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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새봄’의 대표 김우범 작가│ 김우범
공공미술 프로젝트 ‘우리 동네 미술’
코로나19 이후 예술가들의 활동 제한과 지역 작가들이 가지는 경제적 어려움, 일상의 문화 활동이 축소됐다. 예술과 시민의 소통, 예술 향유에 대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우리 동네 미술’이 강릉에서 시작됐다. 예술인이 예술로 일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 예술의 다양성을 제공하고, 예술가의 사회적 참여를 통한 시민과 소통 창구가 마련된 셈이다.
이번 사업으로 마을 한복판에 자리한 법무부 소속 강릉준법지원센터(춘천보호관찰소 강릉지소)가 색다른 분위기로 바뀔 예정이다. 미술관처럼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해 예술로 편견을 허무는 작업을 진행한다. 준법지원센터의 사회봉사명령 또는 치유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예술적 참여를 유도해 공간이 변화하는 과정을 경험하는 프로젝트다. 사업 기간은 2020년 9월부터 2021년 2월까지다.
이번 공공미술이 설치될 강릉준법지원센터는 도박중독, 청소년 문제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다소 경직된 관공서 분위기로 인해 예술의 결합이 절실한 곳이었다. 다만 맞은편에 자리 잡은 강릉시립미술관은 예술인과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고, 인근에 강릉제일고등학교와 주택가, 아파트 단지 등 주거 형태가 고르게 자리해 공공미술이 설치될 경우 다양한 연령층의 접근이 쉬운 장소이기도 하다. 미술관 옆 교화기관의 이미지를 예술 작품으로 만들어가는 프로젝트다.
이번 프로그램은 미술을 설치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준법지원센터와 마을 주민으로 구분해 공동체 프로그램을 두 개 운영할 예정이다. 다양한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
공공기관에 설치된 흡연 공간에 작가의 해학과 풍자를 담아 금연 유도 흡연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계획도 논의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의 강아지 산책 풍경을 작품으로 재현해 주민이 작품이 되는 경험도 제공한다. 마을 주민들이 함께 고민하고 참여하는 작은 예술공원 만들기도 시도할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작가팀 ‘새봄’의 김우범 대표를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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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보호관찰소 강릉지소에 설치될 흡연 공간
-춘천보호관찰소 강릉지소라는 장소는 어떻게 선정이 됐고 진행 상황은 어느 정도인가?
=강릉시에서 강릉문화재단에 이 사업을 위탁했다. 문화재단이 다른 공공미술 프로젝트팀과는 다르게 보호관찰소라고 하는 특수한 곳을 선정하게 된 것이다. 현재는 재단에 실행 계획서를 냈고 재단의 승인을 기다리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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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관찰소 안쪽 공원에 설치될 미술 작품 ‘새옹지마’
-보호관찰소에 설치될 작품은 어떤 콘셉트인가?
=이번 공공미술 프로젝트명이 ‘새봄’이다. 새봄은 겨울을 이겨낸 따뜻한 봄이기도 하지만, 새롭게 바라본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시장, 박물관 등 모든 장소에서 비대면 전시가 이뤄지고 있다. 작가로서 많이 안타깝다.
시민들이나 대중이 직접 미술관, 박물관에 가지 않고도 작품을 대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다 컬러 전광판이나 멀티비전을 통해 작품을 볼 수 있고 상세 설명이 이뤄진다면 좋을 것 같았다. 외벽에다 아예 대형 멀티비전을 설치하고 거기에 작품이 보이도록 설치 작업을 할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출발해서 잔디밭, 공원을 예술공원으로 만들어보자는 의도다. 보호관찰소 외곽에 조각 형태의 작품이 들어가고, 외부에는 벽화를 만들어서 시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거다. 보호관찰소의 사람들도 조금 더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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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관찰소에 설치될 미술 작품 ‘봄 동 동’│강릉시
-앞으로 작품 활동이 어떻게 진행될 예정인가?
=실행 계획 단계가 지나면 예술위원회에 비용을 청구할 예정이다. 허락이 떨어지면 그때부터 작가들의 작업이 이뤄진다. 작품 제작에 들어가는 셈이다. 특히 이번에는 서예도 참여작에 들어간다. 이번 프로젝트에 교육 프로그램이 동반되어야 한다. 시민, 문하생, 작가 모두 참여하는 공동 벽화도 설치할 예정이다.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분들까지 모두 작품을 만드는 거다. 공공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민과 작가, 프로그램에 함께한 보호관찰소 내 인원이 다 같이 참여할 수 있다.
-보호관찰소 내부와도 접촉을 진행 중인가?
=아직은 직원들하고만 소통하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이 이뤄지기 시작하면 관찰소 내에서 교육을 받아야 하는 대상자들과도 접촉 하면서 그들의 우수작들이 우리 작품에 유입되도록 할 것이다.
-이런 시도에 대해 기대가 될 것 같다.
=그렇다. 총 기획은 제가 하고 있지만 전체 작가들과 상의하면서 천천히 진행 중이다.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진 않다. 주말에는 35명의 작가들이 다 모여서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교육 대상자들이 만든 작품을 실제 미술 작품에 어떻게 참여시킬지를 놓고 토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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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 공간에 구현될 새의 형상│강릉시
-보호관찰소에 공공미술이 설치되는 것이 흔한 일인가?
=국내에서는 처음일 거다. 보호관찰소를 미술적 기반을 둔 공간으로 구성하는 것이 아마 제가 알기로는 첫 시도다. 재단에서 의미 있는 작업을 하는 셈이다.
-이번 사업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예전에 문화재단과 몇 번의 공공미술을 진행했다. 거리 벽화, 스토리 로드, 예술 표지판 같은 것을 진행했다. 그러다 이 프로젝트의 전체를 맡는 대표 작가가 됐다. 예술 표지판 사업은 기존의 딱딱한 표지판들을 꽃 모양의 형태나 밤에도 조명이 들어와서 시민들이 아름답게 볼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것이었다.
-공공미술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어떤가?
=일단 새롭게 바라본다. 좋게 느끼는 것 같다. 재단에서 계속 일을 맡기는 것도 이제껏 공공미술 활동을 보고 그렇게 선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지인들이나 주변 분들에게 이런 사업을 얘기했더니 많은 응원을 보냈다.
-공공미술의 역할과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전반적으로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술이기를 바란다. 많은 예술가들이 예술을 위한 예술을 하고 있는데 대중, 시민들과 소통이 부족하다고 본다.
서양화 작가로서 활동한 지 오래됐는데 학부,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서도 내적인 갈등이 있었다. 대중과 쉽게 소통할 수 있는 작품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앞으로도 공공미술로 활동할 계획인가?
=그렇다. 개인적인 작업도 중요하지만, 10여 년 동안 이 지역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공공미술과 조형미술에 참여했다.
-재단에서는 어떤 지원이 이뤄지고 있나?
=재단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거기 계신 분들이 이런 문화 활동을 하던 분들이다. 전문가들이라서 많은 조언과 상담을 하고 있다.
-이번 공공미술은 언제 완성되나?
=2021년 1월 말이면 작품이 설치될 것 같고, 2월 초순까지는 대다수 작업이 완성될 것이다. 2월 말까지 교육 프로그램을 운용하면서 프로그램 대상자들과 소통을 이어갈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나는 ‘쓰레기 미술(정크 아트)’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공공미술이 설치된 이후 파손되고 쓰레기화하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다. 작품에 수준이 있어야겠지만 너무 혐오스러운 이미지는 배제하려 한다. 예전에 서울광장에 설치되었던 신발 작품은 시민들의 반발로 철수된 전례가 있다.
작가의 의도가 좋다 해도 자칫 잘못하면 쓰레기 취급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개인적으론 공공미술이 나중에 쓰레기 미술이 되는 것에 거리를 두고 있다.
박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