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완도군 청산도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로 잘 알려져 있다. 영화 ‘서편제’ 촬영지로 유명하며 유채꽃으로 아름답다는 말을 여러 사람들에게 듣고 언젠가는 한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해왔지만 일상생활에 쫓겨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그러다 조선대학교병원 전남권역 농업안전보건센터가 청산도를 원격의료 시범지역으로 선정하면서 지난달 청산농협의 행복모음센터를 방문하기 위해 다녀왔다.
청산농협 조합장 설명에 따르면 예전에는 청산도에 1만5000여 명이 살았는데 지금은 2500여 명 정도만 살고 있다고 한다. 평생을 청산도에서 태어나서 그곳에서 살아온 노인분들 중에서 거동이 불편한데 돌봐줄 사람이 없는 분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는 말을 듣고는 마음이 참 아팠다.
여기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대개 청산도에서 자라 수도권이나 부산과 같은 대도시로 나간 자녀들은 홀로 남아 여러 노인성질환으로 고생하는 부모님을 병·의원 치료도 하고 봉양하기 위해 육지로 모셔간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엔 요양원으로 가게 되고, 넓은 바다가 보이던 섬에서 고기를 잡고 농사를 지으며 살던 분이 서로 얼굴도 잘 모르는 사람들과 비좁은 곳에서 생활하는 자체가 ‘감옥 생활’과다를 바 없다는 사실이 알음알음으로 알려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녀들이 서울로 가자고 하면, 몸도 성치 않은데 자식들 부담이라도 줄여주자는 생각에 농약을 음독하는 사례들이 있어서 청산농협은 이렇게 거동이 불편하고 홀로 남은 분들을 돌보기 위해 행복모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러한 사례들은 청산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닌 것 같다. 통계청이 밝힌 인구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는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노인 단독가구도 매우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더욱이 전남지역의 경우 농촌 남성들이 외국인 여성과 가정을 꾸린 다문화가정이 많은데 여러 문화적 갈등으로 이혼이 잦다 보니 노인들이 남겨진 어린 손주들을돌봐야 하는 이중의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지역 언론 보도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농촌에서는 지난 반세기 동안 산업화의 밑받침이 되고 우리나라 국민들의 먹을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땀 흘린 농업인들이 이제 모두 70세 이상 고령이 됐다. 그리고 현재도 주력 농업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 대다수는 젊은 시절의 농업 노동의 결과로 무릎관절염이나 허리 통증과 같은 근골격계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다. 또 평균수명이 늘면서 뇌경색과 같은 치명적인 후유증을 유발하는 위험요인인 고혈압과 당뇨를 앓고 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러한 농업인들의 질병을 연구해 발병과 악화를 예방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각 권역별로 6개 대학병원을 농업안전보건센터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농업안전보건센터는 원격의료시범 서비스를 통해 많은 의료인들이 우려하는 고혈압이나 당뇨 환자에 대해 약 처방을 하는 것보다는 농업 노동에 의해 악화되는 관절염이나 심혈관질환을 완화하기 위한 안내, 교육 상담, 운동 등을 원격으로지도할 예정이다. 이러한 시범사업을 통해 의료인이 부족한 농촌지역 농업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있는가를 평가하게 될 것이다.
청산농협은 초등학교 폐교 부지에 50억 원 정도를 투자해 요양병원을 지어 거동이 불편하거나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청산도 노인분들이 육지로 나가 자녀들에게 의탁하지 않고도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평생을 살아온 고향인 청산도를 떠나지 않고도 원격진료를 통해 심리적 안정과 일상적인 질병 관리, 운동 지도 등을 받으며 여생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기를 소망하고 있다. 조선대학교병원 농업안전보건센터와 청산농협 행복모음센터는 이러한 것이 가능한지를 올 9월부터 원격의료를 통해 점검해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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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철갑 (조선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2016.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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