, 적응형 보안 아키텍처다. 지능형 디지털 연결과 관련된 디지털 기술 플랫폼은 보안 측면에서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해지고 있다. 특히 만물인터넷 환경의 안전을 확보하는 기술이 갈수록 중요해진다.
현상파괴적 충격 대비책
이처럼 10대 전략기술은 기존 비즈니스에 ‘현상파괴적(disruptive) 충격’을 가할 것이다. 기업이 이런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가트너는 다음 세 가지를 주문했다.
먼저, 고객과 종업원 모두의 사용자 경험(UX·User Experience)이 진화하는 추세에 맞춰 장기간(2020~2025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가상현실, 증강현실, 대화형 시스템이 사람과 시스템 간 상호작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인공지능과 기계학습이 필요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가상개인비서, 로봇, 자율주행차량 같은 지능 시스템을 전시하는 기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기업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비즈니스에 최대한 많이 적용해야 하고, 만물인터넷을 지원하는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야 하며, 블록체인과 분산장부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인식 | 지식융합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