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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동네 한 바퀴> 진행자 김영철이 본 동네
우리가 태어나서 살아가는 삶의 터전인 도시와 동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KBS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이하 <동네 한 바퀴>)는 그 질문에서 시작됐다. 2018년 7월 18일 파일럿 방송 후 11월 24일 정규 첫 방송, 그리고 1년을 맞았다. 50편의 <동네 한 바퀴>가 소개되는 동안 특별할 것 없다고 생각됐던 동네에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그림지도’를 들고 작은 여행을 즐기는 발길이 이어진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수많은 드라마에서 묵직한 카리스마와 묵묵한 존재감으로 빛나는 아버지의 이미지를 구축해온 배우 김영철의 힘이다. 이제 사극 속의 왕이나 드라마 속 아버지보다 <동네 한 바퀴>의 아재로 더 친숙해진 김영철에게 물었다. <동네 한 바퀴>를 약 50회 도는 동안 그가 만난 건 무엇인지, 그가 이 도시들 속에서 찾은 건 무엇인지.
▶<동네 한 바퀴> 진행자 김영철의 TV 화면 캡처 사진들| 김소현
-<동네 한 바퀴>의 가장 큰 미덕은 무엇인가?
=늘 가까이 있는 것을 다시 바라보는 것, 그 존재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것. 사실 도시가 품고 있는 역사부터 도시와 동네를 걸으며 발견하는 동네 명소와 노포(오래된 가게),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지나쳐버리는 도시 속 숨겨진 이야기와 유래, 인문학적 정보를 알려 하지 않은 채 우리는 다른 나라, 먼 도시, 이국적인 공간들을 선망해왔다. 하지만 어느 오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동네 한 바퀴를 구석구석 돌아본 사람이라면 놀라게 될 것이다. 내가 사는 도시와 동네에 이런 곳, 이런 풍경, 이런 집, 이런 사람들이 있었나? <동네 한 바퀴>는 직진뿐이던 우리 삶에 동네 한 바퀴 돌아볼 여유만 있어도 삶은 풍요로워지고 도시는 온기와 생명을 얻을 수 있음을 일깨우는 ‘도시와 동네의 가치 재발견’ 여정이다.
▶<동네 한 바퀴> 진행자 김영철의 TV 화면 캡처 사진들| 김소현
“도시 속 작은 것들의 숨은그림찾기”
-<동네 한 바퀴>의 김영철은 종일 걸어서 다닌다. 걷는 김영철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자동차로 달릴 땐 보이지 않던 풍경이 자전거로 달리면 보인다. 자전거 위에서는 보이지 않던 풍경이 두 발로 천천히 걸으면 다 보인다. 걷다가 잠시 앉아서 쉬며 가만히 바라보면 또 다른 느낌과 풍경으로 도시가 눈에 들어온다. <동네 한 바퀴>는 그렇게 자세히 보아야만 볼 수 있는 도시 속 작은 것들의 보물찾기, 숨은그림찾기다. 도시가 변하는 속도도, 우리 삶의 속도도 너무 숨 가쁘지 않나. 시청자들도 저와 함께 천천히 도시를 걸으면서 잃어버린 것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으로 매주 동네를 걷고 있다.
▶<동네 한 바퀴> 진행자 김영철의 TV 화면 캡처 사진들| 김소현
-도시와 동네를 다니다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가 가야 할 방향이 보일 것 같다.
=<동네 한 바퀴>가 만난 수많은 도시와 동네 풍경 중, 이 도시를 가장 아름답게 만드는 요소는 그 도시를 비추는 등대 같은 ‘사람들’이었다. 오랫동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성실하게 땀 흘리고 진심을 다해 살아온 평범한 소시민과 토박이들이 동네의 구성원으로서 있어야 할 자리에 있으며 함께 무리 지어 만들어내는 삶, 또 그분들이 모여서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들…. 결국 삭막한 도시의 삶을 밝히고 위안을 건네는 건 도심 속 화려한 건물이나 잘 꾸며진 벽화거리 같은 게 아니라 ‘사람이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풍경’인 것 같다.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와 동네가 회복해야 할 가치고, 함께 만들어가야 할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동네 한 바퀴> 진행자 김영철의 TV 화면 캡처 사진들| 김소현
-<동네 한 바퀴>가 방송 프로그램으로서 인기를 넘어 도시를 살리는 도시재생에도 기여한다는 의견이 있다.
=사실 <동네 한 바퀴>로 여러 도시를 다니며 ‘도시재생’ ‘원도심 살리기’ 같은 단어를 많이 들었는데, 단어 그대로 도시재생이라는 건 ‘도시를 다시 살맛 나는 곳으로 살리자’는 뜻 아닌가. 그렇게 볼 때 <동네 한 바퀴>에서 제가 찾아가 만나는 것들, 또 만나는 사람들 속에 그 답이 있을 것도 같다. 옥상을 나눠 쓰며 함께 김장을 하고, 집 앞 자투리땅을 같이 가꾸면서 작은 텃밭에 채소를 길러 이웃과 나눠 먹고, 일하는 엄마들이 돌아올 때까지 아이들을 함께 봐주는 따뜻한 공간도 기억나고, 이윤을 좀 덜 남기더라도 요즘 같은 세상에 3000원짜리 맛난 밥을 팔고… 그 모든 게 더불어 사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도시의 풍경 아닌가. 그런 도시는 찬란하고 정겹고 따뜻하고 반갑고, 그리고 굳건하다.
▶KBS 프로그램 <동네 한 바퀴>의 김소현 작가가 서울 마포구 공덕동 골목길에서 촬영을 위해 포즈를 잡았다.
“제주에서 서울까지 하나하나가 다 달라”
-배우 김영철이 <동네 한 바퀴>에서 앞으로 찾아갈 도시와 동네는 어떤 곳일까?
=제주에서 서울까지 전국의 도시와 여러 시·군을 다 다니는데, 사람 사는 동네가 비슷하지 않을까 했던 처음의 생각과는 달리, 하나하나가 다 다르고 매주 또 다른 교훈, 또 다른 감동을 경험하고 돌아온다.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결국 김영철이 찾아가는 게 도시이고 동네지만 거기엔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바닷가의 도시를 가든 산동네를 가든, 또 멀리 섬마을을 가든 <동네 한 바퀴>가 찾아가 만나는 곳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그곳을 지키고 살아온 사람들을 찾아서, 도시의 숨겨진 사람 지도를 완성해갈 것이다.
▶한복을 입은 대학생 둘이 북촌 한옥마을에서 휴대폰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한겨레
-마지막으로 <동네 한 바퀴>의 김영철이 정의하는 ‘도시’의 의미는 무엇인가?
=‘도시는 기억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누구에게나 있는 기억을 찾아가는 여정이기 때문에 <동네 한 바퀴>를 전국의 시청자 여러분이 사랑해주는 것 같다. 저와 여러분을 키워낸 곳, 따뜻한 밥을 지어주던 어머니가 계셨고, 조금 추워도 석유 아끼느라 난로는 엄동설한에만 때우던 아버지가 계셨고, 골목대장 친구들이 있었고, 배고팠지만 꿈이 있던 젊은 날도 있었고, 그런 기억들을 담고 있는 기억의 창고? 그래서 도시는 삭막하지 않고, 우리에게 오늘도 위안을 주는 게 아닐까.
김소현 KBS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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