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독립기념관은 한·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맞이해 프랑스 파리 7대학과 공동으로 한국 독립운동에 관한 특별전시회와 국제학술회의를 파리에서 개최했다. 루브르박물관 건너편의 파리 1구청 시민홀에서 2주동안 열린 특별전시회의 주제는 ‘자유 한국과 프랑스, 평화의 꿈을 꾸다’였다.
제2차 세계대전당시 레지스탕스의 역사를 간직한 프랑스인들의 관심은 기대 이상으로 뜨거웠다. 개막식에 참석한 인사만도 300명이 넘을 정도였다. 전시장과 그 앞의 작은 정원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밤 10시가 넘어서도 떠날 줄을 모른 채 한국 독립운동의 이야기로 꽃을 피우는 광경을 연출했다.
그들은 먼저 독립운동에 참가한 한국인이 500만 명이 넘고, 수십만 명이 희생당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또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종교와 이념까지 초월해 3·1운동을 전개했다는 사실에 경이로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한국 독립운동이 세계 평화의 길로 나아갔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자못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했다.
우리의 독립운동은 단순히 나라를 되찾기 위한 투쟁이 아니었다. 독립운동의 본질에는 인류의 자유와 평화를 파괴하는 제국주의 퇴치를 위한 인도주의 정신이 짙게 깃들어 있다. 그래서 독립운동은 평화운동의 성격을 지니는 것이다.
독립운동의 정신은 다음 날 학술회의에서 좀 더 진지하게 다뤄졌다. 안중근 의사가 왜 동양 평화를 외쳤고, 그 뜻은 무엇이었는가? 한국인들은 왜 세계를 무대로 독립운동을 전개했는가? 안중근 의사가 중국 땅하얼빈에서, 윤봉길 의사가 상하이에서 왜 의거를 일으켰는가? 또 한국인들은 왜 파리까지 와서 독립운동을 펼쳤는가? 그것은 다름 아니라 한국 독립의 문제를 세계 평화의 실현 과정으로 여겼기 때문이었다.
당시 독립운동가들은 지구상에서 제국주의를 퇴치할 때 진정한 독립이 이뤄질 것이라 굳게 믿었다. 그리고 한국 독립과 세계 평화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한 것이 독립운동의 진실이었다. 프랑스 연구자들 역시 이와 같은 진실에 다가서면서 서로 깊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과연 오늘날 우리는 ‘독립운동의 진실을 얼마나 이해하며, 그 소중함을 간직하고 있는가’에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파리에 가서 놀라웠던 것은 프랑스 전국 30여 곳에 레지스탕스 기념관이 세워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규모가 우리 독립기념관처럼 거창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문화와 생활 속에 레지스탕스 정신이 함께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그들은 레지스탕스의 역사를 ‘자유 프랑스’의 상징으로삼아 자랑스럽게 프랑스 근현대사의 중심에 세워놓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프랑스인들은 ‘평화의 꿈’을 실현해간 한국 독립운동에 깊은 공감을 했다.
그렇지만 가슴 한편에는 독립운동의 역사가 왠지 뒷전에 밀려 있는 우리의 현실과 너무 대비되는 것같아 안타깝고 먹먹해졌다. 대한민국 독립운동의 역사를 온전히 지켜내고 가꾸는 일은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몫이다. 광복절 71주년을 맞이하면서 세계인이 공감하는 자랑스러운 독립운동의 역사를 국민과 함께 다시 한 번되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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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주경 (독립기념관장) 201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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