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이빙 회원들이 광복절을 기념해 울릉도 바다에 들어가 대형 태극기를 펼쳐 보이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자유롭다. 중력의 굴레에서 벗어나 마음껏 바닷속을 헤집게 만든다. 심연의 고요함을 온몸으로 느끼다 보면 어느새 숨이 막힌다. 수면 위로 올라가야 한다. 허파와 심장 등 인체 내부 기관이 비명을 지른다. 숨을 참는다는 것은 삶에 대한 갈망일까? 아니면 죽음에 대한 도전일까?
손해원(35) 씨는 프리다이빙 강사다. 메이크업 전문가로 일하면서 취미로 바다와 친해졌다. 2년 전부터는 프리다이빙 강사(하고 프리다이빙 클럽)로 나섰다. 프리다이빙은 산소탱크 없이 숨을 참고 깊은 바다에 들어가는 스포츠다. 길게는 5분에서 10분까지 숨을 참으며 잠수한다. 매년 국내외 바다를 찾아다녔다. 올해는 특별했다. 동호인들과 함께 울릉도를 찾은 것이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일본에 대한 의식을 재정립하고 나라 사랑의 의지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함께한 6명의 제자 겸 동호인들의 뜻이 쉽게 모아졌다. 광복절을 맞아 울릉도 앞바다 깊이 들어가 태극기를 휘날리고, 독도를 방문하기로 했다. 준비물은 대형 태극기. 가로 1m80, 세로 1m20의 태극기는 바닷물에 들어가면 매우 무거워진다. 몸에 감기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손해원(앞줄 왼쪽) 씨와 프리다이빙 강사, 회원들이 울릉 바다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손해원 씨
8월 18일 울릉도 서쪽 학포항. 바닷물이 고요해 프리다이빙하는 이들에게는 손꼽히는 장소다. 뷰티 크리에이터인 막내 이승욱(27) 씨는 프리다이빙 신참으로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최진강(38·연구원) 씨가 고이 접은 태극기를 펼쳐 보인다. 강한 태양빛 아래 태극의 신비로움이 푸른 바닷물을 배경으로 더욱 돋보인다. 이선민(30·경호원), 이정호(37·사업) 씨도 슈트를 입고 입수한다.
태극기의 한쪽을 잡고 바다에 뜬다. 소금기 잔뜩 머금은 동해 바닷물을 순식간에 흡수한 태극기는 살포시 가라앉는다. 깊이 숨을 들이켜고 자맥질을 시작한다.
몸의 각종 기관은 수압에 따라 최적화하기 시작한다. 심장은 박동을 줄이면서 조심스럽게 혈액을 뿜어낸다. 쪼그라지는 허파는 들이쉰 숨 속의 산소 양을 체크하면서 최대한 조금씩 소비한다. 투명한 울릉 바다는 아름다운 수초와 투박한 용암 덩어리가 조화를 이루며 인간을 유혹한다. 5m 내려가 태극기를 펼쳤다. 바닷물 속에서도 태극기의 태극은 그 신비로움을 더한다. 갑자기 울컥한다. 가슴 깊이 가라앉았던 애국심이 마치 기포가 표면 위로 올라가듯, 의식의 한복판에 자리 잡는다.
“NO 재팬의 강한 함성을 바닷속에서도 지르고 싶었어요. 비록 소리를 지르진 못했지만 바닷속에 펼쳐진 태극기를 보면서 후련했어요.”(이승욱)
“대마도 여행도 취소하고 울릉도에 왔어요. 다음엔 더 큰 태극기를 펼쳐보고 싶어요.”(최진강)
울릉도 프리다이빙은 손 씨에게 그 어느 해 바다보다 정겹게 다가왔다.
이길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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