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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시대의 신한류가 나아갈 길’ 전문가 좌담회. 왼쪽부터 김치호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김현환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국장, 심상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서울신문사
‘비대면 시대의 신한류가 나아갈 길’ 전문가 좌담회
코로나19로 문화계는 큰 위기를 겪고 있지만 동시에 한류의 확장을 보여주는 상징적 성과도 거뒀다. 영화 <기생충>의 미국 아카데미상 4개 부문 석권과 그룹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싱글 차트 1위가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세계적 유행 장기화 속에 비대면 공연 등 새 돌파구도 모색 중이다. 한류의 분기점을 맞은 시기, 성장과 확산을 위해 어떤 전략과 정책이 필요할까. 11월 3일 ‘비대면 시대의 신한류가 나아갈 길’을 주제로 서울신문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전문가 좌담회가 열렸다. 황수정 서울신문 편집국 부국장이 사회를 맡고 심상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김치호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김현환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 정책국장이 대담에 참석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해외에서 국내 드라마가 흥행하는 등 ‘3차 한류’라는 말도 나온다. 현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나.
=(김치호 교수) 현장에서 소비하는 콘텐츠에 큰 타격이 있었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세계 130여 개 국가에서 문화 관련 시설을 폐쇄했다. 국내의 경우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집계를 보면 상반기 행사 취소 2500여 건, 피해 금액이 500억 원 이상이다. 예술인 90%가 수입이 줄었다. 반면 반사이익을 얻은 곳도 있다. 방탄소년단과 SM엔터테인먼트는 온라인 콘서트로 큰 수익을 거뒀고 CJ 케이콘도 열렸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도 커졌다. 다만 SM이나 방탄소년단과 달리 원천 지적재산(IP)이 없는 경우 경쟁력이 있을지 고민되는 부분이다.
=(김현환 국장) 공연계가 가장 먼저 피해를 입었다. 초반에는 비대면 공연을 오프라인 대체재로 고려했지만, 코로나19와 공존하는 시대로 변하면서 비대면 공연에 대한 정책도 적극 마련하게 됐다. 비대면 공연 중 일부는 새로운 장르가 되어 공존할 것으로 본다.
=(심상민 교수)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외국인의 호기심과 애착이 커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한국 문화의 실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이에 대한 현실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또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산업 경쟁력을 키울 방안과 방향을 깊이 고민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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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호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위기를 반전의 계기로 만들기 위한 정책이나 업계 노력은 무엇인가.
=(김 국장) 큰 틀에서 콘텐츠를 잘 키우기 위한 제작 지원과 함께 온라인 비대면 콘텐츠 소비에 대비하는 정책이 있다. 2021년 예산 중 290억 원을 비대면 공연장 리모델링과 콘텐츠 제작 지원에 배정했다. 온라인 공연에 대한 준비가 세계시장을 선도할 기회가 된다고 본다.
=(심 교수) 현 시기가 한류의 큰 분기점이다. 지난 20년간 한류가 틈새시장 공략이었다면 2020년은 아카데미, 빌보드, 그래미 등 주류 시장 진입의 문턱을 넘었다. 긍정적 흐름 속에 코로나19가 터져 힘든 상황에 직면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슈퍼 플랫폼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다. 유튜브, 구글 등 해외 플랫폼 종속이 크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플랫폼과 소비재, 유통, 서비스 영역이 결합할 수 있는 길을 찾느냐 여부가 미래를 가를 것이다. ‘융합 한류’가 앞날을 좌우한다는 의미다.
=(김 교수) 2021년에는 해외 슈퍼 플랫폼의 성장과 경쟁이 더 심화할 것으로 본다.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40%에 이른다. 디즈니플러스와 HBO 맥스가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면 국내 OTT 사업자 입지는 더 좁아질 수 있다. 물론 콘텐츠 사업자에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시청자가 채널을 기억하는 경우가 비교적 적어 콘텐츠가 좋으면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 한국 콘텐츠의 아시아 시장 경쟁력은 뒤지지 않는다. 더불어 미디어 커머스(콘텐츠를 활용해 고객에게 추천하는 전자상거래 유통 방식) 시장도 주목해야 한다. 텐센트가 동남아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아이플릭스를, 쿠팡이 훅을 인수했다. 미디어 커머스 확산을 염두에 둔 것이라 생각한다. 콘텐츠는 다른 산업과 연계될 때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
-비대면 온라인 공연 관련 지원이나 투자는 어떻게 보나.
=(김 교수) 공연장 같은 인프라 투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온라인 콘텐츠 투자를 늘리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실감형 콘텐츠가 개발되고 있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생동감은 아무리 기술이 진보해도 전달할 수 없다. 게다가 온라인 공연은 방송 콘텐츠와 정체성 충돌도 일어날 수 있다. 단순한 영상 전달에서 발생하는 식상함, 지루함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김 국장) 우려의 시각도 있지만 업계도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공연 형식이 남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용 공연장은 리모델링으로 방향을 선회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오프라인과 달리 팬 한 명 한 명과 소통하는 온라인만의 강점이 있다. 다만 시각효과 등 제작비가 많이 들어 팬 조직이 강한 팀이 아니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실력이 있지만 자본이 부족한 예술가를 지원하는 게 정책 취지다.
=(심 교수) 미국 뉴욕은 온라인 공연을 포기한 분위기라고 한다. 순수예술을 온라인으로 보는 데 대한 심리적 거부감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문화 엔진이 꺼졌다”고 표현했다. 반면 한국은 공연, K-팝 등 대부분 영역에서 여러 시험을 하고 있다. 5세대 이동통신(5G) 등 기반시설과 장치(디바이스)도 활용되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좋은 모델이 나올 수 있고 정책 역시 이를 응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다만 사회적 실재감이 없어 관객과 가수 모두 낯선 부분이 많다. 결국 민관이 연구개발(R&D)을 통해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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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환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국장
-정부가 신한류 진흥정책을 추진 중이다. 신한류의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일까.
=(심 교수) 한류라는 말을 계속 쓰는 것은 지양해야 할 시기가 왔다. 해외에서 한류, ‘케이(K)’에 대해 두루 알고 있지만, 국가주의(내셔널리즘)에 대한 반발과 부작용도 가져올 수 있다. 앞으로는 ‘졸 한류’, 즉 한류를 졸업해야 한다. 국적성을 마케팅에서 숨기는 전략이 필요하다. 아시아 문화 기반에서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아시안 밸류’, 아시아의 고유 가치를 활용해 공감하는 방향으로 백년대계를 이룰 수 있다. 세계인이 한류를 수용한 건 문화적 횡단성 덕분이다. 한국 드라마가 베트남에서 인기가 많은 이유다. 동시에 문화 정책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문화 정책의 본업은 ‘만드는 손’에 대한 지원이다. 독립영화, 외주 제작사를 보호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유통 등의 분야는 범정부적인 과제로 하고 문체부는 이 손에 집중해야 한다.
=(김 교수) 최근 큰 인기를 끈 관광공사 홍보영상 ‘범 내려온다’(이날치 밴드·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좋은 사례다. ‘K’가 붙어서가 아니라 재밌어서 보는 것이다. 콘텐츠가 다양해지고 있다. 넷플릭스 상위권 콘텐츠 100개 중 한국 드라마가 8편이나 포함되는 등 해외에서 한국이 만든 콘텐츠에 대한 인기가 계속 올라가는 점도 긍정적이다.
=(김 국장) 문화 정책의 기본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것이다. 창의성이 제대로 발휘될 수 없어서다. 해외에서 종종 나오는 반한, 혐한 심리도 염두에 둬야 한다. 양방향 교류와 상대 문화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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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코로나 시대 한류를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게 있다면?
=(심 교수) 생존이 어려운 영세 기업과 예술가가 많다. 미래 비전, 국가 전략은 소득과 같은 현실 문제 해결을 절대 놓쳐선 안 된다. 이 부분에 대한 창의적이고 긴급한 정책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국부펀드가 적극적으로 투자할 필요도 있다.
=(김 교수) 비대면 콘텐츠는 대면 콘텐츠와 공존할 가능성이 크다. 한류에서는 팬 조직, 소비자 수요가 상당히 중요하다. 나아가 콘텐츠를 만들 때 소비자와 함께 향유할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김 국장) 영상물 선지급, 짧은 영상(쇼트폼) 제작지원, 교육 지원 등을 추진 중이다. 당장 소득이 없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11월 16~23일 온라인으로 여는 ‘온 : 한류축제’도 한국 콘텐츠를 알릴 기회다. 신한류 정책의 추진 방향에 따라 비대면 한류 확산, 한류 연계 마케팅, 정부 간 문화교류 활동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장이 되리라 본다.
자료: 서울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